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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예정

하나님의 예정이 인간의 자유의지를 제한하는가?

by 남상석

하나님의 "예정(predestination)"만큼이나 논란과 갈등을 불려 일으키는 신학 주제는 없다. 특히, 칼뱅의 예정론에 대한 갈등이 심하다. 심지어, 칼뱅이 주창한 신학사상에 근거한 개혁주의 노선을 따르는 일부 개신교단들 사이에서도 이에 대한 논란과 갈등이 있다. 논란과 갈등의 중심에, 하나님의 예정이 사람의 자유 의지를 제한하며, 불공평하다는 주장이 항시 있다.

왜,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무슨 선이나 악을 행하기도 전에, 하나님이 뜻을 정하시고, 구원 여부를 예정(롬 9:11-12, 엡 1:4-5) 하시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주장이다. 만약,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일어난 일이라면, 백번 공감할 수 있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 예정은 하나님의 예정이며, 사람의 예정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먼저, 하나님의 속성을 이해해야 한다.

하나님의 속성

사람의 속성과 다른 하나님 속성을 몇 가지를 열거해 보자. 하나님께서는 스스로, 영원히 존재하신다. 하나님은 불변하신다. 하나님은 모든 것을 아신다. 하나님은 모든 일을 하실 수 있다. 이에 비해, 사람의 속성은 시간, 공간, 능력의 제한을 받는다. 한계 속성을 지닌 사람의 계획과 하나님의 예정은 그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다. 하나님의 예정은 스스로, 영원히, 반드시 이루시는 하나님의 속성에서 나온다.

하나님의 예정은 초월적 개념이다.

하나님의 예정이 불공평하는 주장은 "내가 태어나기도 전"과 같은 시간적인 한계아래에 있다. 하지만, 성경에 나오는 생명, 하늘나라, 구원, 예정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개념이다. 예를 들면, 성경이 말하는 "생명"은 육체의 목숨이 아닌, 영원한 생명을 뜻한다. 다음 성경 구절에서 "생명"은 시간이나 죽음의 한계를 초월한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니 이것을 네가 믿느냐?"

하나님의 "예정"은 영원 속에 있고, 사람의 시간이나 공간 안에 한정되지 않는다. 하나님의 예정은 나의 출생 전에 있었고, 지금도 있다. 영원한 생명을 믿을 수 있다면, 영원한 예정도 믿을 수 있다.

하나님의 경륜과 예정

"예정"은 경륜으로부터 따로 떼어서 이해할 수 없다. 경륜(經綸)"이란 하나님께서 천지의 모든 일을 당신의 거룩한 뜻으로, 예정하시고, 경영하셔서, 반드시 이루심을 뜻한다 (아래 그림 참조).

경륜 그림.png 하나님의 경륜

사람의 뜻은 좋은 동기에서 나오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사람의 계획은 항상 불완전하고, 시간, 공간, 자원의 제한 속에서 경영하므로 이룰 수 도 있지만, 못할 경우도 있다. 하지만, 하나님의 뜻은 거룩하고, 신비로운 예정과 경영을 통하여 반드시 이루어진다. 하나님께서는 뜻과 예정을 가지고, 천지를 만드셨다. 그 예정 속에 나의 구원 예정이 들어있다고 불평할 수 있겠는가?

하나님의 예정은 비밀이다.

하나님의 경륜 안에 있는 예정은 인류 역사 속에서 점진적으로 드러난다. 어떤 예정은 사람에게 꿈과 예언 등으로 밝히 또는 희미하게 드러나기도 한다. 어떤 예정은 환상과 계시로 드러나기도 한다. 대부분의 예정은 때가 찰 때까지 비밀로 감추어져 있다. 예수의 출생, 사역, 고난, 부활은 성경에서 예언되었지만, 사람들은 이 일들이 이루어지고 나서야 깨닫게 되었다.

예수의 출생, 사역, 고난, 부활은 이미 성취된 예정이다. 앞으로 성취될 예정인 예수의 재림, 심판, 천년왕국, 신천지는 하나님의 경륜 속에 예언, 계시등으로 감추어져 있다. 감추어진 예정이 사람에게 불공평하게 작용하지 않는다.

하나님의 예정이 불공평한가?

기독교인 중에서 예정 교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예정 교리를 사람의 운명으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하기야, 예정교리를 운명적으로 가르치는 교사들도 있다. 하나님의 예정을 운명(命運)으로 보면, 사람의 노력이나 자유의지는 무효하다. 하지만, 하나님의 예정을 사명(使命)으로 보면, 사람의 노력이나 자유의지는 유효하다.

사실,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구원 은총으로 모든 사람을 초청하신다. 예수께서, "누구든지, 살아서 나를 믿는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느님의 은총은 "누구든지"에게 이므로, 공평하다. 하나님의 경륜 예정에 대한 사람의 책임은 개인의 자유 의지로써 하나님의 초청에 응하는 것이다. 믿고 따르는 자는 "누구든지" 하나님의 자녀로 구원받는다(요 11:26; 요 10:9).

하나님의 예정이 인간의 자유의지를 제한하는가?

사람에게 자유의지를 주신 분이 그것을 깨는 예정을 하시지 않는다. 이에 관하여 가톨릭 교리는 다음과 같이 가르친다.

우리의 자유가 하느님께서 인간의 마음에 넣어 주신 진리와 선을 분별하는 능력과 맞을 때, 그리스도의 은총은 우리의 자유와 전혀 배치되지 않는다. 은총의 작용으로 성령께서는 우리에게 영적 자유를 가르쳐 주시어 교회와 세상 안에서 당신 일의 자유로운 협력자가 되게 하신다(1739).

구원의 주체는 하나님이시며, 사람은 그 대상이다. 하나님 입장에서 구원을 서술할 때와 사람의 입장에서 구원을 서술할 때 그 표현 방식이 달라진다. 하나님 입장에서, 구원은 "예정"이지만, 사람의 입장에서, 구원은 "은총"이다. 사람은 자유 의지로써 악을 떠나, 하나님의 선한 예정을 받아들이고, 선을 행하여 하나님의 협력자가 되어야 한다.

하나님의 경륜 속에 있는 예정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하나님의 존재 속성에서 나온다. 하나님의 존재 속성이 사람의 자유의지를 제한하지 않고, 사람의 속성, "자유의지"도 하나님의 존재 속성을 제한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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