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L173. 어떡하지? 1부

퇴직하면 어떡하지?

by Mira



비자발적 퇴사자들은 돈과 제2의 일, 무한대의 시간과 정체성을 혼란이라는 문제 앞에 내몰린다.



두려움의 시작


나는 40대부터 퇴직이 두려웠다.

그만큼 준비된 게 없었기 때문이다.


내 안에서는 끊임없이

“이러면 어떡하지?”

“저러면 어떡하지?”

답이 없는 질문들이 속사포처럼 달려들었다.


그럴 때 제일 먼저 떠오른 건

통장 잔액이었다.


“지금 잔고가 얼마지?”

그게 불안의 기준이었다.


돈을 많이 저축하지도 못했고,

돈을 운용하거나 성장시키는 경험도 없었다.


치열한 과정, 그리고 회복의 욕망


50대 중반이 된 지금,

그때 나를 괴롭히던 수많은 질문에

이제는 거의 모든 답을 찾았다.


그 과정이 너무 치열해서

퇴직을 하면 한 달쯤은 그냥

잠만 자고 싶다.


많은 퇴직자들이 말하는

소속감의 부재, 정체성의 혼란이

나도 두려웠다.


사실 회사에 매달려

그곳의 깨알 같은 규칙과 관계, 문화를

억지로 수용하는 일이

나는 몹시 힘들었다.


비로소 해방인데,

그 이후의 삶은 더 멋지게 살고 싶었다.

내가 정한 프로젝트, 내가 정한 룰대로.


그래도 인생이 망하지 않고

나의 정체성도 건강하다는 걸

증명해 보고 싶었다.


자각 — 회사 중심 사고에서 나 중심 사고로


그런 생각이 들자, 인정했다.

30년을 회사원으로 살았으니 그럴 만도 하다.


이제 내 사고의 중심을

‘회사’에서 ‘나’로 옮겨보자.

증명의 대상을 타인이 아니라 나 자신으로 바꿔보자.


누군가에게 컨펌받는 일이 아니라,

내가 정한 프로젝트 안에서

내가 나를 컨펌하자.


정체성의 전환


오랫동안 남의 지시를 받고 일하다 보면

컨펌의 대상이 곧 기준이 되어 버린다.

이것이 퇴직자가 겪는

정서적 혼란의 핵심 원인이다.


나처럼 순응적이지 않은 사람도 이런데,

회사 시스템에 기꺼이 순응하며 살았던 사람들은

훨씬 더 큰 혼란을 겪을 것이다.


회사에서의 평가, 성과, 월급이

삶의 기준이었던 자리에

‘나 자신’이 들어선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뇌를 개조해서라도 전환해야 한다.

회사 중심 사고에서

자기중심 사고로.


결론 — 나에게 돌아오는 일


퇴직하고 나서 30년 동안

‘라떼 시리즈’만 노래하며 살고 싶지 않다.


퇴직은

회사를 떠나는 일이 아니라,

나에게 돌아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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