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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막의 션샤인 Dec 03. 2022

아빠표 영어교육


 우리 아이들은 지금 국제학교를 다니고 있다. 한국과 UAE를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연속적이지는 않았지만, 실제 약 4년 반 정도를 외국 학교에서 공부 중이다. 지금 중학생인 딸아이의 경우, 초등학교만 다섯 군데를 다녔다. 1학년은 인천에서, 2-3학년은 영국계, 3-4학년은 또 다른 영국계, 5-6학년은 다시 서울에서, 그리고 6-7학년은 현재의 인터내셔널 스쿨을 다니고 있다. 거의 1년 반 만에 학교를 옮겨다닌 택이다. 국제학교를 영국계와 인터내셔널을 구분하는 이유는 학교마다 커리큘럼이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배우는 과목은 유사하나 영국을 중심으로 한 영국계 학교와, Internationl Baccalaureate (IB) 과정을 배우는 국제학교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나는 IB과정이 한국 교육의 희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중의 하나이다. IB에 대해서는 추후에 별도로 이야기해보려 한다.


 이런 환경 탓인지 우리 아이들은 어떤 학교에서든지 새로운 생활에 매우 빨리 적응해 왔다. 일단 학교를 재미있어하기 때문에, 새로운 학교를 가면 긴장하는 면도 있지만 흥미와 호기심으로 금방 그 학교에 적응해버린다. 그래서 가끔 아이들이 학교 생활에 좀 나태해졌다고 느끼면, '한 일 년 반 됐는데 다른 데로 옮겨야 되는 거 아니야~'라는 농담을 우리끼리는 한다.


 지금은 아이들이 영어 때문에 고생하는 일은 거의 없는 듯싶다. 하지만 국제 학교에 처음 입학할 즈음에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애들이 학교에서 수업이나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혹시 영어가 안돼서 다른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거나, 왕따가 되지는 않을지..'라고 말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런 일은 없었다. 두 아이 모두 축구, 수영, 농구 등 몸으로 노는 것을 좋아해서 친구들과 놀 때 그다지 많은 말이 필요 없었던 듯싶다. 어쨌든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영어 능력은 향상이 되었고, 몇 년을 살다 보니 지금은 그냥 자연스럽다.


 '아빠표 영어교육'이라고 이름 붙이기는 좀 부끄럽지만, 초창기에 우리 아이들만을 위하여 약 60강 정도의 '매일 10분 생활영어' 팟캐스트를 만들었었다. 그때도 주말부부를 하였기 때문에, 주중에 숙소에서 퇴근 후 매일 한 시간 정도 강의할 내용을 찾아보고, 녹음하고, 편집하여 아이들한테 보내줬었다. '입이 트이는 영어'와 ' Try again 영어회화 (중학교 교과서로 다시 시작하는)'를 기본교재로 하여, 아이들이 실 생활에서 바로 쓸만한 표현들을 찾아서, 문법과 함께 정리를 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고 재밌어했다. 우리 가족이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만들다 보니 흥미도 있었을 테고, 아빠 목소리를 매일 들으니 그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었을 것이다. 반응이 좋자, 나도 신이 나서 몇 달을 진심을 다해 준비했었다. 하지만 그것도 한참하자 시들시들해져서 자여스럽게 그만두었지만, 아직도 아이들은 그 파일을 갖고 있으며, '그래도 아빠 덕분에 그때 재밌게 영어 공부했었다'고 가끔 한 마디씩 해주면 그냥 그게 고맙다.


 그렇다고 나의 영어실력이 뭐 대단한 것은 아니다, '대충 영어로 먹고 살아갈 만한 정도'라고 표현하고 싶다. 해외에 근무하기 전에는 전형적인 코리안 스타일 영어공부만 해왔었다. 대학교 때부터 토익을 보면서, 독해 문법 위주의 실생활과 거리가 먼 영어 말이다. 그마저도 토익 성적이 높지 않아 여러 번 좌절하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해외 근무를 시작하면서 약 1년간 나의 영어가 비약적으로 발전했었던 것 같다. 당장 먹고사는 일에 직면하다보니 영어에 대한 집중력과 열정이 엄청났었다. 남들 다 하는 CNN도 들어보고, 프렌즈로도 공부해보고, 스피킹 학원도 다니고, 받아쓰기도 해보고.. 정말 이것저것 하다 보니 어디선가 얻어걸렸거니 싶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도움이 되었던 것은 위에서 말한, '입이 트이는 영어'와 'Try again 영어회화'였다. 나는 귀가 먼저 뚫려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일단은 외워야 된다. 'Try again 영어회화'는 중학교 교과서를 중심으로 단문을 암기하는 방식이며, '입이 트이는 영어'는 실제 우리 일상생활의 한 장면을 영어로 나타내어 말하기 연습을 시키는 방식이다. 당시 두 가지 책의 한 챕터씩을 매일 외웠다. 일단 외우고 외워서 그 내용이 자동으로 입에서 튀어나오게 만들어야 한다. 그럼 실제 그런 상황에 부딪쳤을 때 자연스럽게 입이 기억을 하고 그 문장이나 단어가 입 밖으로 나온다. 말하기가 돼야지, 상대방 말에 집중할 수 있어 리스닝이 되고, 자신이 말한 것을 그대로 써 내려가면 바로 라이팅이 된다.

 종종 영어를 좀 잘하고 싶다고 아내가 어떻게 영어공부 하면 되냐고 물을 때마다, 나는 위와 같은 방법을 이야기해줬었다. 하지만 아내는 안 해~


 얼마 전에 아이들과 함께 학교 선생님 면담에 참여했다. 각 과목별 선생님을 만나 과목 및 대입상담을 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이것저것 선생님들께 물어보다 내가 조금 버벅된 모습을 보이자, 아들이 말했다. '아빠, 도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뭐예요? 내가 말해줄게...' 허 걱, 이젠 밀려도 너무 많이 밀리는 느낌이다.


 참~ 여기서는 필리핀 사람이나, 파키스탄 사람이나, 인도 사람이나, 영국 사람이나... 누구나 다 쓰는 게 영어인데... 우리는 왜 영어 때문에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 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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