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책 데이트

1. 책은 맛없어

by 민트보라

유튜브에 빠져 있는 하영

“하영아~”

불러도 불러도 대답 없는 하영.

“하-영-아~”

화면에 빠져 큭큭 웃느라 바쁜 하영.

엄마가 문을 벌컥 연다.

“뭐하는 데 대답도 안 해?”

후다다닥 보던 유튜브를 끄는 하영.

“너 또 영상보고 있는 거야? 핸드폰, 태블릿, 유튜브.. 그런 미디어 좀 그만보고 제발 좀 책 좀 읽어라. 그런 영상만 자꾸 보고 있으면 바보 돼. 생각이 없어진다고”

오늘도 엄마는 책을 읽으라고 잔소리다.

책을 읽어야 문해력도 좋아지고 생각 있는 사람이 된다고.

책 속의 훌륭한 위인들도 다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하영이도 그건 안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서 알고 있다.

사실 엄마뿐 아니라 학교 선생님도 학원 선생님도 다 얘기한다.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그런데 문제는 하영이에게 책은 정말 재미가 없는 물건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동화책, 위인전, 과학책, 역사책 별의 별 책들을 반강제로 읽긴 했지만 하영에겐 그저 까만 글씨일 뿐 재미가 없었다. 그나마 재밌었다고 하면 만화책? 아님 엄마아빠가 읽어주던 그림책 정도??

하영은 생각했다.

‘사람들은 왜 책을 읽는 거지? 이렇게 재미가 없는데. 다들 정말 이상해!‘


잠시 후 하영은 엄마의 윽박에 어쩔 수 없이 책하나 펴고 침대위에 기대있다.

진짜 읽기 싫다. 책에 연예인 포토카드라도 껴놓고 읽는 척 하고 싶지만 아마도 책 다 읽었다고 하면 무슨 내용 있었는지 엄마표 테스트 들어가시겠지?

어휴 그냥 대충이라도 읽고 읽었다고 해야 할 텐데,,하영의 머릿속은 자꾸 상상 들어가신다. 하영이 그토록 좋아하는 비치에스 알렘이 책 속으로 들어오는,, 히히.. 알렘을 보고 있으면 안 그러려고 해도 웃음이 자꾸만 삐질삐질 새어 나온다.


그 때 방으로 들어오는 동생 호영.

하영은 엄마인줄 알고 깜짝 놀라 책 본 척 자세를 잡는다, 이런.. 엄마가 아니잖아?!. 인상을 팍 쓰는 하영.

“야 노크 좀 해!”

호영은 대꾸도 없이 우스운 표정으로 짱구처럼 엉덩이를 흔들어 보인다. 그러고는 하영이 방에 있는 책장으로 가서 과학책을 집어든다.

“야, 그거 내 책이야!”

하영이 소리를 벅 지른다.

“누난 잘 읽지도 않잖아?!. 아끼면 똥! 돼!!.”

“(심통나서 소리버럭)뭐라고??”

“똥또로동똥 똥똥~ 똥또로 동똥똥~”

메롱하며 나가는 호영.

“아~이 진짜 짜증나. 쟨 뭐가 재밌다고 지꺼도 모자라서 남의 것까지 다 읽느라고 난리야. 쟤 때문에 괜히 나만 더 혼난다니까.”

하영은 책 때문에 짜증이 머리끝까지 올라붙는 느낌이다. 하지만 알렘 오빠 얼굴만 보면 짜증이 왠말, 모든 스트레스가 사르르 녹아 없어진다.

손을 곱게 모으고 알렘의 사진을 들여다보는 하영.

“알렘 오빠는 내 구세주야!. 오빠가 아니었으면 난 아마 새까맣게 재가 되어버리는 처참한 불덩이 신세일지 몰라. 태양보다 더 뜨겁게 불타오르다 장렬하게 꽥-”

하영은 자신이 완전히 사그라 없어지는 것처럼 쪼그라드는 척 연기한다.

사진 속 윙크하고 있는 알렘의 모습.

“이봐이봐 나를 향해 이토록 달콤한 윙크를 날려주시잖아!”

알렘의 포토카드를 보며 입이 귀에 걸린 하영, 스스로에게 알렘 목소리를 흉내내며 말한다.

“하영아, 너무 스트레스 받지마. 오빠가 있잖아!”

“네에~ 오빠앙~”

하영의 목소리가 간드러진다.

“엄마, 누나 책 안 읽고 또 포카만 봐!”

빼꼼히 누나방안을 들여다보던 호영, 문을 벌컥 열고 엄마에게 이른다.

“야, 김호영!”

호영에게 다시 또 소리치는 하영, 짜증나 미치겠다.

그때 갠 옷들 들고 지나가며 한심스럽게 쳐다보는 엄마,

“야, 책을 좀 그렇게 읽어라. 으이구 정말”

민망하고 화가 나서 인상 확 구기는 하영, 침대에다 주먹을 쾅쾅 구른다.


국물에 밥까지 말아 싹싹 긁어먹은 라면 냄비.

하영은 배불러 기분 좋은데,

엄마는 그런 하영이 못마땅하다.

“당근은 여기까지야. 이젠 진짜 안 봐준다. 어떻게 방학 내내 유튜브만 끼고 사냐? 제발 책 좀 읽어라. 책이 무슨 라면 받침인줄 알지 넌.”

