꾹꾹 눌러쓴 어제의 상처.
말라버린 탁주(濁酒)에 길을 잃고 비틀거려도,
가난한 마음 달래며 얼룩진 여백 채운다.
보잘것없는 신념
달콤한 유혹에 취해 속절없이 녹아내려도,
불안과 미련 가득한 내 서툰 언어로
연둣빛 꽃망울, 새하얀 봄 꿈꾸었다.
그렇게 너는, 멍든 가슴 안고 단단하게 피어났다.
하지만 무엇이 그리도 힘겨워,
만개하지도 못한 그 작은 꽃잎 떨구고
너는, 힘없이 사그라지는 촛불처럼 희미해졌나.
한겨울 서릿발 매서운 바람 할퀴어
눈비늘 속 감추었던 몽우리, 겨우내 벗기어 맞은 봄.
그 작고 여린 꿈 이리도 쉽게 잃어버렸나.
마음 둘 곳 없어 흔들리는 심지(心志).
차갑게 식어가는 너의 가냘픈 불씨에
내 마지막 숨결 불어넣는다.
메마른 들판에 버려진 나의 숨죽인 봄.
잊혀진 계절 부둥켜안고 아련히 되뇐다.
사라져 가는 그 모든 순간, 너는 나의 처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