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막의 션샤인 Apr 02. 2023

9번째 라마단, 무슬림의 삶이란...


 지난주부터 라마단이 시작되었다. '라마단'이란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들이 한 달 동안 일출부터 일몰까지 금식을 하는 기간을 말한다. 중동의 라마단을 처음 맞이하였던 9년 전, 나는 성스러움과 두려움, 긴장과 불편함의 감정들을 동시에 느꼈었다. 만일 공공장소에서 물 한 모금이라도 먹다가, 경찰에 적발될 경우 엄청난 벌금이 부과되거나, 구치소에 구금될 수도 있다고 하여, 바짝 긴장하며 생활했었다.


 '라마단' 기간 중 무슬림들은 낮동안 진짜 아무것도 먹지 않아, 하루종일 축 처져 있거나, 신경질적으로 날카로워진다. 하지만 일몰 이후는 'Iftar'라는 애피타이저를 시작으로 잠도 안 자면서, 다음날 새벽까지 먹고 또 먹는다. 도대체 왜 이러는 것일까? 무엇을 위하여 이렇게 비효율 적이며, 건강에도 해로운 행위를 매년 반복해서 하는 것일까? 아마도 우리는 그들의 이런 삶을 절대로 이해할 수가 없을 것이다.


 정확한 통계는 모르지만,  전 세계 인구의 약 30%가 이슬람교도라고 한다. 우리가 흔히 아는 중동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유럽 등의 많은 지역 사람들이 이슬람교의 유일신인 '알라신'을 모시고 있다. 무슬림들은 실제로 '라마단' 기간이 다가오면 기쁨과 감동과 흥분의 감정들을 느낀다고 한다. '자신들의 삶을 반성하고 알라신께 좀 더 다가갈 수 있는 성스러운 기간'이라는 생각은 많은 무슬림들이 공감하는 것 같다.


 이런 무슬림들은 알라신 앞에는 누구나 평등하다고 하나, 국적별로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간다. UAE, 사우디, 카타르 등 소위 '석유로 잘 사는 나라'들은 대부분 10%의 로컬 아랍인들이 90%의 외국인들을 통제하며 살고 있다. 이들 나라에는 명문화된 계급은 없으나, 돈에 따라 움직이는 실질적인 계급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똑같은 알라신을 믿지만, '아랍 자국민'은 특별한 대우를 받는다. 국가에서 의식주를 모두 해결해 줄  뿐만 아니라, 교육, 취업, 노후까지 모든 것을 국가가 보장해 주기 때문에, 누구나 어느 정도는 잘 살 수 있는 나라가 바로 중동 산유국들의 자국민이다.


 반면, 수없이 많은 건설 노동자들의 삶은 비참하기 짝이 없다. 중동의 어느 공사현장에도 외국인 건설 노동자들은 미어터진다. 대부분 파키스탄, 인도, 베트남, 태국, 네팔,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및 아프리카에서 온 근로자들이다. 각 나라별로 종교는 다르지만, 중동지역의 특수성 때문에, 전체 거주인구의 70% 이상은 무슬림일 것으로 생각된다.


 이들은 50도 이상의 여름날에도 땅을 파고, 콘크리트를 붓고, 돌을 나르고, 망치질을 한다. 물론 한낮에는 쉬는 시간을 늘리기는 하지만, 온종일 체감온도 40도 이상은 유지되는 중동 여름은 그들에게는 정말 죽음의 날씨인 것이다. 보통 하루 10시간, 주 6일 근무를 하고 그들이 받는 월급은 80만 원~150만 원 수준이다.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는 휴가는 회사마다 다르지만 1년 또는 2년에 한 번 30일이 고작이다. 컨테이너 박스에 이층 침대를 두고 통상 세명~최대 여섯 명까지 한방을 쓴다. 다행히, 컨테이너 숙소의 에어컨은 빵빵하다.

 하루 쉬는 토요일이라고 공사현장 밖을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회사는 근로자 관리를 쉽게 하기 위하여 잠시의 외출도 몇 주에 한 번씩 밖에 허용해 주지 않는다.  무슬림들은 술을 마시지 않는다. 하지만, 30%의 비무슬림들은 분명 술을 먹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공식적으로는 그들에게 술이 허락되지 않는다.

