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대 vs 떡볶이, 믈냉면 vs 비빔냉면, 불닭볶음면 vs 까르보나라, 핫도그 vs 토스트, 짜장면 vs 짬뽕, 군만두 vs 찐만두, 초밥 vs 돈까스, 우동 vs 규동, 라멘 vs 소바, 사시미 vs 회덮밥, 피자 vs 치킨, 스테이크 vs 바비큐, 파스타 vs 리조또 , 햄버거 vs 샌드위치, 도넛 vs 머핀, 케이크 vs 타르트, 젤라또 vs 빙수 등 매번 무엇을 먹어야할지..를 고르는 작은 결정 하나에도 턱턱 막히고는 하더라도 단호하게 딱 잘라 말할 수 있는 답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이 질문엔 나는 고민도 없이 곧장 “엄마”. 왜인진 모르겠다. 그냥 엄마가 좋다. 맨날 몸에도 안 좋은 거 그만먹고 이거나 먹으라며 맛난 거, 좋은 거 하나 더 먹여주는 엄마도 좋고, 퇴근하고 돌아온 엄마 보자마자 부리나케 달려가 부비부비대는 나에 다 큰 놈이 징그럽게 왜 이러냐며 찰싹 달라붙은 날 떼어내는 엄마도 좋고, 그냥 엄마라면 다 좋다. 그런데 그렇~게 엄마만 더 좋아하는 나를 더더더더 좋아해하는 사람은 아빠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하는 나의 열렬한 엄마 사랑에 밀린 아빠는 씁쓸한 표정을 지은 채 고민하는 척이라도 쫌 해라, 치사하다., 나도 쫌 좋아해달라며 시무룩해하고는 하는데 그럴 땐 그냥 엤다 여기 사랑 하나 꼭 쥐어주면 금새 아이처럼 좋아라 해 하는 아빠. 비록 엄마를 더 좋아하지만 아주아주, 많이많이 좋아하는 나의 아빠다. 그렇게 늘상 엄마도 좋고 아빠도 좋다. 하지만 어느 쪽을 택해야할지 다시금 선택의 기로 위에 서야할 때가 있다. 그것은 누나다. 이거 먹을까 저거 먹을까 행복한 고민 속에 고민, 고민.하고있음” 아, 빨리 좀 고르라고 닦달하지, 이러면 이랬다고 저러면 저랬다고 뭐만 하면 짜증내는 누나. 그러기에 누나의 좋고 싫음을 정하는 것은 손바닥 뒤집듯 쉽게 결정내릴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상냥한 눈빛으로 “동생아 이것 좀 해주겠니?” 나긋나긋한 어조로 하는 부탁이라면 그래 줄 수도 있는데. 늘상 소닭보듯 사나운 눈초리로 야 이거 해, 저거 해, 안 해? 콱 그냥 막 그냥 쥐잡듯 쏘아대는 누날 보면 원래 하려던 것도 할 맛 뚝 떨어지게 되곤 한다. 지금이야 머리 좀 커서 누나가 내리는 지시명령들에 이건 이래서 안 할 거고, 저건 저래서 안 할 거다 하는 내 의견 갖다 징하게 뻐팅겨보기라도 할 수 있지 누나보다 체력, 지력 등 여러모로 딸렸던 힘없이 작디작은 어렸을 때에 그랬다간 바로 그냥 콱 모가지였다. 그나마 집에 엄마나 아빠라도 있음 “엄마, 누나가 자꾸 괴롭혀.”, “아빠 누나가 컴퓨터 지 혼자만 해.” 일러바치면 “동생ㅇ 갖고 왜 그르냐.”, “너만 하지 말고, 동생도 쫌 시켜줘라.” 누나의 횡포로부터 보호받을 수야 있었다지만 그건 잠시 뿐. 맞벌이하는 엄마, 아빠가 “엄마, 아빠 다녀온다, 사이좋게 놀고들 있으라며 현관문을 나선 그 순간 “비켜.”, “물 떠와.”, “엄마, 아빠 없다. 까불면 죽는다.” 위협하며 이것도 저것도 찍소리도 못하고 실컷 부려먹어대는 누나의 손아귀에 꽉 쥐여사는 동생의 설움이란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 그러나 그런 막강한 파워를 가진 누나를 손가락 하나로 휘어잡을 수 있던 때가 있었다. 그것은 내가 아팠을 때였다. 평소에 뭐만 했다 하면 굉장히 신경질적으로 나오던 누나가 ‘신경 섬유종 제 2형’이니 뭐니 살아평생 듣도보도 못했었던 휘귀병에 덜컥 걸려버려서는 청력은 다 먹었지, 시력은 거의 멀었지, 이런 몸으로 살아갈 앞날을 생각하자니 어딘가 먹먹해지기만 해서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이 한숨만 푹푹 내쉬고있었을 때, 그럴수록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한다고, 누나만 믿고 따라오라고, 누나 팔짱 꼭 낀 채 누나 옆에 딱 붙어서 여기 맛집이다 먹고 싶은 거 다 골라라, 목 마르니? 자 여기 물 떠다주고, 뻐근하니? 자 여기 누워 주물주물 마사지 해주는 둥 그렇게나 다정다감했던 누나 모습을 떠올려보면 여전히도 마음이 울컥해지곤 한다. 나를 위해 세심하고도 친절하게 하나하나 신경써주던 누나가 어찌나 든든했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때 그 시절은 그냥 한때였을 뿐, 지금 그때처럼 누나 이거 해줘, 저거 해줘 하는 순간 뒤질래? 니가 손이 없냐 발이 없냐 어따 대고 시켜 이 소새끼, 말새끼, 돼지새끼 등 살아생전 별 듣도보도 못한 희한한 쌍욕이란 쌍욕 죄다 얻어먹을 수도 있으니 괜히 누나 신경 거슬리지 않도록 그냥 눈치껏 알아서 하고 있는 편이다.
그렇게 늘상 마주쳤다만 하면 너 죽네 마네 으르렁대, 뭐 시켜먹을 때마다 난 이거 먹고 싶은데 누난 저거 먹자 메뉴선택도 갈려, 뭐 하나 맞는 구석이 없는 것만 같아도 우리 엄마, 아빠 한평생 잘 먹고 잘 살도록 호강시켜드리자!는 마음 하나만은 동일하므로 이 나이 먹고도 서로 티격태격대기 바쁜 우릴 뜯어말리시느라 꽤나 신경 많이 써오신 어머니와 아버지 다녀오셨어요? 그러면 이러고있을 시간 없어, 얼렁 빨리 멋있게들 차려입으시고 저기 상다리 휘어지도록 가득 차린 맛있는 음식들로 눈도 즐겁고, 입도 즐겁도록 엄마, 아빠 눈호강, 입호강 맘껏 시켜주자는 공동목표의 일념하에 멀찌거니 마음의 손 꼭 붙잡고 한마음, 한 뜻으로 똘똘 뭉쳐 으쌰으쌰 힘내보곤 한다. 그리고 막상 말은 틱틱, 신경 툭툭 건드리는 누나랑 하도 투닥투닥대며 붙어살다보니 미운 정 고운 정 오만정 다 들어서 나는 엄마, 아빠 다음으로 누나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