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수많은 노래 가운데
너는 단 하나.
그리움에 젖은 메마른 숨결로
소리 없이 불러본다.
지난겨울, 기나긴 심연(深淵)의 밤 지새우고
꽃망울 피워낸 너는,
찰나의 아름다움 잃어버리고,
시들어가는 꽃처럼 고요히 저물어간다.
나를 닮아 간절히 보듬었던 너를,
추억, 그 덧없는 이름만을 남긴 채
기약 없이 떠나보낸다.
너는, 빛이 닿는 모든 곳에서
나 없이도 빛날 테니,
나를 잊고 타인의 이름으로 살아갈 테니.
오늘도 나는,
지우려 할수록 더 깊이 각인되는 너를
하릴없이 지워간다.
수만 번 쓰고 지운,
애달프도록 닳아버린 손으로
이름 없이도 빛나는 너를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