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취미 독서 입문기
학창 시절, 소개팅할 때, 입사 면접을 볼 때 등등 단골 질문 중 하나는 "취미는 어떻게 되세요?"인 것 같다.
사실 학창 시절에는 취미를 물어볼 때마다 대답이 바뀌었고 ( 그 이유는 취미가 뭔지를 도통 몰라서 그때마다 생각나는 대로 대답했던 것이었다.) 소개팅할 때는 상대에게 조금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트렌디한 것들로 대답을 했었다. 매번 취미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대답이 달라졌던 이유는 취미라고 말할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취미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제 취미는 독서예요"라고 말한다. 이 취미가 20년째 바뀌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어찌 보면 취미는 독서입니다 라는 말이 너무 재미없고 뻔한 대답이거나 아니면 취미가 없는 사람들이 둘러대기 좋은 아이템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 취미는 단호하게 명확하게 "독서"이다.
처음부터 독서가 취미였던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독서를 좋아할 만한 천성은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초등학교 때 방학만 되면 시립도서관에 가서 문 닫기 직전까지 책을 읽었다. 방학숙제로 독후감 쓰기가 있었지만 나는 내가 읽은 책 중 어떤 책을 골라 독후감을 써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그냥 문방구에서 독서기록장 한 권을 사서 읽은 책을 다 적어갔다. 그래서 전교에서 몇 명밖에 받지 못한 다독상을 나도 받았으니 취미 독서의 기질이 그때부터 있긴 있었나 보다.
중학교, 고등학교를 진학하면서는 다른 재미난 것들도 너무 많았고 나름 학업을 한다고 독서를 잊고 지냈던 것 같다. 그렇게 대학에 입학을 하고 나서는 더 재미난 것들이 넘쳐나니 책 생각은 하지도 못했던 것 같다. 여대생이 되어 신나게 놀고 연애도 시작하고 했을 때, 나의 첫 남자친구와 길을 걷다가 남자친구가 나에게 말을 건넸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말이야"라고 말을 꺼냈는데 내가 " 베르나르 베르베르 그게 뭔데?"라고 눈을 똥그랗게 뜨고 아주 사랑스럽고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남자친구를 올려다보았다. (마치 슈렉 고양이의 눈빛처럼) 그런데 그 순간 남자친구의 표정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순간 정적이 흘렀고 남자친구는 5초의 정적 후 웃음을 터트리며 "베르나르 베르베르도 몰라? 무식하긴 " (물론 기분 나쁜 말투는 아니었고 장난이었긴 하다.)이라고 말을 했다.
남자친구에게 뭐든 잘 보이고 싶었던 나에게는 정말 그 순간 온몸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게 느껴질 정도로 부끄러웠고 그 당시의 기분은 아직도 생생하게 느껴지는 듯하다. 그때는 스마트폰이 없을 때라 집에 가자마자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고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작가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초등학교 졸업 후 거의 십 년간 독서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그렇다. 나의 취미 독서는 그 순간부터 시작되었다.
그 부끄러움을 견딜 수 없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부터 읽기 시작했고 읽다 보니 초등학교 때 다독을 하던 그 시절이 생각나면서 지금까지 정말 즐겁게 취미 독서를 이어오고 있다.
그리고 그 남자친구는 나에게 취미 독서만을 남겨두고 떠나갔다.
그 뒤 새로운 남자친구가 생겼고 남자친구의 어머니를 뵙게 될 기회가 생겼다.
너무 떨려서 심장이 터질 것 같고 예쁘게 안 봐주시면 어쩌지 초조하게 첫 만남을 가지게 되었다.
남자친구의 어머니는 나에게 역시나 단골 질문인 취미를 여쭈어 보셨고,
"독서입니다! "라고 말씀드렸더니 어머니도 독서가 취미라고 하셨다.
어머니께서는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세상에!! "베르나르 베르베르"라고 하셨다. 그때부터 어머니와 나는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주제로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그때 남자친구는 내 남편이 되었고, 그때의 어머니가 나의 시어머니, 우리 딸의 할머니로 우린 가족이 되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덕분에 어머님이랑 더 빨리 가까워졌고, 남편과의 결혼 결심을 더욱더 앞당기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고마워요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님.
고마워요 내 첫사랑.
여기까지가 나의 취미 독서 입문기이다.
우연한 기회로 나와 딱 맞는 취미를 갖게 되었고 그 덕분에 매일 남이 쓴 글을 읽다가 이제는 글을 한 번 써보자는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다.
이제 이 글쓰기의 시작이 또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 너무 궁금하다.
앞으로 일어날 많은 일들을 기대하며.
2025. 10.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