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돌아 나옵니다.
돌담 모퉁이에 놓고 온
어린 날의 기억 한 조각 찾아 나옵니다.
돌담 아래엔 아무도 없고,
기억을 잃은 소년 하나
주머니 속 구슬을 더듬으며 서 있습니다.
소년은 문득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푸르른 하늘이 눈이 부셔
구름 없는 하늘이 문득, 원망스럽습니다.
나는 소년을 지나쳐 갑니다.
소년을 잃어버린 나는,
하늘도, 햇살도 기억나지 않아
덕수궁 돌담길을 괜스레 돌아갑니다.
발자국 하나 남지 않은 돌담,
멈춰 선 바람은 말이 없고,
낮게 드리운 그림자가
바스락거리며 따라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