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L278. 조용히 나이 든다

빈티지 와인이 제값을 한다

by Mira



Aging as Expansion


인생의 매력 중 하나는

여러 연령대를 통과해 본다는 데 있다.


젊음을 경험하고,

중년을 지나,

노년까지 살아보는 것.


그건 손해가 아니라

확장에 가깝다.




On Youth, Briefly


정말 젊음이 그렇게 좋은가.

그 미숙하고 치기 어린 시절을

영원히 붙들고 싶은가.

나는 사양한다.


그 시절의 나를 떠올리면

거의 인간의 형상만 한 강아지나 원숭이에 가깝다.

천지분간도 못 하면서

세상이 내 원하는 대로 돌아가야 한다고

떼쓰던 아이였다.


세상이 동화가 아니라는 걸 배우고 나서야

비로소 철이 들었다.

에너지는 넘쳤지만

방향은 없던 시절.


이미 통과한 시간을

후회로 붙들고 싶지도 않고,

미련으로 서성거리고 싶지도 않다.




No Sentiment About Age


나는 나이 드는 것에 대해

별다른 감상이 없다.

어차피 먹는 거라면

기분 좋게 먹는 편이 낫다.


나이는

카드 명세서처럼 정확하게 오지만

연체도 없고,

리볼빙도 없다.




The Problem with Attraction


젊음의 매력은 분명하다.

주요 수신자는 늘 ‘이성’이다.


호르몬이 팡팡 터질 때의

자석 같은 끌림.

한두 번이면 충분하다.


경험으로서의 의미는 있지만

인생 전체를 끌고 갈

가치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 이성이라는 존재가

내 시간과 에너지를

끝까지 지배할 만큼

그리 대단한지도 잘 모르겠고.


더구나

나이 들어서까지

거기에 끌려다닐 기운은 없다.




What Actually Changes


나이가 들면

상실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못 하게 되는 건 아니다.


속도와 양이 달라질 뿐,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대신

선택은 더 정확해지고,

판단에는 책임이 따른다.


이건 퇴보가 아니라

인생 편집 능력의 상승이다.




Equal Time, Unequal Lives


평등과 공평은

나이 앞에서, 세월 앞에서

가장 선명해진다.


이것만큼

모두에게 공평하게 할당되는 게

또 있을까.


하지만

어떤 태도로 맞이하느냐에 따라

같은 나이라도

전혀 다른 퀄리티로 통과한다.


시간은 똑같이 주어지지만,

그 시간을 대하는 방식은

지극히 개별적이다.



Not Beaujolais Nouveau


얼굴의 주름을 견디지 못한다는 건

인생의 깊은 맛을

스스로 걷어차는 일이다.


인생은 보졸레 누보가 아니다.

막 출시된 신선함으로

소비될 물건도 아니고,

가볍게 넘길 이벤트도 아니다.


인생은

빈티지 와인처럼

숙성될 때

비로소 제값을 한다.




Midlife, Precisely


나의 젊음은 갔다.

하지만 대신

새로운 자신감과

내가 선택한 기준으로 사는 법을 얻었다.


지금 나는

중년이라는 시간을 통과하고 있다.


속도는 느려졌지만

주관은 분명해졌고,

판단에는 더 이상 변명이 없다.


그래서 나에게는

현재 시점의 내가

훨씬 더 의미 있고 중요하다.




Opting Out of the Myth


영원한 젊음이라는 신화를 팔아야

돈이 되는 사업을 하는 게 아니라면,

굳이 거기에 동조할 이유도 없다.


젊음을 연장하겠다고

현재를 부정하며 살기보다는,

차라리 조용히

나이를 처먹겠다.


이 시간의 맛은

보졸레 누보와는

비교 불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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