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Follow your bank balance.

변덕스러운 마음, 잔고의 진심

by Mira

해마다 여름이면 여행 얘기로 들뜬다. 남들은 멋진 해외여행 계획을 자랑했지만, 나는 이렇게 답할 수밖에 없었다.


“응, 나는 출국금지야.”


셀프로 정한 출국금지였다.

나는 휴가 때 부동산을 보러 다니거나, 집에서 조용히 리밸런싱을 구상했다. 물론 지쳐서 한없이 늘어져 쉬었던 여름도 있었다.


나도 여행 가고 싶었다.

하지만 남은 인생을 10년 단위로 나누어 생각해 보니, 언제나 여행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다.


2017년 여름이 끝나갈 무렵, 마포의 한 아파트를 보러 갔다.

가격은 6억 후반대.

얼마 전까지만 해도 5억대였던 걸 기억했기에, 선뜻 결심이 안 섰다. 혹시 꼭지를 잡는 건 아닐까 망설였다.


그 사이 파리 출장 일정이 잡혔다.

아파트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지만, 출장지의 분주함 속에서 까맣게 잊어버렸다.

부동산에서 전화까지 왔는데, “출장 중이니 더 생각해 보겠다”라며 넘겼다.


돌아와 추석 무렵 다시 확인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앞자리 숫자가 변하니 넘볼 수 없는 가격이 되었다.


그깟 파리가 뭐라고.

나는 그렇게 마포 아파트의 6억대 매수 기회를 놓쳤다.

그쯤에서 포기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마음 깊은 곳에서 오기가 생겼다.


“이번에는 놓쳤지만, 이대로 굶어 죽을 수는 없어.”


사냥에 실패한 사자의 허탈함과 오기가 같이 밀려들었다. 나는 다시 지도를 들여다보고, 새로운 종목을 찾아내고, 기회를 탐색했다.


마치 마치 먹이를 향해 시동을 거는 고양이처럼.

눈에 힘이 들어가고

어깨가 긴장으로 올라가면서

저절로 입이 앞으로 모아지고

콧구멍은 발랑 발랑


실패한 순간에는 자괴감과 비탄, 의욕상실과 현실부정이 태풍처럼 몰아쳤다. 그럴 때마다 나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서두르지 마. 천천히 가도 돼.”


어떤 전문가는 말했다.

“투자란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용서해 가는 과정이다.”


정말 그렇다.

실수를 한 자신을 용서해야 한다.

스스로를 향한 미움과 분노가 번지기 전에.

그래야만 다음 기회를 알아차릴 수 있다.



그게 안 되면 투자 실패로 자살까지 가는 비극으로 치닫는다.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가.


행복하려고 하는 게 투자다.

투자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내가 이미 행복할수록 더 여유롭게, 더 오래 지속할 수 있다.


투자자들의 책을 읽다가 부러움,

나아가 질투가 올라온 적도 있다.

“그래, 너 잘났다.”

비뚤어진 마음이 올라왔다.


그건 결국 나에 대한 열등감이었다.

나는 뭐 했나?

그 긴 시간 동안 이루어놓은 것 없이 나이만 먹은 게 아닐까? 그런 서글픔과 자기 비하에 잠식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돌아보면, 이런 감정까지도 결국 용서의 대상이었다.

남을 질투하는 대신, 실패한 나 자신을 보듬는 것.

그게 다음 기회를 향해 눈을 뜨게 했다.


나의 현재는 지난 10년, 20년의 결과다.

앞으로 10년, 20년 뒤의 나는 오늘 내가 무엇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달려 있다.


후회하며 자책만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면,

10년 후에는 더 나빠져 있을 뿐이다.


어쩔래?


이런 마음으로 포기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저 그렇게 버티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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