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광두레의 역할
2020년 전 세계 관광시장은 코로나19로 인해 10억 명의 국제관광객이 줄어들어 30년 전 수준으로 후퇴할 정도로 큰 타격을 입고 있다. 한편, 인간의 이동이 멈추자 과잉 관광[Overtourism]으로 몸살을 앓던 이탈리아 베네치아 수로에 동물들이 다시 찾아오는 등 많은 관광지와 관광도시에서 생태계가 복원되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코로나19는 기후위기의 가속화와 사회적 양극화가 확대되고 있는 시점에서 어쩌면 인간의 삶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지도 모른다. 최근 관광으로 인한 다양한 환경적, 사회적 문제들이 제기되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가능 관광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으나 그 실천은 쉽지 않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전 세계가 잠깐 멈춤 하고 있는 지금이 바로 지속가능 관광으로의 전환을 위해 적극적으로 준비해야 할 시기이다.
지속가능 관광이란 지역의 환경적, 경제적,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긍정적 영향을 최대화하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관광을 말하며, UN이 설정한 지속가능 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와 같은 맥락에서 사회적 형평성, 경제적 효율성, 환경 보전을 추구하는 개념이다. UN은 지속가능 발전을 이루기 위해 인류가 공동으로 달성해야 할 17개의 지속가능 발전목표(SDGs)를 제시하였으며, 유엔 세계 관광기구는 관광이 SDGs를 달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특히, 빈곤층 감소, 성평등 보장, 좋은 일자리 확대와 경제성장, 불평등 해소, 지속 가능한 도시와 거주지, 책임 있는 생산과 소비, 기후변화 대응 등의 목표 달성에 있어 관광의 역할이 크다고 보고 있다.
2013년부터 시작한 관광두레 사업은 지속가능 관광 실현을 위한 국내 대표적인 모델이라 할 수 있는데, 지속가능 발전 관점에서 현재 관광두레는 관광객과 지역주민의 관계를 주체와 객체(혹은 주변인)의 관계에서 지역주민을 지역관광생태계의 핵심 이해관계자로 전환시킴으로써 관계성을 재정의 하였으며, 취약계층(여성, 이주민 등)의 사회 참여 확대 및 역량강화를 통한 불평등 완화, 공동체 가치를 바탕으로 한 지역관광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데 기여하고 있다. 관광두레 사업의 핵심 이해관계자는 지역주민과 관광두레 PD가 있으며, 이들은 단순히 관광 창업을 통해 지역관광에 다양성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이 사업을 통해 지역사회의 변화를 주도하는 체인지 메이커(Change maker)의 역할을 하고 있다. 지역주민이 관광두레 주민 사업체를 설립하기 위해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 내외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네트워킹을 통해 사회적 자본을 형성하며, 이를 기반으로 지역에 혁신성을 부여하고, 개인의 변화에서 그치지 않고 지역을 변화시키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관광두레는 지역 관광의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향상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으며, 관광두레가 지속가능 관광 실현은 물론 사회혁신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지역관광을 지속가능 관광으로 전환하기 위해서 이제는 관광두레가 한 단계 도약을 통해 공동체 기반 관광(Community-based tourism: CBT)으로 정착하고 지역의 지속가능 관광발전의 선도자가 될 수 있어야 한다. 관광두레가 지속 가능한 공동체 기반 관광으로 도약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방향성을 고민해야 한다.
첫째, 지역관광을 소비적 관광에서 생산적 관광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기존 지역관광에서 지역은 관광객의 욕구 충족을 위한 소비의 대상에 지나지 않았고, 지역 입장에서 관광객은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한 대상에 불과하였다. 소비적 관점에서의 관광은 일회성에 그칠 뿐이며, 지역은 관광소비자를 위해 자원의 무분별한 활용으로, 관광객은 지역에 대한 배려와 존중 없이 지역을 욕구 충족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위험이 존재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광객 유치 혹은 유인만을 위한 고민에서 벗어나 관광객과 지역주민 간의 관계 형성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지역주민과 지역 공동체가 주도하는 여행에서 관광객은 소비자가 아닌 지역을 방문한 손님으로 책임 있는 여행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관광을 통한 이익이 지역 내에서 공정하게 분배될 수 있는 지역순환경제 형태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
둘째, 관광기업의 개별 이익 추구에서 연대를 통한 공유가치 창출에 힘써야 한다.
