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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의 처음이었다

by lululala


너는 나의 처음이었다



꾹꾹 눌러쓴 어제의 상처.
말라버린 탁주(濁酒)에 길을 잃고 비틀거려도,

가난한 마음 달래며 얼룩진 여백 채운다.


보잘것없는 신념

달콤한 유혹에 취해 속절없이 녹아내려도,
불안과 미련 가득한 내 서툰 언어로

연둣빛 꽃망, 새하얀 봄 꿈꾸었다.


그렇게 너는, 멍든 가슴 안고 단단하게 피어났다.


하지만 무엇이 그리도 겨워,

만개하지도 못한 그 작은 꽃잎 떨구고

너는, 힘없이 사그라지는 촛불처럼 희미해졌나.


한겨울 서릿발 매서운 바람 할퀴어

눈비늘 속 감추었던 몽우리, 겨우내 벗기어 맞은 봄.

그 작고 여린 꿈 이리도 쉽게 잃어버렸나.


마음 둘 곳 없어 흔들리는 심지(心志).

차갑게 식어가는 너의 가냘픈 불씨에

내 마지막 숨결 불어넣는다.


메마른 들판에 버려진 나의 숨죽인 봄.

잊혀진 계절 부둥켜안고 련히 되다.

사라져 가는 그 모든 순간, 너는 나의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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