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별 지구에서 거주불능 지구로

[책 읽기] 2050 거주불능 지구,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 지음

by 김남현

‘푸른 별 지구’ - 지금으로부터 50여 년 전, 1968년 아폴로 8호가 최초로 달 지평선 너머 떠오르는 푸른 지구를 사진에 담아 크리스마스 선물로 지구에 전했다. 푸른 지구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환호성을 외쳤던 인류는 이제 점점 그 영롱한 푸른빛을 잃어가는 지구를 맞이하게 되었다.

“상황은 심각하다.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저자는 이렇게 글을 시작했다. 기후위기, 기후변화, 지구온난화 등은 익히 들어온 말들이다. 하지만 위기가 늘 그렇듯 위기의 소용돌이 안에 있는 경우 우리는 종종 그 위기를 체감하기가 더욱 어렵다. 상황이 충분히 심각해지고 난 후에야 ‘아, 위기였구나!’를 알아차리고 후회를 하는 일들이 종종 있다. 많은 객관적인 사실들이 푸른 별 지구는 지금 위기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다고 말하고 있음에도 우리는 무지해서, 두려워서, 혹은 어찌해야 할지 몰라서, 혹은 막연히 희망으로 덮어버리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9791155401651.jpg 출처: 교보문고

2050 거주불능 지구는 종말로 치닫는 이 기후재난 시나리오를 가감 없이 던지며 모든 인류가 멈춰 서서 우리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를 볼 수 있도록 해준다. 저자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앞으로 30년 후 우리는 4억 명 이상이 물 부족을 경험하고 북위도 지역에서는 여름 폭염으로 수천 명이 사망할지도 모르는 지구에 살고 싶은지? 식량위기가 거의 매년 전 세계에 닥쳐오고 폭염 관련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9% 증가하며, 분쟁과 전쟁이 2배 많아질지도 모르는 지구에서 살고 싶은지? 아니면 해수면이 지금보다 약 40m 더 높아져 인류가 가꾸어놓은 해양 도시들을 대부분 잃게 되는 지구에서 살고 싶은지를 묻고 있다. 이는 지구 기온이 2도 증가한 경우, 4도 증가한 경우, 최소 5~8도 증가한 경우의 기위 위기 시나리오를 보여준다.


저자는 대중들에게 충격요법으로 지금 현실을 깨닫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인 듯 온갖 무서운 시나리오와 극단적인 용어를 동원하고 있다. 기후위기로 나타나는 이상 현상들은 이제 더 이상 자연재해가 아니라 ‘대량 학살’이 되어갈지도 모른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더욱 두려운 것은 과학적 지식과 연구 결과, 역사적 기록들을 바탕으로 한 많은 근거 자료들이 우리로 하여금 이러한 시나리오가 정말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이란 것을 부정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미 1997년 교토의정서를 체결할 당시에 2도 수준의 지구온난화가 기후재난의 출발점이라 여겼다. 그럼에도 인류는 협약 이후 20년 동안 아무런 성과를 이루지 못했고, 2016년 파리기후협약이 체결되어 기온 상승을 2도 이내로 유지하는 것을 전 지구적 목표로 삼았지만, 이 역시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였다. 또한, 기온 상승 2도 이내로 유지하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라기보다는 오히려 최상의 시나리오에 가깝다고 말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2021년 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6차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는 이미 평균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09℃ 상승한 상태이며,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410ppm)가 2백만 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고, 지표면 온도 상승, 해수면 상승, 얼음 유실 속도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쯤 되니 굳이 과학적 증거를 제시하지 않더라도 이미 우리는 이례적인 폭우, 가뭄, 열대 태풍, 극한의 기상 현상을 몸소 목격하고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 특히 지난 2020년에는 기후 이상 현상을 더욱 자주 목격하게 되었는데, 8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폭염으로 대형 산불이 발생해 서울 3배 면적이 불에 탔으며, 그리스에서는 섭씨 50도를 넘는 폭염에 일주일 동안 154곳에서 산불이 발생하고, 브라질은 때 아닌 폭설을 맞기도 했다.

이번 IPCC 6차 보고서는 지금까지 조심스러워했던 지구온난화의 원인에 인간의 활동이 있음을 명확하게 확인했다는 점에서 인류가 책임 있는 행동에 나서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책임은 누가 져야 하며,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저자는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일회용품을 줄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육식을 자제하고,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식으로 마치 개개인의 생활양식 변화가 중요하다고 호도하는 것에 반대한다. 기후위기의 문제는 개인 차원의 노력이 아닌 정치적 차원의 움직임으로 확장될 때만 의미가 있으며, 개별 국가가 아니라 인류가 운명공동체, 마치 ‘한 사람’처럼 생각하기를 권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기후위기에 얼마나 잘 대응하고 있을까?


2021년 11월 문재인 대통령은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참석해 2030년까지 탄소 배출 40% 감축,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하지만 지난 8월 탄소중립기본법을 제정하고 해외 석탄 투자 중단 선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시하였지만, 우리나라의 기후변화대응지수는 전체 64개국 가운데 59위 수준으로 여전히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국제적 공동 노력 없이는 어느 국가도 기휘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 놓인 지금 실질적인 변화를 위한 정책과 실행이 절실한 시점이다.


본격적으로 대선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제 기후변화대응이라는 공은 다음 정권으로 넘겨야 할 시점인 것이다. 인류가 맞닥뜨린 기후위기를 다른 국가들과 함께 손잡고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가 매우 중요한 시점에서 우리는 준비가 되어있는가? 아직 대선후보들로부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어떤 정책을 펼칠지 우리는 구체적으로 들어보지 못했다. 우리가 대선 후보에게 물어야 할 질문은 바로 탄소중립을 위한 정책, 기후위기로부터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가 말한 것처럼 개인으로서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플라스틱을 줄이고 분리수거를 하는 것보다 깨어있는 시민으로서 정치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 텀블러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죄책감을 느끼지 말고 ‘우리는 정치권에 제대로 된 질문을 하고 있는가’를 고민해 보자.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시키는 정책이 아닌 파리의 안 이달고 시장의 ‘내일의 도시’ 정책, 바르셀로나의 지속가능 스마트도시 정책처럼 삶의 시스템을 전면 수정하고 지속가능성과 삶의 질을 증진하는 정책은 무엇이 있는가를 묻고 또 물어야 한다.


출처: 김남현(2022). 푸른 별 지구에서 거주불능 지구로. 수이제, 창간호

이 글은 함께 공부하고 배움으로 소통하는 '연구공간 수이제'의 창간호에 게재한 글을 그대로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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