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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발자국이 없다

by lululala


이별, 발자국이 없다



발자국이 없다.

쏟아지는 빗줄기에 기억을 지운 너,

잃어버린 시간 속 흔적이 없다.


향기라도 남겨두지.

잠시 스쳐가는 숨결의 내음조차,

너는 내게 허락하지 않았다.


눈부신 미소로 다가온 너는,
목적지도 없이 헤매이는 나를 두고,
무정(無情)히도 웃으며 떠난다.


차라리 그때,
나를 스쳐가지 않았더라면,
이 거리는 기억조차 젖지 않았으련만.


하릴없이 너의 발소리를 따라 걷던 나는,

돌아갈 곳을 잊은 채,
내 발자국마저 지워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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