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커리어, 가정 그리고 공평성은 어떻게 얻어지는가

[책 읽기] 커리어 그리고 가정, 클라우디아 골딘 지음

by 김남현

지난 몇 세기를 돌아보면 남녀 성차별 문제는 많이 진전된 것이 사실이지만 평등을 향한 여정은 아직도 여전히 어렵게, 더디게 진행형이다. 성차별 이슈를 꺼내면 한편에서는 이제 성평등이 이루어진 것 아니냐? 오히려 여성 인권이 더 강화된 것이 아니냐는 불평 섞인 토로를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여전히 평등을 향한 길은 멀고 험난하다.


OECD 회원국을 중심으로 발표된 '성별 임금 격차(gender wage gap)'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여 년간 그 격차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OECD에 가입한 1996년부터 2023년까지 OECD 회원 38개 국가 중 성별 임금 격차가 가장 큰 국가로, 2023년 기준 31.2%의 차이를 보여 남녀 임금 비율이 1대 6.8수준이다. 이는 12.1%인 OECD 평균의 두 배 이상의 수치이다. 《경향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데이터를 통해 최근 10년간(2013~2022) 연도별·연령별 평균임금을 산출해 본 결과 여성은 보통 30~39세 사이에 임금 수준이 생애 최고점(약 209만~293만원)을 찍는다. 반면, 남성의 평균임금은 28~30세에 이미 약 214만~304만원으로 여성 임금의 최고점을 넘어선다고 보도하였다. 또한, 여성의 임금은 생애 최고점을 찍은 후 계속 하락하면서 남성을 한 번도 추월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성별 고용률 역시 2000년 여성 고용률이 50.1%가 되었지만, 남성 고용률보다 11.4%포인트 낮았으며, 2023년에는 남성 76.92%, 여성 61.36%로 남녀 차이는 15.56%포인트(p)로 나타났다. 이는 OECD 회원국 가운데 8번째로 큰 것으로 남녀 차이가 여전히 크다.

image01.png <사진 1> OECD 성별 임금 격차, 출처: OECD Gender Wage Gap Indicator (https://data.oecd.org)


미국의 성별 임금 격차 역시 OECD 평균보다 높은 17% 수준으로 연도별 감소 폭은 타 국가보다 미비하다. 지난 200년간 성차별 문제는 많은 진전을 보였고 오늘날 미국에서 기혼 여성 고용 금지나 동일 노동에 대해 여성에게 낮은 임금을 지급하는 등의 노골적인 차별은 찾아보기 힘들다. 또한, 최근 기업경영에서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여성 고용비율, 이사회의 여성 비율, 여성 임원 비율을 증가시키기 위한 노력, 남성 임원의 육아 휴직 사용, 남녀 모두에게 적용되는 출산 휴가 등의 처방을 하고 있지만 이러한 해법은 진짜 원인을 찾지 못하고 겨우 증상만을 치료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성별 임금 격차는 줄어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클라우디아 골딘 하버드대 교수는 미국의 노동시장에 여전히 남아 있는 성별 격차의 주요 원인뿐 아니라 그 변화의 동인을 밝힘으로써 2023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그의 저서 <커리어 그리고 가정>은 지난 한 세기 동안 미국 대졸 여성이 커리어 성취와 가정을 이룬 궤적을 추적하여 여전히 성별 임금 격차가 줄어들지 않는 것에 대한 보다 근원적이고 핵심적인 원인을 제시하고 있다.


골딘은 과거 100년 동안 여성의 일과 가정에 대한 열망과 선택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가를 설명하고 그 변화를 크게 다섯 개의 집단으로 구분하여 그 원인을 분석하였다. 집단1은 커리어와 가정 둘 중 하나를 선택한 집단으로 대졸 여성 3분의 1 미만이 자녀를 가지고 절반 이하의 여성은 결혼하지 않았다. 이 시대의 여성은 사회규범과 고용상의 규칙-‘기혼 여성 고용제한’ 제도-으로 일자리를 갖는 것조차 가로 막혀있었다. 집단2는 졸업 후 일자리를 먼저 선택한 다음 가정을 꾸린 집단이다. 이 집단은 커리어에 대한 열망이 있었지만, 당시 대공황 등의 외부요인으로 여성 고용에 제약이 있었다.


집단3은 가정을 먼저 꾸리고 그다음에 일자리를 가졌다. 커리어에 대한 열망과 성취를 보여주었으며 90% 이상이 결혼했고, 대부분 이른 나이에 결혼하고 아이도 가졌다. 이 시기의 여성들은 기혼 여성의 고용을 막던 제도가 없어지면서 취업할 수 있는 일자리도 많아졌고, 여성들의 열망도 달라졌다. 집단4는 1960~70년대 졸업한 세대로 커리어를 먼저 선택한 세대다. 부모세대로부터 교훈을 얻었고 의학기술 발달로 피임약이 개발되어 임신과 출산을 여성 본인이 통제할 수 있게 되면서 고소득 전문직 진출을 하고 커리어 성취를 우선순위에 둔 집단이다. 집단5의 여성들은 집단4의 여성들이 임신과 출산을 미루고 커리어 성취를 하면서 가정이 희생되는 것을 목격하면서 적극적으로 가정과 커리어 모두를 이루고자 한 세대이다.

image02.png <사진 2> 여성의 5세대 집단, 출처: Forbes (https://www.forbes.com)

그동안 남녀의 교육 수준, 직업 및 직종 선택의 차이로 남녀 임금 격차가 발생한다고 설명해왔지만, 이런 분석을 통해 골딘이 주목한 것은 ‘탐욕스러운 일자리(greedy work)’ 즉, 노동구조와 돌봄 시스템이었다. 그에 따르면 노동의 성별 격차는 과거 한 세기를 돌아보면 많이 줄었지만, 여성의 커리어 실현과 부부간 공평성의 달성을 위해서는 노동의 구조적 문제와 돌봄의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여기서 골딘이 말하는 ‘탐욕스러운 일자리’란 집에 아이가 있거나 그 밖에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있는 경우 부부 중 한 명이 집에서의 일(돌봄)에 대해 온콜(on call) 상태가 되는 임무를 맡았을 경우 이득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일이 탐욕스럽다는 말은, 가구소득을 높이기 위해 ‘부부간 공평성’이 내버려 져 왔고 계속해서 그러리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부부간 공평성이 버려지면 보통 성평등도 버려지게 마련이고, 여기에 전통적으로 이어져 오던 성별 역할 규범은 여성의 돌봄 책임을 더 강화하게 만든다.


