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마가 된 기분

한국의 입시스트레스는 누구에게나 적용된다




경주마가 달리는 것을 보면 좌우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볼 수 없게 눈가리개로 가려, 오직 앞만 보면서 달리게끔 한다. 주위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 앞만 보고 달리는 존재. 오로지 수능만 보고 달리는 우리네 수험생들과 비슷한 존재가 아닌가 싶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씻고, 밥을 먹고. 학교에 가면 이제는 수업도 사실상 자습에 가깝다. 오전 내도록 공부하고 점심을 잠깐 먹으면, 오후에는 또 다시 공부. 저녁을 잠시 먹고 학원에 가거나 인터넷 강의 듣기. 혹은 야간자율학습. 수능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와 다를 것이 없다. 월드컵이나 올림픽이 있더라도 눈가리개로 가리고 앞만 보고 달리는, 서글픈 삶이다.


대한민국에서 입시를 겪어본 이라면 누구든 알지만,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기 바로 수험생이다. 이는 우수한 성적을 거두어 원하는 결과를 얻은 이들에게도 적용이 된다. 의대에 합격한 이들도 한국 고등학교 시절을 그리 즐거웠던 시절로 회상하는 이들은 많이 없다. 종종 고등학교 시험범위와 의대과정의 학습양을 비교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고등학교 내내 수업하는 양이 의대에 오면 몇일만에 끝나는 수준이라는 류의 이야기, 반만 맞는 이야기라고 생각든다. 의대에 진학하여 어느정도 길이 잡힌 상태에서, 안정적인 마음가짐으로 공부하는것과 불확신성 속에서 공부하는것은 차이가 있다. 원하는 과에 진학하여 꿈을 이루기 위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는 과정은 훨씬 더 수월하다.


의대에 진학하여 주변의 동기들과 옛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일종의 무용담 같은 이야기를 서로 주고받고는 한다. 예를 들면 동기중 한명은 수능 전날 긴장때문에 잠을 못 잔 상황을 대비하여 밤을 샌 뒤 피곤한 컨디션에서 수능 기출문제를 풀어보았다고 했다. 입학후론 매사에 덩벙거리고 장난기가 많았던 친구인지라 고등학교때 그렇게 독하게 공부했던 모습이 상상이 가지 않아 의외의 모습에 주변사람을 놀라게 하였다. 하긴, 이 친구도 본인 고등학교에서는 1등을 하였을 테니 하곤 생각한다. 다른 한 친구는 수능 보는 도중에 갑작스런 소음공해가 발생할 수 있으니, 기출문제를 푸는 도중에 엄마에게 갑자기 탬버린을 쳐달라고 부탁했다고 하였다고 하니, 옆에서 거드는것이 일부러 동네에서 제일 시끄러운 까페에게 가서 공부하곤 했다고한다. 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이제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마치 대한민국 국가대표 양궁선수들의 훈련 이야기를 듣는것인가 헷갈린다. 얘기를 나눌때는 서로 웃었지만, 수험생 시절 얼마나 치열하고 절실하게 공부했던가 하는 생각이 든다.


본인도 한창 열심히 공부를 할 시절에는 해가 뜨기전에 독서실로 나가서 해가 다시 다 지고 난 후에야나 집에 귀가를 했던 시기가 있다. 특히 기억에 남는 날은 고등학교 2학년 12월 24일로, 그날 친구들과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고, 자정에 복도로 나와 서로 ‘메리 크리스마스’를 주고받으며, 크리스마스 기념으로 조기퇴근하고 아이스크림을 함께 사먹었던 기억이 난다. 집으로 돌아가는 춥고 어두웠던 길에서, 나중에는 이렇게 보냈던 시간들이 의미가 있기를 간절히 소망했던 기억이 난다. 해가 뜨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는 격언을 떠올리면서, 수험생 때는 힘을 내 공부하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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