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다른 골목에 다다랐을 때,
걸어온 발자국을 아까워하지 말자.
몸보다 무거워진 마음에,
발걸음 쉽게 떨어지지 않거든,
잠시, 그 자리에 멈춰 서자.
풀려버린 신발 끈 고쳐 매고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보자.
돌아가자.
돌아가는 것도 길이다.
닳아버린 꿈을 움켜쥔 채
막힌 담벼락을 두드리지 말고,
숨을 고르며,
다시 길을 찾아야 한다.
뜻대로 되지 않는 날들이
움켜쥔 손안에 가득 쌓여도,
메마른 손을 펴야
비로소, 살아있는 것을 잡을 수 있다.
돌아서는 것은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더 단단해지기 위한,
한 번의 숨 고르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