우리의 노동시장은 장시간 근무, 예측 불가능한 일정, 퇴근 후의 온콜, 잦은 주말 근무 등을 요구하고 시간 사용의 유연성을 가장 적게 허용하는 탐욕스러운 일자리일수록 보수가 높아지는 구조로 되어 있어 가장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이 가장 많은 것을 얻게 되어 있다. 현재의 노동구조가 높은 소득을 얻고 커리어의 성공을 위해서는 언제나 온콜 상태로 장시간 근무를 하도록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가정의 일 또한(특히 자녀를 키우는데) 부부 중 누군가는 온콜 상태여야 한다. 이 말은 결국 남성과 여성의 불평등, 부부간의 공평성 확보가 어려운 가장 핵심적인 원인이 ‘시간’문제이며, 가정과 커리어가 서로 동일한 시간을 놓고 경합하는 관계로 상충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전통적 사회적 규범이 여전히 남아 있어, 여성이 가정의 온콜(아동 돌봄, 노인 돌봄, 가족 돌봄)을 담당하게 되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여성의 경력 단절로 이어지고 자녀를 양육하고 일정 시간이 지난 후 일자리로 돌아가더라도 이미 그 기간에 경력을 쌓아온 남성보다 낮은 임금을 받게 된다. 결국, 여성은 늘 커리어와 가정 둘 중 택일을 하도록 강요받아왔고, 둘 다 성공적으로 이루는 것이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골딘은 성별 임금 격차는 결국 사회규범, 노동구조, 돌봄시스템의 부족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노동구조를 변화시켜 시간상으로 유연한 일자리가 더 많아지고 생산적일 수 있게 만들어야 하며, 덴마크, 프랑스, 스웨덴 등의 국가처럼 정부가 돌봄 영역에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전 세계가 겪은 코로나 팬데믹은 인종, 계급, 성별에 따른 불평등을 더욱 명확하게 드러내는 확대경 역할을 했으며, 팬데믹 경제는 특히 여성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대졸 여성들이 경제적 타격을 입은 것은 상당 부분 돌봄 영역이 문을 닫은 데서 기인함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이는 돌봄 영역이 없으면 미국 노동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여성의 경제활동에 문제가 생기고 결국 경제 영역은 삐걱거리게 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우리나라는 초저출산 사회 및 초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이에 대한 원인과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문제가 되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극단적 인구구조의 원인은 크게 고용불안과 이에 따른 경쟁압력, 주거불안, 양육불안으로 나타났으며, 그 대책으로 노동시장의 구조 변화, 양육에 대한 부담과 불안을 낮추기 위한 가족 관련 예산 대폭 확대, 육아휴직 이용률 제고로 일-가정 양립환경, 아이 중심의 지원체계로 전환을 제시하였다. 대책 마련을 위해 사회 구조적 문제점은 잘 규명하였으나, 육아휴직 이용률 제고나 가족 관련 예산 확대 정도의 처방은 골딘이 말한 나타난 증상에 반창고를 붙이는 처방전이라 할 수 있다.


골딘이 제시한 다음의 세 가지 해법을 국내에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첫째, 유연성을 선택하는 것이 유발하는 비용을 줄이는 것으로 더 나아가 유연성 있는 일자리가 더 생산적인 것이 되게 해서 그런 일자리에서도 높은 보수를 받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둘째, 부모가 육아에 들여야 하는 비용을 줄여주기 위해 접근 가능한 아동 돌봄 서비스를 정부가 지원하고 이에 더해 부모, 조부모 등 노년층이나 기타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에 대한 정책도 필요하다. 셋째, 사회적 규범을 바꾸어서 가정과 커리어의 상충 관계가 젠더에 의존하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여성의 커리어와 가정, 그리고 부부간의 공평성 문제는 단순히 여성과 남성이 평등한가의 문제를 넘어서는 것으로, 이를 내버려 두면 한 국가의 인구구조와 경제 영역의 문제로 악화하여 국가의 경제 및 사회발전이 저해될 수 있음을 고려하여 보다 근원적 해법을 찾아가는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참고문헌

《경향신문》 (2023.2.23.) 여성이 평생 못넘는 벽 ‘28~30세 남성’

OECD Gender Wage Gap Indicator (https://data.oecd.org)

클라우디아 골딘(2023). 커리어 그리고 가정, 생각의힘

한국은행 경제연구원(2023). 「초저출산 및 초고령사회:극단적 인구구조의 원인·영향·대책」

《Forbes》 (2023.3.2.) A Century Of Women, Work - And Juggling Family https://www.forbes.com/sites/avivahwittenbergcox/2023/03/02/a-century-of-women-workand-juggling-family/?sh=923c8ae24832


이 글은 연구공간 수이제 2024년 3월호에 게재한 글입니다.

출처: 김남현(2024). 여성의 커리어, 가정 그리고 공평성은 어떻게 얻어지는가? 수이제(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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