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까만 밤, 쏟아지는 빗줄기
쩌저적-
칼날 같은 불빛
세상을 가른다
성난 하늘 따라
절망이 번개처럼 내리꽂히는 순간,
나는 이 작은 방구석에 숨는다
창문을 덮친 굉음은
내 심장을 겨누고,
나는 한낱 나뭇잎처럼 파르르-
힘없이 떨어진다
서슬 퍼런 어둠 지나
맑은 밤 오기까지,
번개는 수없이 내리칠 것이나
나는,
쓰러진 나무뿌리처럼
땅속 깊이 나를 묻으리라
검게 찢긴 하늘 아래,
두 눈 부릅뜨고 버티리라
그리하여
칠흑 같은 어둠도,
내 심장을 꿰뚫는 불빛도,
모두 알지 못하리라
낙뢰의 불길 견뎌낸 나무기둥
심연(深淵) 깊이 뿌리내리고,
온몸으로 어둠 끌어안아
마침내, 나의 새벽을 밝히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