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감염 탈출기
해발 700미터, 깊은 산골에 산다. 이 청정 지역에도 코로나가 덮쳐 주택 단지 내 일곱 식구들에게 동시 감염됐다. 범인이 누굴까 색출할 수는 없다. 누구든 외출을 하곤 했으니까.
이미 걸려 치료를 마친 사람들이 그랬다. 코로나 그거 감기 몸살 정도라고. 어떤 사람은 뭐 특별한 문제 없이 휙 지나간다고도 했다. 이런 분들에겐 3대가 덕을 쌓았나?
올해로 63세에 접어든 내게 그동안 살면서 받은 고통을 모두 합쳐 놓았다는 표현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저승사자 서너 명이 온갖 무기로 온몸을 짓밟았고, 죽음의 공포에 신음케 했다. 열 38.5도, 오한, 두통, 기침, 가래, 근육통, 인후통이 육신을 파고들거나 휘감았다.
이 가운데 발열로 인한 오한이나 인후통을 다시 경험한다면 119를 불러 응급실부터 갈 것이다. 침을 삼킬 때마다 바늘과 유리조각이 뭉친 듯 고통을 선사했다. 특히 물을 많이 마셔야 했는데, 고통을 빤히 알면서도 살기 위해 몸부림쳐야만 했다. 살기 위해 침을 뱉었고, 물을 넘겼다. 내 가슴 속에서 그토록 진하디진한 가래가 붙어 있었다는 것도 믿어지지 않았다.
의사의 진단은 냉혹했다. “확진됐으니까 지금부터 잘 들으세요. 환자에 따라 다른데, 어떤 환자는 쉽게 지나가기도 하도 어떤 환자는 심하게 아파요. 물론 사망에 이를 수도 있어요. 약을 지어 드릴 테니 격리 수칙 잘 지키도록 하세요.”
심하게 아팠던 사흘 동안, ‘물론 사망에 이를 수도 있어요.’라는 의사의 말씀이 머릿속을 파고 들었다. 지독하게 아프면서도 지나온 과거를 떠올렸다. 나에게 이런 고통이 오고,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면 분명 잘못 살아온 궤적이 있을 터였다. 그랬다. 그때 그 순간 잘못했던 과거가 여러 개 떠올랐다. 그 잘못 때문에 코로나가 와서 나를 데려가는 거구나, 참회에 참회를 거듭하며 정신줄을 바로 세웠다.
의사의 처방에 따라 그야말로 성실하게 약을 먹었다. 밥도 잘 먹었다. 마법 같은 순간이었다. 나흘째 접어들며 고통이 줄어들었다. 열도 내렸다. 여러 군데 통증이 덜했다. 목 통증도 완화돼 죽을 것 같은 느낌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아아, 이제 사는구나.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지만, 나는 죽지 않는구나.’
먼 산을 바라보며 코로나는 내게 무엇이었을까 돌아봤다. 그러자 딱 두 개의 단어가 떠올랐다. 그것은 ‘포맷(format)’과 ‘재부팅’이었다. 컴퓨터에서 모든 저장된 정보들을 지워내고 초기 상태로 되돌리는 게 포맷 아닌가. 나는 내 몸에 저장되었던 나쁜 것들을 모두 빼냈다고 위로했다. 그 동안 잘못됐던 내 몸의 시스템을 중지시키고 새로운 환경으로 재설정했다고 토닥였다.
그렇다고 해서 코로나 너! 다시는 내 몸에 손대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