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M237.Shopping Standard

쇼핑이 좋아

by Mira



PRICE


나는 좋은 물건을 볼 때 사람을 떠올린다.

이 디자인은 어떤 고민 끝에 나왔을까.

이 컬러와 형태를 선택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수정이 있었을까.

작은 브랜드에 투자한 사람은

어떤 심정으로 결정을 내렸을까.


르메르의 ‘크루아상 백’을 처음 보았을 때도 그랬다.

이 디자이너는 얼마나 가방 디자인에 몰두했기에

크루아상을 보고 가방을 떠올렸을까.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제품은

누군가의 시간과 판단이 겹겹이 쌓인

결과물이다.


그래서 나는

‘착한 가격’이라는 표현이 불편하다.

그 말에는 종종

노동을 낮추고,

디자인의 가치를 생략하고,

가격을 후려쳐도 괜찮다는

뉘앙스가 섞여 있기 때문이다.


좋은 물건은 반드시

좋은 가격으로 보상받아야 한다.

그것이 노동과 자본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아이폰이 비싸다고 말할 수는 있다.

하지만 나에게 돈과 시간을 준다고 해도

나는 그런 상상력과 기술을 가질 수 없다.

그걸 돈을 치르고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고맙다.


내가 할 수 없는 영역을

누군가는 많은 리스크를 감수하며 대신해 주었고,

나는 그 결과를

일상에서 아주 잘 활용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잘 만든 물건을 쇼핑하는 시간이

순수하게 즐겁다.




A Style Made Over Time


문제는 소비가 아니다.

소비를 하면서도 만족하지 못하고,

오래 사용하지도 못하는 선택을

반복하는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소비력은

지갑의 크기보다

판단의 정밀도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이건 지금의 나에게 맞는지,

10년 뒤에도 여전히 좋아할 수 있을지,

시간이 지나도

설명 없이 좋을지.


이 질문을 통과한 물건은

대부분 오래간다.


물건을 오래 쓴다는 건

유행을 통과했다는 뜻이고,

나와의 관계가 유지됐다는 뜻이다.

그래서 오래 사용하는 물건은

정체성의 일부가 된다.


나는

소유가 주는 만족을 잘 안다.

동시에 구매를 보류한 것들은

또 다른 즐거움으로 남는다.

상상하며 기다리고,

다른 날의 나에게

맡겨보는 기분.


소비의 기준이 유행이 되면

한도 끝도 없고 아카이빙도 되지 않는다.

그 기준이 자기 취향이 되는 순간,

이야기는 달라진다.


정말 좋은 것 한 가지로

오래 사용하면서

그 안에서

자기만의 스타일을 만들 수 있다.


좋은 소비는,

나를 바라보는 방식에 대한

기록이자 아카이빙이다.

작가의 이전글[LIFE] L236. 필수품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