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친구·일이 있는데도 공허한 이유
요즘 들어 문득 이런 생각이 드실 때가 있지 않나요?
“분명 다 갖춘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외롭지?”
가족도 있고, 함께 일하는 동료도 있고,
카톡 알림도 하루 종일 울리는데
집에 돌아와 불 꺼진 거실에 앉아 있으면
마음 한구석이 텅 비어 있는 느낌이 내려앉을 때가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괜찮게 살고 있는 것 같은데,
속에서는 자꾸 이런 말이 맴돕니다.
“나만 혼자인 것 같다.”
이 글에서는, 이런 마음이 계속 반복되는 사람을 위해
가상의 한 사람 이야기를 빌려
외로움의 정체를 한 번 차분히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저는 마흔이 넘은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가족과 함께 살고 있고, 회사에서도 말을 놓고 지내는 동료가 몇 명은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퇴근해서 집에 돌아오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은 늘 비슷합니다.
“오늘도 그냥 하루가 지나갔네…
나란 사람, 도대체 뭐 하고 사는 걸까.”
아이들 웃는 소리가 들리고, TV에서는 예능 프로그램이 나오는데
저는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마치 유리벽 하나 너머에 있는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주말에 모임에 나가 웃고 떠들다가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 조용한 차 안에서는
이상한 공허함이 밀려옵니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건 사람 수의 문제가 아니구나.
내 안 어딘가가 계속 비어 있는 거구나.”
조금 솔직하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보니,
제가 느끼는 외로움에는 몇 가지 포인트가 있었습니다.
회사에서는 업무 이야기,
집에서는 생활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 돈 이야기…
“오늘 사실은 이런 생각을 했다”,
“요즘 이게 제일 불안하다” 같은 이야기는
입 밖으로 잘 나오지 않습니다.
혹시나 털어놓았다가
“뭐 그런 걸 가지고 그래요, 괜찮아요”
라며 가볍게 넘겨질까 봐,
아예 꺼내지 않는 쪽을 선택해 버립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대화가 오가지만,
정작 제 속마음은 아무에게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느낌.
그게 결국 “나는 혼자다”라는 결론을 더 굳게 만드는 것 같았습니다.
“하루가 너무 바빠서 외로울 틈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일과가 끝나면
몸은 지쳤는데 마음에는 이상하게 텅 빈 느낌만 남습니다.
할 일은 한 것 같은데, 기억에 남는 순간은 없고
스스로를 칭찬해 줄 만한 장면도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밤이 되면
“나는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바쁘게 살고 있는 거지?”
라는 허무함이 올라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저는 다른 사람에게 기대기만 하면서
정작 저 자신에게는 거의 관심을 주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제가 뭘 좋아하는지,
요즘 무엇이 가장 두려운지,
무엇을 하면 조금 덜 힘들어지는지…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거의 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사람들 사이에 있어도, 집에 있어도,
나와 ‘나 자신’ 사이의 거리가 계속 멀게 느껴지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어느 날,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조용한 카페 구석에 혼자 앉아 노트 한 권을 펼쳤습니다.
“그래, 한 번 솔직하게 적어보자.”
그날 저는 이렇게 세 가지를 써 내려갔습니다.
지금 가장 외로운 순간은 언제인지
그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무엇인지
그 상황에서 사실은 누가 내 옆에 있어 주었으면 좋겠는지
쓰다 보니, 놀랍게도
제가 원하는 건 **사람 수가 아니라 ‘단 한 사람’**이었습니다.
내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사람
“그럴 수도 있지”라고 가볍게 공감해주는 사람
해결책을 들이밀기보다 옆에 그냥 있어주는 사람
그리고 동시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사람을 바라는 만큼,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본 적이 있었나?”
그때 알게 됐습니다.
외로움은 단순히 혼자 있어서가 아니라,
연결감을 제대로 느끼지 못해서 생기는 감정이라는 걸요.
외로움이 하루아침에 사라지진 않았지만,
거기에 조금 덜 휘둘리기 위해
제가 스스로 해본 작은 시도들이 있습니다.
매일 저녁,
카톡 목록을 쭉 내려 보다가 떠오르는 사람 한 명을 골라
조금은 솔직한 안부를 보내 보기로 했습니다.
“요즘 조금 지쳐 있는데, 갑자기 생각이 나서 연락했어요.”
“오늘 기분이 좀 다운이었는데, 예전에 해주신 말이 자꾸 떠올라서요.”
처음에는 꽤 민망했지만,
의외로 많은 분들이 따뜻하게 답장을 보내주셨습니다.
그때 느꼈습니다.
“내가 외로운 만큼,
다른 사람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비슷하게 외로울 수 있겠구나.”
다른 사람과의 연결만큼
나와 나 자신을 연결하는 시간도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하루에 단 10분이라도,
가볍게 산책하면서 조용히 생각 정리하기
따뜻한 차 한 잔 마시며 오늘 좋았던 일 한 가지 적어 보기
휴대폰을 내려놓고 음악 한 곡을 온전히 듣기
이렇게 작은 루틴을 만들었습니다.
이 시간을 꾸준히 가지다 보니,
“나는 그냥 일만 하는 사람이 아니다.
내 삶을 느끼고 있는 한 사람이다.”
라는 감각이 조금씩 돌아오는 느낌이었습니다.
어떤 날은,
그래도 외로움이 너무 크게 밀려와
혼자 감당이 안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럴 때는 이제 예전처럼
억지로 버티려고만 하지 않고,
상담센터나 정신건강의학과 같은 전문 도움을 떠올려 보려고 합니다.
‘내가 이 정도로 힘들어도 되나?’
라는 생각이 먼저 들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런 생각이 드는 것 자체가
그동안 제가 얼마나 오래 혼자 버티려고 해왔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이제 저는 외로움을 이렇게 바라보려고 합니다.
외로움은 내가 잘못돼서 생긴 고장이 아니라,
“지금 내 마음을 좀 봐 달라”는 신호다.
그래서 예전처럼
“왜 이렇게 유난이냐, 그냥 참고 살아라”
라고 스스로를 다그치기보다,
오늘은 내 마음에서 어떤 신호가 오는지,
누구에게 솔직한 메시지를 한 번 보내볼지,
나 혼자만의 작은 루틴을 어떻게 챙겨볼지,
이런 것들을 하루에 단 한 번이라도 떠올려 보려고 합니다.
혹시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도
“나는 왜 아직도 이렇게 외롭지?”
라며 자신을 탓하고 계시다면,
그건 약해서가 아니라,
마음이 스스로를 더 살펴 달라고 보내는 SOS일지도 모릅니다.
그 신호를 그냥 무시하지 마시고,
오늘 하루만이라도 나 자신 편을 한 번 들어 보셨으면 합니다.
아주 작은 것부터, 우리 같이 다시 시작해 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