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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지 Jul 31. 2023

섬집 아기가 된 나의 아기에게

아무리 즐거운 시간을 보내도 엄마의 빈자리는 큰 가 보다.

도아야, 너는 시터님과 정말로 사이가 좋았고, 그래서 엄마가 없는 낮 시간에도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너를 위해 다양한 문화센터를 등록해 주었고, 미술 수업을 신청해 놓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너는 20개월에 들어서자 엄마가 회사 가는 게 싫다고 확실하고도 명확하게 표현하기 시작했다.


20개월쯤 되자 너는 내가 출근할 때 나를 안 보기 시작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사람처럼, 마치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처럼. 엄마의 출근 모습을 애써 외면하려는 너의 모습은 내 마음을 정말 아프게 했다. 그럼에도 나는 너와 제대로 된 아침 인사를 하기 위해 노력했다. 인사 없이 나가는 것은 마치 너를 버리고 떠나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꼭 너에게 인사를 하고 너의 인사를 받고 집을 나서려 노력했다. 너의 앞에서 엄마 다녀올게, 엄마 금방 올게, 엄마 회사 갈게.라는 인사를 스무 번 정도 말하다 보면 너는 스윽 나를 돌아봐주었다. 어느 날은 엄마 빠이빠이~ 를 해줄 때도 있었고, 어느 날은 그저 나를 스윽 보고 시선을 옮기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나의 노력은 너에게 있어서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주기엔 역부족이었나 보다. 나는 나름대로 충분한 사랑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다가도, 너와 대화를 하다 보면 너에겐 여전히 내 사랑이 더 필요하고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곤 했다.


너는 퇴근 한 나와 저녁 산책을 할 때 충분히 걷고 뛰는 걸 좋아하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안기고 싶어 했다. 하루는 더운 날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내 품에 꼬옥 안긴 너는 나에게 "엄마 너무 좋아, 엄마 너무 좋아"를 속삭여주었고 나는 그날 우리가 걷고 있는 산책로에 사람이 다니지 않고 있음에 감사하며 눈물을 훔쳐야 했다. 너의 사랑 고백은 너무나도 달콤했지만, 마치 낮 동안 느끼지 못했던 엄마 품에 더욱 파고드는 너의 마음이  느껴져서 나는 마냥 행복할 수가 없었다.  


또 하루는 역시 퇴근하고 산책하는 길에 너를 꼬옥 안고 걷다가 섬집 아기 노래를 불러주었다. 그저 네가 신생아 때 많이 불러주던 노래였기에 습관적으로 부른 노래였다. 너는 내 노래를 한참 듣더니 "엄마가 회사 가서 섭섭했어, 엄마 회사 가서 싫었어"라고 말했다. 내가 얼마나 놀랬는지 너는 모를 것이다. 이 노래의 의미를 알고 한 말인지, 그저 그때 생각 난대로 말한 것인지 난 여전히 알 길이 없으나, 그날의 너의 말과 너의 온기는 한 동안 내 머릿속을 맴돌며 지금 나의 삶에 대해 참으로 많이 생각하게 했다. 내가 회사에 가 있는 낮 시간 내내 너는 분명 잘 지내고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 내가 준비한 것들이 참으로 많은데 어째서 너는 그럼에도 내 빈자리를 느끼는 것일까. 내가 너를 두고 일터로 나가는 것결국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것일까.. 그런 생각들..


도아야, 너에게 있어서 내가 없는 빈 시간들이 참으로 크고 외로운 시간인 것을 안다. 하지만 그게 내가 네가 아닌 다른 것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꼭 알아줬으면 좋겠다. 나 또한 너와 떨어져 지낸 시간이 참으로 외롭고 네게 가고 싶은 시간들임을 네가 꼭 알고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앞으로도 출근을 해야 하고, 너와 내가 떨어져 있어야 하는 시간들은 계속 있겠지만, 너와 내가 같은 마음이라는 것을 네가 마음으로 느꼈으면 좋겠다. 그렇게 느낄 수 있도록 내가 많이 노력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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