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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phie Gardner Aug 16. 2024

그걸 왜 나 보고 내래?

미국에서 팁은 얼마를 해야 하는 걸까

남편은 미국인이다. 시부모님은 남편의 질풍노도의 시기 때 ADHD를 이기기 위한 일환이면서 나쁜 친구들과 어울릴 정신이 없도록 루틴을 짜서 딱딱 맞춰 돌아가는 생활환경을 만들어 주셨는데, 그 루틴 중 하나가 방과 후 아르바이트였다. 아예 바쁘게 만들어서 비행 루틴을 차단했다고. (그리고 다행히 그 방법은 잘 먹혔다.)


부모님께 워킹퍼밋(Working permit)을 받아 15살이면 아르바이트가 가능했던 식당들이 있어서 방과 후면 딴 길로 샐 틈 없이 바로 가서 일을 했다. 직접 벌어 갖고 싶은 물건들에 소비도 할 수 있고, 모으는 재미도 배우고, 경제관념이 직접 와닿고 생기기 시작한 때가 그때였다고 남편이 말한다.


한국도 그랬지만 미국도 그땐 주먹구구식이었어서, 감자 깎고 접시 닦는 미성년자에겐 노동에 비해 타당하다고는 볼 수 없는 금액을 시급으로 지불했다. 그때 남편의 주머니를 채워 준 건 말도 안 되는 시급 외 '팁'이 있었다.



요즘 미국 팁에 대한 이야기가 뜨거운 감자다. 미국인들도 아마 팁 문화 자체를 옹호하는 사람은 많이 없을 것 같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아는', Entitled mind의 사람들이 너무나 많아졌다. 


너의 훌륭한 서비스에 고마움을 느낀 나는 얼마간의 귀여운 금액으로 성의 표시를 하겠어, 의 느낌이었는데, 어느새 이것은 요구와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남편이 주한미군으로 한국에서 나와 결혼했을 때 우린 20대 초중반. 미국에 온 우린 0에서부터 시작했다. 


프리랜서인 내 월급은 180을 넘기기 힘들었고, 군을 나온 남편도 새 직업에 정착하기 전엔 닥치는 대로 주방보조, 마트 캐셔 등 투잡, 쓰리잡을 해 생계를 이었다.


그런 시절에도 우린 팁에 소홀해 본 적이 없다. 정확히는, 남편이 소홀해 본 적이 없다. 솔직히 아까웠다. 가계 소득이 월 400만 원이 될까 말까 하던 2014년에도 무엇을 먹든, 어딜 가든 최소 20%의 팁을 꼬박꼬박 하는 남편이 이해되지 않았다.


아이와 셋이 함께 외식을 한 어느 크리스마스이브에는 크리스마스 답지 않게 한산한 레스토랑을 둘러보더니 50달러를 지갑에서 꺼내 놓았다. 눈에서 물음표 레이저가 나오는 날 보더니 어깨를 으쓱, 했다.


'크리스마스인데 오늘 손님이 너무 없는 것 같아. 저 사람들도 가족이 있는데.' 란다.

남편은 후한 팁의 이유를 '그들의 시급이 낮기 때문'이라 했다.


그들이 시급이 낮은 직업을 택했는 데 왜 내가 줘?

그들이 그런 사장 밑에서 일하는 데 왜 내가 부담해?


남편은 내 생각이 틀린 건 아니지만,

내가 오늘 팁을 안 준다고 그게 오늘 당장 바뀌진 않는다고 했다.


본인 포함 많은 아메리칸들이 특히 어린 나이에 팁을 받으며 일한 경험이 있고

팁을 받는 많은 직종은 오랫동안 부당한 임금이 책정되어 왔는데,

오랜 시간 그랬던 것을 팁을 안 받아봤고 처음 듣는 얘기인양 

이제 와 시스템이 부당하다며 팁을 남기지 않는 건...


팁을 받으며 일을 해 본 본인은 그럴 수 없다고 했다.


제도가 맞지 않고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국회에서 해결해야 하는 일이고,

그러라고 세금을 내고 투표를 하는 거라고도 했다.


Until then, I will do what I feel is right.

그전까진, 내가 옳다고 느끼는 대로 하겠다고.


팁이란 걸 받아 생계를 유지해 본 적이 없는 나는 못 느껴볼 공감대이다.

하지만 그런 경험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나는 남편이 집중하는 부분을 이해하게 되었고, 남편의 후한 팁에 반감이 없어졌다.


남편은 그 직업이 최선인 사람들, 진짜 팁에 생계를 의지하는 사람들의 오늘 당장의 어려움을 생각했던 거였다.


본인도 그렇게 팁에 일희일비하던 때가 있었다고.

서버 일을 하는 사람의 사정은 그 사람만이 아는 것이라고.


결국 남편이 그런 사람이어서 나는 그와 사랑에 빠진 거였다.


팁 없는 문화에서 다 공평한 임금 받으며 일하는 날 오면 너무 좋겠지.

하지만 그런 날이 오기 전까지 아마 우리는 팁을 할 것 같다. 열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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