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살 고양이 달이의 혀에서 궤양이 발견되었다.

동시에 멈추지 않는 최악의 상상이 시작되었다.

by 별이누나

작년 9월 달이의 건강검진에서는 나이 든 고양이가 흔히 그렇듯 치은염과 치주염으로 이빨을 불편해할 것이라는 것과 갑상선기능항진증 수치가 조금 높다는 것 외에는 특이사항이 없었다. 오히려 추정 16살의 나이에 이 정도면 정말 건강하다는 칭찬을 받고 나왔다.


이후 종종 밥을 먹고 난 후 콜링을 한다든지, 혀를 쩝쩝거리는 행동을 했지만 스케일링이든 발치든 모두 늙은 고양이에게는 위험한 전신마취가 필요했기에, 우리 가족은 그저 더 이상 나빠지지 않기만을 바라며 잇몸에 연고를 발라주는 것이 다였다.


그렇게 지내오던 중 올해 1월, 처음 듣는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앞발로 입 안을 긁으려는 달이를 발견했다. 하루 꼬박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가만히 있다가도 극심한 고통에 잠도 못 들며 주둥이를 긁느라 젤리가 다 쓸려버린 달이를 보면서,

'치통이 얼마나 괴로운 건데... 차라리 지금이라도 전신 마취 후 발치를 하는 게 낫지 않을까? 더 시간이 지나면 고통은 더욱 심해지기만 할 것이고 그 사이 달이의 몸은 더 쇠약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 길로 즉시 무사고 마취 이력을 자랑하는 동물병원을 검색하여 서둘러 방문했다.


불안한 마음으로 진료실에 들어가 영상으로 찍어둔 달이의 행동을 보여주니, 수의사 선생님은 보통의 이빨 아픈 고양이와는 행동이 조금 다르다고 했다. 먹는 도중에는 전혀 아파하지 않고, 다 먹고 아파하는 모습에서도 혀를 너무 과하게 뺀다는 것이다. 이윽고 달이의 이빨을 직접 보자마자, 이빨 문제가 아니라며 오히려 나이에 비해서는 이빨과 잇몸이 양호한 편임을 알려주었다. 진짜 문제는 혀 양 옆과 혀 밑의 궤양성 염증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2년 전 별이가 아플 때 투병기를 찾아보며 발견했던, 구강암으로 세상을 떠난 누군가의 블로그 속 흰 고양이가 떠올랐다. 물론 아직 검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달이 혀 밑의 궤양 일부를 떼내어 조직검사를 하기에는 발치와 마찬가지로 전신마취가 필요하기 때문에, 혀의 궤양을 일으킬 수 있는 다른 원인들(길고양이에게 흔한 칼리시 바이러스, 상부 호흡기 질환 등등)에 대한 검사를 먼저 진행할 것이다. 이 결과들은 다음 주에 나오게 될 텐데, 제발 암만은 아니길, 평생을 집고양이로 살았던 달이 이지만 길고양이 바이러스가 옮은 것이기를 애타게 바라고 있다.


집에 돌아와 고양이 혀의 궤양에 대한 온갖 정보들을 수집하는데, 찾아보면 찾아볼수록 편평 상피세포암이라는, 늙은 고양이들에게는 흔하다는 악성 종양에 대한 투병기-보통은 결국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는 결말로 끝나는-가 내 핸드폰 화면을 점령했고, 이틀을 꼬박 울면서 최악의 상상을 했다.


일단 지금은 그냥 단순 염증일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어차피 며칠 뒤면 검사 결과가 나올 것이고, 그전까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달이에게 진통제를 시간 맞춰 먹이고, 사료든 간식이든 뭐라도 먹이면서 살이 빠지는 것을 막고, 달이가 좋아하는 빗질과 장난감 놀이를 해주는 게 다일뿐. 그래야 내가 살 것 같다.


고양이의 수명이 길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고, 불과 2년 전 첫 고양이 별이를 14살의 나이에 떠나보냈으며, 17살의 달이 역시 언제 떠나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까지도 알고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달이가 고통스럽지 않게 떠나는 것이기에, 제발 구강암만큼은 아니기를, 제발 소염제와 항생제만 조금 먹어주면 나을 수 있기를, 종교도 없으면서 온 세상의 누구에게든지 간절히 빌고 있다.


고통 속에 꼬박 이틀을 못잤던 달이가 진통제를 먹은 뒤 푹 자고 있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