 그들의 식사는 간단하다. 대부분 아침은 중동지역에서 '걸레빵'이라고 불리는 둥그런 밀가루 반죽을 한 빵에, 요거트, 치킨 소스등이 전부다. 점심, 저녁 역시 '비리야니'라고 불리는 밥에 닭이나, 소고기, 카레등을 얹어 먹는다. 우리 돈으로는 약 1,500원 정도면 한 끼가 해결된다.


 그들에게 과연 '인권'과 '복지'라는 것이 있기는 있는가? 이런 열약한 환경에서 도대체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그들을 볼 때마다 답답함과 미안함과 죄책감에 몸 서리 쳐진다. 같은 인간으로서 말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그들과 실제로 이야기를 나눠보면 내 생각이 틀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퇴근 후, 그들은 각 나라의 전통복장을 입고, 잔디밭에 앉아서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눈다. 가끔 나는 그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대부분이 친절하고, 낯선 사람을 환대해 준다. 굳이 고급 영어는 필요 없으며, 생존 영어 몇 마디와, 그들의 제스처, 표정등에서 그들의 감정을 어렴풋이나마 읽을 수 있다.


 대부분의 그들은 이런 그들의 생활에 행복해하는 것 같다. 매일매일 다섯 번씩 알라신을 만나고, 지금 생활은 힘들지만 여기서 내가 번 돈으로 고향에 있는 나의 가족이 배불리 먹을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한다고 했다. '흡족' 그들은 '만족'보다 한 단계 우위에 있는 '흡족'의 단계에서 '행복'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부러웠다. 그리고 감동했으며, 경의로웠다. 물론 그들도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전반적인 '행복'지수는 우리 한국인들보다도 훨씬 높아 보인다.


 어떻게 이런 멘탈리티를 갖고 살아갈 수 있을까? 사람이라 다르지 않을 텐데 말이다. 같은 무슬림으로서 산유국의 아랍 자국민들과 비교해 보면 당연히, 부럽고, 샘나고, 좌절감이 들고, 불안하고, 화가 날 텐데 말이다. 종교를 떠나서 어떤 인간이든 남과 비교하는 순간, 나는 불행해지게 되어있기 마련이니까 말이다.


'내 작은 행복에 만족할 수 있는 삶...' 이게 혹시 이슬람교의 교리가 아닐까?


그렇다고 이게 가능한 일인가? 파키스탄의 결혼제도를 듣고 나는 할 말을 잃었다. 2023년인 지금, 그들은 60~70년대 우리 부모님 세대의 결혼 풍습을 여전히 갖고 있다. 결혼식 전날까지도 배우자가 될 사람의 실물을 못 보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한다.

 통상적으로 서로의 사진은 사전에 교환하며, 결혼 전 가끔 문자 등으로 대화를 나눈다고도 한다. 하지만, 양가 부모님께서 정해주신 결혼식 날짜에 맞춰 휴가를 내고 가서 결혼하면 끝. 결혼 후에는 통상 신부는 시부모댁에 들어가게 되고, 남편은 다시 돈을 벌러 중동으로 돌아온다. 그 후, 위에서도 말했듯이 1년 또는 2년 후에야 신부를 만나러 본국으로 휴가를 간다. 운이 좋아 아이가 생기면, 그 아이는 몇 년에 한 번씩만 아버지를 보며 그렇게 자라난다. 그렇게 자라난 아이가 성인이 되고, 일을 할 때가 되면 다시 중동으로 오게 되고, 나이가 든 아버지는 그제야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 친구들에게 물어보았다. 만일 결혼식에서 만난 신부가 마음에 안 들면 어떻게 하냐고? "No Problem!" 어차피 어떤 여자를 만나든 사는 건 다 똑같을 것이기 때문에, 알라신과 부모가 정해준 그 여인이 그냥 나의 천생연분이겠거니라고 생각하며 그냥 산다는 것이다.


...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이런 의구심이 강하게 든다.

혹시 그들은 실제로 행복하지가 않지만, 종교라는 껍데기 속에, 나를 억지로 구겨 넣으며 현재생활에 만족한다, 만족해야만 한다고 스스로를 자학하고, 스스로에게 강요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삶을 살 수 있겠냔 말이다.


 이것 역시 나의 오만과 편견이겠지... 내가 모르는 세계, 그들의 삶에 대해 함부로 평가하지 말자.

작가의 이전글 "공부 못하면 저렇게 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