냄비 밑에 있던 하영의 책 흔들어 보이는 엄마.

‘4학년이 꼭 읽어야 할 도서 베스트3’ 보인다.

“호영이 봐봐. 안 시켜도 혼자 잘 읽잖아.”

“저건 그림책이잖아”

식탁 앞에서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팝업북을 보며 재밌어하는 호영.

“누나? 책이 요렇게 연극하는 사람들처럼 살아 움직이면 좋겠다. 그지?”

“아~니. 책은 안 움직이거든. 글자가 막 혼자 움직이냐? 대신 책을 이렇게 도끼로 쓸 수는 있지!”

자기 책으로 호영의 팝업북을 내리찍는 하영.

“아~ 뭐야. 누나! 다 구겨졌잖아!!!”

메롱하며 자기 방으로 도망가는 하영, 호영이 밖에서 소리치는 소리 듣는다.

“누난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도 몰라? 여기 보면 엘리스가 토끼랑도 얘기하고 커졌다 작아졌다 하잖아. 나도 한 번 그러고 싶단 말야~”

하영은 호영이 말이 어이가 없다. 혼자 신나서 하하하 박장대소 웃는다.

‘엘리스? 엘리스가 된다고?’


사실 라면받침으로 쓴 책은 방학 숙제로 읽어가야 하지만 하영은 격렬히 최대한 늦게까지 미뤄두고 싶다.

그래서 오후 내내 알렘이 나오는 유튜브 채널을 틀어놓고 포카(포토카드) 탑꾸(탑로더꾸미기)중인 하영.

호영이 들어와 택배포장 하나를 건네준다.

“누나 꺼래”

“아 진짜? 벌써 왔나? 몇 주 걸린 댔는데...아싸!”

며칠 전 시킨 알렘 솔로 앨범인가 싶어 눈을 반짝이는 하영, 신이 나서 택배포장을 풀어본다.

책이다.

“아~ 뭐야. 또 책이야?”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랑 비슷한 분위기의 책이다.

“엘리스? 아, 우리 엄마 진짜 질린다 정말”

엄마가 시킨 책이라 단정해버리는 하영. 책상 위에 그냥 던져둔다.

대신 하영은 포카에 하나하나 정성껏 파츠를 붙이는 데 온 신경을 쓴다.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마지막 하트 파츠를 붙이고 나서 대단한 작품하나 완성한 듯 기분이 너무나 좋은 하영,

그때 엄마 목소리 들린다.

“하영아, 엄마아빠 호영이 데리고 나갔다 올거니까 책상 좀 치워놔. 와서 안 치워져 있으면 알아서해.”

알았다고 건성으로 말하며 투덜대는 하영.

“맨날 알아서 하래. 흥”

하영은 침대에 누워버린다.

그럴 줄 알고 방문을 확 여는 엄마.

“하려던 중이야!”

하영, 깜짝 놀랐지만 아닌 척하며 포카를 들고 책상 앞으로 간다.

무심코 책상 위 책을 본다.

“엘리스? 흠,,, 뭐,, 우리 알렘 오빠가 나오는 책이 있다면? 그럼 내가 당장 봐주지.

아니지 까짓것 내가 엘리스처럼 알렘 오빠 팬미팅에 짠하고 나타나서 사인도 받고, 데이트도 하고.. 그럼 그날은 완전 생파나 마찬가지겠는데!”

포카에 손하트를 날린다.

포카를 한 손에 들고 책을 들어 표지를 넘겨보는 하영.

그런데 책 속에 글씨가 없다?? 후루룩 넘겨봐도 글씨가 없는 흰 종이 뿐.

아니 무슨 이런 책이 있지? 책이 아니고 그냥 공책인가? 어이가 없는 하영.

그때 아빠가 부르신다. 이상하다 싶은 책 사이에 알렘의 포토카드를 놓고 나가는 하영.

책이 바람에 날려 스르륵 넘어가다 닫힌다.


신발 신고 밖으로 나서는 엄마, 아빠, 그리고 호영.

“하영아, 혼자 있을 수 있지?”

“아빠, 나 애 아니거든?”

“아빠 엄마 좀 늦을 수도 있어서 그래. 엄마말대로 책상치운 다음에 책 좀 읽고 있어”

“싫어. 아이 짜증나”

“왜 짜증나는데?”

“읽으려고 하고 있는데 읽으라고 하니까 짜증나지.”


다시 방으로 돌아온 하영은 뾰루퉁해서 책상을 정리하는데,

“하영아!”

누군가 하영을 부른다.

“아 또 왜에?”

하영은 신경질을 내며 돌아보는데..

아무런 대답이 없다.

“아빠? 아빠아?”

밖을 향해 불러보지만 역시 조용.

‘뭐지? 귀신?’

하영이 당황스러워하고 있는데,

“하영아! 여기.”

놀라 자기 방을 휙 돌아보는 하영.

아까 그 백지책 쪽에서 들리는 것 같다.

다시 책을 펴는 하영, 책 사이에 보이는 포토카드. 자연스레 미소 짓는 하영.

그런데 사진이 왠지 움직이는 것 같다. 악- 아니 진짜 움직인다.

하영을 향해 손을 흔드는 알렘.

“어멋- 오빠?”

씩 웃으며 하영이게 손을 내미는 알렘.

하영은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어안이 벙벙하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 알렘의 손을 잡자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하영.

월, 수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