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꿈

엄마는 꿈을 이루었다!!

by Miranda

아무런 특별할 것 없는 주말 저녁.

나도 휴식이 필요하다는 핑계로 주말에 요리하는 것을 싫어하는 내가 오랜만에 카레를 만들었다.

특별한 스킬이 요구되지 않는, 인스턴트 카레만으로도 그럴듯한 마법의 맛이 나는 카레라이스.

남편은 역시 내 카레가 제일 맛있다며 기분 좋게 한 그릇 뚝딱 비워줬고, 딸아이는 그냥 그렇게 밥을 먹고 있다. 우리 딸아이는 어릴 적부터 외할머니가 카레 먹고 바로 이 닦지 않으면 이가 카레 색으로 바뀐다는 말을 듣고 너무 충격이 컸었는지 그 이후로는 카레가 맛있어도 이 닦기 귀찮아 먹기 싫다고 난리다.


밥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갑자기 여덟 살 된 딸아이가 나에게 물었다.

"엄마, 엄마는 왜 화장품을 공부하게 된 거야? "

"응, 엄마가 화장품 회사에 입사를 했는데 화장품에 대해서 잘 몰라서 공부를 시작했지."

"그럼 왜 화장품 회사에 입사를 한 건데?"

"아~ 그건 말이야. 원래 엄마는 다른 회사를 다니고 있었는데 네가 태어나서 너를 잘 키우면서 회사 일도 할 수 있는 곳이 없을까 알아보다가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널 키울 수 있게 도와주신다고 하셔서 입사하게 됐어."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있는 그대로 아이에게 대답을 해 주었다.

갑자기 왠 뜬금없는 질문인가 생각하면서 말이다.


"엄마, 엄마는 원래 꿈이 화장품 회사 다니는 거였어? "

"아니, 어쩌다 보니 화장품 회사에 다니고 있네"

"엄마 꿈이 화장품 회사 다니는 게 아닌데 왜 다니고 있는 거야?"

"그러게"

"그래서 엄마 꿈이 뭐였는데?"

"엄마? 뭐 그냥 그런 거 없었는데?"


우리 대화를 듣고 있던 남편이 갑자기 내 쪽을 쳐다보며 눈치를 주기 시작했다.

아이에게 들릴 듯 말듯한 목소리로 진지한 질문을 하는데 건성으로 대답하는 거 아니냐며 눈을 찡긋한다.


순간 아차! 싶었다.

나는 매일 아이에게 너는 꿈이 뭐야?라는 질문을 하루에도 수십 번 하면서..

아이가 그런 거 없는데?라고 하면 꿈이 없으면 어떡하냐고 핀잔을 주고 꿈을 찾아보라고 얘기를 했으면서..

돌이켜 보니 나는 꿈이 없었던 것은 맞다.

꿈이 없이 어쩌다 보니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대로 사는 게 아니라 사는 대로 생각한다는 게 딱 나를 보고 하는 말인 것 같다.


급하게 포장하기 시작했다.

"엄마는 원래 꿈이 회사원이었어. 무슨 회사든 상관없이 그냥 회사원이 되고 싶었던 거야! 그래서 회사를 다니고 있는데 그 회사가 화장품 회사네. 그래서 열심히 화장품 공부를 하고 있는 거야. 하하하 "

나름 포장한다고 했는데 옆에서 지켜보는 남편의 눈빛은 나를 그 정도밖에 대답을 못하냐는 듯 한심하게 쳐다보고 있다.

남편이 결국 입 밖으로 그 말을 내뱉었다.

"너네 엄마는 꿈이 없었네~너는 그러지 마라"

평소 같았음 남편에게 왜 그렇게 얘기하냐고 쏘아붙였겠지만 오늘은 내가 생각해도 그런 말 들어도 싸다 싶어서 가만히 있는데 갑자기 딸이 소리쳤다.

"아니야! 엄마는 회사원이 꿈이었는데 열심히 노력해서 지금 그 꿈을 이뤘잖아! 엄마는 대단한 사람이야!"


순간 가슴이 찡 하면서 오만가지 감정들이 스쳐 지나갔다.


아이의 진지한 질문에 건성으로 대답한 나 자신에 대한 반성과

정작 나는 그러지 못했으면서 아이에게는 크고 원대한 꿈을 바라기만 한

한없이 깃털처럼 가벼운 이 엄마를....

우리 딸은 어릴 때부터 키워오던 큰 꿈을 마침내 이루어 낸 대단한 사람으로 나를 만들어 주었다.


우리 딸 덕분에 나는 꿈을 이루었다.


꿈꾸던 일을 이루어 내는 것이나 이루어 낸 일을 꿈으로 만드는 것이나 뭣이 중허겠는가


이런 식으로 꿈을 이룰지는 상상도 못 했지만 난 무엇을 생각하던 상상 그 이상으로 큰 꿈을 이룬 것만 같다.


꿈을 이루게 해 준 우리 딸에게 감사와 사랑을 표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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