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쓰기 욕망의 기원을 찾아서...

과연 언제부터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을 한 거니?

by Miranda

매일 글을 써보기로 결심한 지 이틀째.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막연히 내가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면서 느꼈던 것들을 글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을 해 왔었다. 무언가 큰 뜻이 있어서 그랬다기보다는 나의 좋지 않은 기억력 때문에 내가 느꼈던 의미 있는 순간들을 놓치기 싫어서가 가장 큰 이유이다. 하지만 그런 마음과는 다르게 몸은 따라주지 않았고 바쁘다는 핑계와 내가 무슨 대단한 작가도 아닌데 글을 쓰는 게 조금 부끄럽기도 하고 이러저러한 글을 쓰지 않을 여러 이유를 만들어냈다. 불과 이틀 전까지..


사람에게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고 한다. 할 일을 미리 다 해 놓고 편하게 지내는 사람과 할 일을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루다가 번개처럼 해 내는 사람. 나는 전자다. 나는 해야 할 일을 미룬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 왜냐하면 해야 할 일을 미루는 동안의 마음속 압박감이 너무나도 싫기 때문이다.

사실 글쓰기는 나의 직업도 아니고 누가 쓰라고 강제한 것도 아닌데 왜 할 일을 안 한 것처럼 가슴속에 응어리가 져 있었을까? 그러다가 왜 갑자기 오늘부터 글쓰기 너 나랑 1일이야를 외친 것일까?


오늘은 내가 언제부터 글을 써야 한다는 응어리를 가지고 있었는지 기억을 더듬어보기로 했다.

기억을 더듬어 올라가 보니 초등학교 3학년까지 올라가 버렸다. 지금 우리 딸 보다 더 어린 시절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정말 어릴 때구나 싶다.

내가 초등학교 3학년 때 담임선생님께서 매일 일기 쓰기 숙제를 내주셨다. 그 시절은 집집마다 컴퓨터를 하나씩 구비하기 시작하던 때였고 우리 집도 컴퓨터가 생겼다. 그때 남동생과 한컴타자연습을 번갈아가며 하며 놀았는데 그날의 일기주제가 바로 [한컴타자연습 검지손가락 편]이었다. 동생과 사이좋게 타자연습을 열심히 하고 있고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속도의 타자를 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그런 내용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수업시간에 내 일기를 친구들에게 읽어 주시며 무한한 칭찬을 해 주셨다. 그때는 무방비상태에서 나의 일기가 공개되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 컸었는데 부끄러움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선생님의 칭찬에 뿌듯했던 마음 때문이었는지 그 일은 몇십 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아마도 시작은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내 일상을 기록하는 것에 대한 마음의 짐이 생겼던 것이... 마음의 짐이라는 표현보다는 [일상을 기록해서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 같다.


그렇다고 내가 일기를 엄청 잘 쓴 것은 아니었는데, 나는 항상 일기를 쓸 때 <오늘은~~>으로 진부하게 시작했다. 매일의 사건은 달라도 시작은 항상 <오늘은~~>이었다. 일기의 끝은 <정말 즐거웠다>로 마무리되었다. 일기의 내용은 매일이 달라지지만 그 시작과 끝은 항상 똑같았다. 그렇게 쓴 것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었고 그냥 그렇게 써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누구도 나에게 글 쓰는 것에 대해 조언해 주는 사람이 없었기에...


어느 날 내가 선생님 책상 청소 담당이 되어 매일 선생님 책상 주변을 청소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친구들이 선생님께 제출한 일기를 보게 되었는데 맨 위에 올려진 일기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 일기의 시작이 <찌릿찌릿~ >이었다. 뒤의 내용은 읽지 않았지만 일기의 시작이 <오늘은~~> 이 아니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었다.


그 시절의 나는 일기는 당연히 <오늘은>으로 시작해 <정말 즐거웠다>로 끝나는 것이었다. 마치 동화책을 쓰는 작가처럼,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동시처럼 쓸 수 있다는 사실을, 그렇게 써도 된다는 사실을 정말 몰랐다. 작가가 아닌 사람도 그렇게 써도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난 뒤 나의 일기는 나날이 업그레이드되었고 더 즐겁고 신나게 써댔었다. 그걸 꼭 가르쳐줘야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때의 나는 정말 몰랐다.


초등학교를 졸업하니 일기를 쓰는 숙제는 없어졌고 당연히 글을 쓸 일도 없어졌다. 나는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 보니 초등학교때 했던 생각과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글은 작가만 쓰는 것이라고. 아무도 나에게 아무나 글 쓸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조언해 주는 사람이 없었기에...

그러다가 나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글을 쓰는 것을 보면서 어릴 때 받았던 충격을 똑같이 받은 것이다.

세상에... 아무나 글을 쓸 수 있는 거였잖아!! 아무도 안 알려줘서 몰랐지 뭐야!!!


여기까지가 나의 글쓰기 욕망의 기원이다.


더 늦기 전에 지금이라도 글을 쓰기 시작해서 다행이다.

소중한 나의 기억들을 좋지 않은 기억력으로 흘려보내기 전에

어릴 때 엎드려서 연필로 꾹꾹 눌러 일기를 썼던 것처럼

현란한 타자 속도로 거북목을 길게 빼며 열심히 써 보련다.


2025.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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