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산타가 된 날들
배움의 시작은 언제나 설렘으로 가득하다. 플로리스트를 시작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잘해야겠다'는 욕심이 가득했던 그때,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이토록 꽃과 가까이 지내게 될 줄은 몰랐다.
꽃이 많아지자 자연스레 매주 누군가를 만나게 됐다. 약속이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작은 꽃다발을 준비했다. 마치 사계절 내내 선물을 전하는 산타가 된 것 같았다. 받는 이의 얼굴에 피어나는 미소를 보는 것, 그것도 내가 직접 만든 꽃으로 기쁨을 전하는 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즐거움이었다. 어쩌면 내가 더 큰 선물을 받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꽃집 일상은 생각보다 고됐지만, 그만큼 특별한 순간들로 가득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하는 물갈이 작업은 하루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의식 같았다. 큰 테이블 위에 그날의 꽃들을 한데 모아놓으면, 그 광경이 너무 예뻐서 매번 사진을 찍곤 했다. 지금도 그때 찍은 사진들을 보면 그날의 향기가 되살아나는 것 같다.
야외에서 진행했던 플라워 오브제 프로젝트들은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여러 사람과 함께하는 창작의 순간들, 그 속에서 피어나는 아이디어들은 늘 새로웠다.
물론 모든 순간이 꽃처럼 예쁘지만은 않았다. 논현동 먹자골목 1층이라는 위치 때문에 여름이면 가끔 마주치는 바퀴벌레와의 불청객과의 만남은 지금도 아찔한 기억이다. 꽃을 다루는 사람이 벌레를 무서워한다니, 꽤나 모순적이지만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되었다. 지금도 작업실 문틈마다 방충용품을 꼼꼼히 설치하는 습관은 그때의 트라우마 덕분이다.
바쁜 날이면 동료들과 함께 치밥을 먹으며 야근을 하곤 했다. 곰스 603의 갈릭치킨밥 브런치는 우리의 단골 메뉴였다. 지금은 그곳에 갈 수 있어도 먹을 수 없지만, 그때의 맛과 웃음소리는 여전히 생생하다.
창업을 결심하게 된 것은 어쩌면 필연이었는지도 모른다. 사장님이 추천해 준 다른 일자리들도 있었지만, 3시간이 넘는 출퇴근 시간과 획일화된 웨딩 꽃 작업은 내가 꿈꾸던 것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래서 시작했다. 아주 작게, 플리마켓의 두 테이블로.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가 참 행복했다. 작은 것에도 기뻐하고, 새로운 시도에 설레던 그 마음이 지금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플리마켓의 작은 테이블에서 시작된 꿈은, 이제 더 큰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다.
P.S. 꽃과 함께한 시간들이 내게 가르쳐준 것: 설렘도, 두려움도, 모두 성장의 순간이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