좋은 일자리 확대와 경제성장 목표를 위해 관광두레 사업체의 설립 운영 형태를 협동조합이나 직원 소유 기업(종업원 지주제)으로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또한 관광두레와 지역 내 관광사업자, 공급자와의 연대를 통해 공유가치를 창출하고 공동체성을 회복함으로써 관광을 통해 사회혁신을 실천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 주주의 요구보다 종업원과 자신들이 속한 지역사회의 요구를 더 중요시하는 공동체 기반의 관광사업체가 되는 것은 기존의 열악한 관광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전환시켜 관광두레가 지역사회에 보다 탄탄하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할 것이며 연대 경제를 바탕으로 한 좋은 일자리는 지역 내 불평등을 해소하는데도 기여할 것이다.
셋째, 지역자원의 이용에서 지역자원의 재해석을 통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는 관광으로 바꿔나가야 한다. 경북은 역사적인 전통문화가 잘 보존되어 있어 그 원형을 활용한 역사문화관광이 주를 이루고 있는 지역이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보수성이 경북의 관광발전을 더디게 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현재 관광두레는 지역 고유의 자연・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하여 관광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으나, 이 차원을 넘어서 지역 고유자원에 대한 재해석과 혁신성 부여를 통해 살아있는 문화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이렇게 새롭게 만들어진 문화가 역사가 되어 미래세대에게 다시 관광의 자원이 될 수 있도록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새로운 관광문화를 만들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넷째, 환경의 소비에서 적극적인 환경 보전형 관광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관광은 자연자원에 의존도가 높은 산업으로 자연환경의 훼손은 관광산업의 지속성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하지만 자본주의 관점에서 적극적인 자연자원의 개발과 무분별한 관광소비를 부축이며 관광분야 역시 기후위기에 일조를 해왔다. 최근 관광객 증가와 함께 늘어난 쓰레기 처리 불능으로 제주도 쓰레기가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되었다가 다시 평택항으로 돌아와 처리되었다는 제주 쓰레기 여행의 사례는 관광의 양적 성장에만 집중했을 때 지역의 피해가 얼마나 심각해지는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또한 최근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발표한 기후위기 시나리오는 2030년 한반도 대홍수로 3백만 명 이상의 침수피해와 인천 국제공항의 완전 침수를 예측했다. 관광두레는 기후위기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생태관광, 책임 관광 등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형태의 관광을 확산시켜나가는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향후 관광두레가 공동체 기반 관광(CBT)으로 지역 내 정착하기 위해서는 지역순환경제, 연대 경제로의 전환 노력과 종업원 지주제 혹은 협동조합 등으로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고 공동체성을 강화해나가며, 생태관광과 책임 관광으로 적극적인 기후위기 대응에 중요한 역할을 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지역 소멸 위험지역(시군)이 82.6%를 차지하는 경북이 공동체 기반 관광을 확대해 나간다면 환경적, 사회문화적, 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한 관광을 실현하고, 이를 통해 경북이 관광소비의 대상이 아닌 함께 살고 싶은 지속 가능한 지역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위 글은 경북관광두레협력센터의 요청으로 지속 가능한 경북관광의 방향에 대해, 그리고 관광두레의 미래 방향에 대해 쓴 내용으로 '2020 경북관광두레 성과보고서'에 실린 글이다.
* Community-based tourism(CBT)는 지속 가능한 관광의 대표적인 모델로 국내에서 지역기반 관광, 지역사회기반 관광 등으로 번역이 되어 사용되지만 여기서는 공동체 기반 관광으로 연대, 상생, 공동체 정신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