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이 Feb 23. 2024

10화. 고정 지출보다 무서운 것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항목이 늘어나면 어쩐지 쓸 돈이 자꾸만 줄어드는 것 같아서 답답해진다. 공과금, 학원비, 관리비, 보험료...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다 보면, 그것 외에 비정기적으로 지출되는 것에 대해서는 제대로 관심을 가질 틈도 없이 하루하루가 지나가버린다. 가장 관리가 안되던 것이 식비였는데 부분이 이제 제법 관리가 되고 있으니 비고정 지출에 관심을 가지게 탓도 있다. 


고정지출, 통장 쪼개기로 식비 지출. 그리고 나면 나머지는 신용카드 사용이다. 예전에는 대부분의 지출이 신용카드여서 가계부를 쓸 의지조차 없었지만 지금은 하나하나 관리하는 재미가 붙어서 체크카드 사용 비중을 늘려보려고 하는 중이다. 체크카드와 신용카드를 함께 사용해 보니 확실히 차이가 느껴진다. 일단 신용카드는 상한선이 내 수입보다 높다는 점에서 사용할 때 느끼는 불안감이 있다. 또 더 써버릴까 봐. 하지만 체크카드는 잔액을 보면서 매번 합리적 소비인가를 떠올리게 된다.


이번달의 신용카드 지출 항목을 보면 병원 지출이 많다. 아파서 가기도 했고, 필요한 검진들이 있어서 가기도 했다. 병원 지출만 217,000원. 그리고 가족들과는 전혀 무관하게 나 혼자 쓴 돈. 예산과 상관없이 지출된 책값과 인센스, 인센스 홀더 같은 것들이 20만 원가량이었다. 필요에 따라 지출된 것인가 하는 것보다, 예상에 없던 지출을 했다는 게 문제겠다!


예전 같으면 모아놓은 지출이 다 필요한 것들이고 고생한 나를 위해 이 정도는 쓸 수 있는 건데 싶어서 별 생각이 없었을 텐데 이제는 이런 생각을 경계하는 편이다. 오히려 예정된 지출인가를 염두에 두려고 노력한다. 그동안 예정에 없던 지출이 불러들인 빚이 있으므로.



다만, 아직 조절이 잘 안 될 때가 있긴 하지만.









가계부를 6개월 동안 쓰면서 300만 원 가까이 되던 빚을 모두 청산했다. 

그리고 다시, 조금 빚이 생기기 시작했다. 청산했다는 것은 가계부 쓰기 전에 이미 있던 금액이고, 다시 조금씩 생긴 건 예비비가 없어서 그런 것이라 기준을 나눠봤다.


2024년이 되면서 처음으로 연간계획을 세워봤는데 제대로 된 건 아니지만 결론적으로는 예비비가 꼭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데 나는 예비비는커녕 빚 청산하기에도 급급했으니. 뭐가 문제인지 알고 있다는건 다행이지만 예비비는 도대체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실은, 그래서 작년에 카카오 26주 적금을 시작했는데 다음 주면 만기가 된다. 이 돈은 그동안 예비비가 없어서 커버하지 못한 지출에 쓰일 예정. 냄새도 없이 구멍난 곳을 메울 예정이다.(아.. 쓰고 싶다..) 올해는 미리 예비비를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에 푼돈을 모으는 적금을 활용해서 그때그때 방어를 해볼 생각이다.



비고정 지출을 잘 관리하지 못하면 이렇게 허덕이며 모은 예비비로도 모자라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 진짜 겁나는 건 더 이상 고정지출이 아니다. 오히려 고정 지출, 통장에 예산을 정해둔 지출들은 조금 답답하긴 해도 무섭지는 않으니까.



이제, 비고정 지출과 전쟁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9화. 차려주는 밥상이 그리울 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