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후후

잠은 참 귀하다.


내가 언제부터 잠자는 것을 좋아했었나, 생각을 해 보면 근 2,3년 사이에 난 잠의 힘을 믿고 또 잠을 신뢰하는 사람이 되었다. 깨끗하게 씻고 내가 좋아하는 향기가 나는 따뜻한 방에서 이불에 누워, 어떠한 소음도 없이 깨지 않고 푹 자는 잠. 그 누구의 방해도 없이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른 채 드는 잠이 나는 참 좋다.


하지만 모든 것이 다 갖춰지지 않아도 난 어디에서나 잘 잔다. 출장엘 가서 묵게 된 허름하고 먼지 날리는 모텔방에서도, 기침이 나와서 마스크를 끼고 자는 상황에서도 항상 룸메이트들은 나에게 너처럼 죽은 듯이 잠을 잘 자는 사람은 오랜만이라고, 우리 엄마. 아빠도 항상 입을 모아 얘기한다. 너는 참 잘 잔다고. 내 친구들과 주변 몇 지인들은 내가 전화를 했을 때 제때 받는 상황이 거의 없다고 얘기한다. 만에 하나 전화를 제때 받으면 십중팔구는 막 자다 깬 목소리라고. 난 그 말에 슬며시 기분이 좋아졌다.


아무것도 고려하지 않고 푹 자는 잠만이, 고민 없는 내 삶을 대변해 주는 것 같아서 나는 잠이 좋다. 아니, 있던 고민도 없애주는 게 잠이 아닐까. 왜 잠이 보약이라는 말도 있잖아. 그래서 잠에서 깬 뒤 핸드폰에 밀린 연락을 쭈욱 내리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나는 꿈꾸는 것도 좋고 잠에서 허우적대며 시간을 걷는 것도 좋다. 예고 없이 잠에 들었다 깨어 하염없이 흘러간 시간을 볼 때면 다들 모호한 감정을 느낀다던데 난 뿌듯한 감정이 앞서고, 기분 좋은 미소로 몸을 일으킨다. 낮잠을 자다가 밤이 다 되거나, 밤잠을 잤는데 늦잠을 잔다거나. 하는 경우 모두 다 나에겐 너무 귀한 일상이다. 아 그런데 솔직히 얘기하면 난 전자의 경우를 더 선호한다. 밤이 되면 할 수 있는 게 더 더 많아서. 세상에 내 나이 스물셋인데 이렇게 잠자는 게 좋을 수 있을까 싶어 이야길 꺼내면 주위 사람들은 누워 있는 걸 안 좋아하는 사람이 있냐고 얘기한다. 한데, 난 누워 있는 걸 좋아하는 게 아니라 잠에 드는 걸 좋아하는 거다. 모든 걸 다 제치고 잠을 택하고 싶을 만큼 잠을 좋아한다.


누군가에게는 염려의 소리도 자주 들었다. 잠이 회피의 일종이래, 현실세계에서 도피하고 싶을 때 잠에 드는 거래. 아니라고 할 순 없다. 아니 맞아. 내가 잠을 좋아하기 시작한 2,3년 전을 돌아보면 밀려오는 감정에 어쩔 수 없이 눈을 감았던 때가 잦았다.


누군가에게나 회피하고 싶은 시간들은 있기 마련이고. 그니까 뭐 별 문제 될 거 없잖아? 방법을 찾아서 다행인거지. 술이나 담배, 게임 뭐.. 그런 류로 생각하면 잠이 더 낫지 않나? 혼자 읊조리는 시간이 잦아졌다.


그럼 어째 난 혼자 잠자는 게 좋단 말이야

나는 오늘도 잠에 들고 싶다 꿈도 꾸고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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