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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phie Gardner 8시간전

치사하게 고작 3달러 가지고

현명한 경제교육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오후에 온 가족이 장을 보러 다녀왔다.

그로서리 목록에 집중해 마트를 누비는데 9살 큰딸 벨라가 갑자기 멈춰 서더니, 마미!


"나 이거 갖고 싶어."

장난감 미니 수족관을 가리킨다.


'비슷한 거 있잖아', '몇 번 안 갖고 놀 거면서' 하면 흠, 웬만해선 수긍하고 지나가는 편인데, 오늘따라 강경하다. 얼만데?


"3달러."

"그럼 용돈에서 3달러 차감하자, 카트에 담아."


우리 애들은 취침 전까지 제 방, 장난감을 알아서 정리했거나, 건조된 자기 옷을 개어 서랍에 넣어두면 포인트를 받고 돈으로 환산해 용돈을 받는다. 그렇게 모아 갖고 싶었던 캐릭터 인형을 산 직후라 벨라에겐 2달러가 남아 있다.


"나 3달러 없는데?"

"2달러 있으니 좀 더 모아서 3달러 되면 엄마 주면 되지."


인상을 팍 쓴다. 그럼 안 살래. 너무 비싸단다.


"네 돈으로 내려니 3달러도 크지? 돈이란 그런 거야."

"엄마는 나보다 돈 많잖아. 고작 3달러 짜린데."



"응. 엄마는 너보다 돈이 많지.

근데 그건 엄마 돈이지, 네 돈이 아니잖아. 그리고 너보다 많이 가졌다고 덜 가진 너한테 사 줘야 하는 법도 없지."


안다. 이걸 읽는 사람들 중엔 3달러 가지고 9살짜리랑 뭐 하는 짓인가,

3달러짜리 그냥 사 주지, 부모가 돼서 한두 푼을 따지나 싶을 수도.


하지만 나는 부모이므로 더 내 돈, 내 것을 확실히 가르쳐야 한다 생각한다.


우리 시부모님은 누구보다 우리 아이들을 사랑한다.

아이들과 2주씩 여행을 다니고, 집엔 수영장과 거대한 트램펄린을 설치하고, 크루즈며 미국 각지 럭셔리 호텔들을 심심찮게 데려가고, 애들이 아프면 나보다 더 난리다. 심지어 시엄마는 40년 이상을 간호사로 종사하셔서 별 게 아닌 걸 알아도 '혹시나'... 라며 난리난리.


그런 두 분도 벨라가 더 어릴 적부터 '할아버지 것', '할머니 것'이라는 지칭을 명확히 했다. 쿠키 한 봉지 따위도 할아버지 건데 나눠 먹는 것이라고.


미국에 온 지 얼마 안 된 나는

'가족끼리 니 거 내 거? 그것도 먹는 걸로?', 참 정 없네 생각했다.


돈이건 음식이건, 가족끼리 종종 소유권을 굳이 나누지 않는 한국에선 가족 내 많은 게 '우리 것'이고, 그 안에서 '내 것'을 주장하면 이기적인 사람이 되기도 한다.


나도 어릴 적 가족 내 '내 것', '엄마 것', 개인의 소유 경계가 흐렸고, 그런 문화에서 자랐기에 이해가 안 됐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누구보다 아이들 인성 교육에 진심이신 시부모님에게 배우게 된,

경제활동은 고사하고 돈을 겨우 세기 시작한 아이들에게 '치사하게' 엄마 것 네 것을 명확히 가르쳐야 한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내 것을 스스로 지키는 것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하기 때문인 것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소유권의 주소를 명확히 해야 온전히 나누는 법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공동체의 것은 내가 나서서 나눠줄 권리가 없다.

나눠주기 위해선 그것은 '확신의 나의 것'이어야 하고,

내 것을 나눌 때 느끼는 성취, 자존감의 향상과 함께 '나눔' 까지도 온전한 나의 것 임을 배우게 된다.


부모로서 현명하고 합리적인 경제관념을 가르치는 건 어떻게 하는 걸까.


예전의 나는,

경제관념이 확실치 않을 수밖에 없는 아이에게


'3달러가 작은 돈이 아니야'라는 기준이 모호한 말로

'3달러는 왜 작은 돈이 아니지?'라는 의문만 남기고,


'넌 어디서 3달러 벌 수 있니?'라는 다소 치사한 얘기를 했었다.


3달러를 벌기 위해 얼마나 힘들게 일을 하는지

3달러로 장난감이 아닌 '더 유용한' 무엇을 더 살 수 있는지

솔직히 백 번을 얘기해 봐야 아이들 입장에선 전혀 와닿지 않는다.


남들이야 그깟 푼돈, 치사하다 할 수 있지만

나에게 푼돈이라고 아무런 대가 없이 덥석 소비하고, 사 주기보단

직접 소비하게 해 줌으로 '네 것'을 인정해 주고

'내 것'의 가치를 가르치고 싶다.


그깟 3달러, 별 것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직접 '내 돈' 3달러를 지불하는 순간 아이에게 그건 남이 터치할 수 없는 '내 것'이 되고,

나의 소중한 돈을 지불한 물건에 대한 관리와 책임감을 배운다.


그게 내가 가르치고 싶은 3달러의 가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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