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with what you have
이미 가진 것을 만끽할 수 있을 때
여유는
새로운 것을 들일 때가 아니라
이미 가진 것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때 생긴다.
좋은 물건을 잔뜩 갖고 있으면서도
늘 갈급하게 다음 것을 찾는 눈빛을 본다.
그 눈빛은
욕망이 많아서가 아니라
만끽하지 못해서 생긴다.
하나 더 갖는다고
삶의 결이 달라지지 않는데도
계속 새로운 것을 필요로 하는 상태.
그건 풍요가 아니라
빈곤의 감각이다.
소비의 이유
카드 명세서를 보면서
이유를 점검한다.
피아제 시계도,
얼굴 관리도(지방 살짝),
그 외의 소소한 선택들도.
즉흥적인 보상은 아니었다.
기초 작업에 드는 비용이었고,
나를 평가 절하하지 않겠다는
작은 약속들이었다.
한 번 큰 소비를 하고 나면
다음은 조금 누르면서 간다.
연말에 마르티넬리 조명을 들이기 전까지
큰 소비는 지양하기로 했다.
금욕이라기보다
나의 운영 규칙이다.
쓸 때와 멈출 때를 아는 감각.
그게 무너지면
소비는 즐거움이 아니라
불안이 된다.
로망의 설렘
가을엔 일본 여행을 가고 싶다.
컨셉은 빈티지 가구와 공원, 미술관을
천천히 둘러보는 것.
다이칸야마의 아파트형 호텔에서 지내며
2주 정도 머무는 여행.
지금이 아니면
영영 못 할 것 같은
버킷리스트 중 하나다.
로망을
계획표로 압착하지 않고
설렘의 상태로 유지하는 것.
그것도 소비 감각의 일부다.
무리해서 실현한 로망은
만족보다
후회를 남기기도 한다.
이미 충분히 좋은 것을 갖고 있는데도
계속 새로움을 욕망하는 태도는
어리석어 보인다.
그 하나가
인생을 바꾸지 않는다는 걸
나만 모르는 상태 같아서.
그럴 돈이 있으면
차라리 ETF를 사자.
물건보다
시간에 투자하는 것이
더 중요한 시점이다.
소비의 최종 상태
지금의 나는
더 많이 갖고 싶은 사람이 아니다.
이미 가진 것을
제대로 쓰고,
느끼고,
오래 함께하고 싶은 쪽에 가깝다.
소비는
정체성을 증명하는 도구가 아니라
삶의 리듬을 유지하기 위한 장치여야 한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것을 줄이고,
기존의 것을 만끽한다.
그 태도에서
여유가 나온다.
한 줄 정리
소비는
더 많이 갖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이미 가진 것을
흔들리지 않게 쓰는 감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