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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눈, 듣는 마음》

43편 - 새벽에 깨어나는 삶의 의미

by 정성균

새벽은 시간의 틈새다. 세상의 거대한 숨결이 잠시 멈춘 순간. 가로등의 희미한 불빛마저 제 형체를 잃어버리는 시간. 창문을 열면 낮의 찌든 공기가 아닌, 맑고 깨끗한 숨결이 뺨에 닿는다. 고개를 들면 도심의 짙은 밤하늘 위로 별빛이 보일 것만 같은 착각에 잠시 젖어든다. 이 모든 것이 숨죽인 정적 속에서 나는 홀로 깨어 있다. 모든 소음이 거짓말처럼 사라진 공간, 그곳은 나를 위한 무대다. 어제로부터 이어져온 모든 분주함과 번잡함이 새벽의 장막 아래에서 흔적 없이 사라진다. 오직 나만의 안온한 공간이 펼쳐진다. 고독하지만 비어 있지 않은 이 시간, 그 안에서 가장 뚜렷이 드러나는 것은 내 마음의 움직임이다. 낮에는 알아채기 어려웠던 감정과 생각들이 차례로 떠올라,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속삭인다.


고요는 맹목적인 침묵이 아니다. 그것은 스스로를 마주하게 하는 거울이다. 낮의 세상은 수많은 소리와 정보로 가득 차 있다. 우리는 끊임없이 타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외부의 자극에 반응하며, 나 자신을 돌아볼 여유를 잃는다. 그러나 새벽의 적막은 다르다. 그 안에서 세상의 흐릿한 형체들은 사라지고, 거울에는 오직 나 자신의 모습만이 선명하게 비친다. 어떤 날은 막연한 불안이, 또 어떤 날은 설명할 수 없는 기쁨이 그 거울에 비친다. 나는 그 감정들을 회피하지 않고, 그저 바라본다. 왜 이 감정이 떠올랐는지, 무엇이 나를 흔들고 있는지, 혹은 무엇이 나를 온전히 채우고 있는지 묻는다. 이 질문들은 낮의 삶에서는 감히 꺼내볼 엄두조차 나지 않는 것들이다. 하지만 새벽에는 이 모든 물음이 생생한 숨을 쉬며, 나에게 진정한 답을 건넨다. 새벽은 그저 이른 시간이 아니다. 우리 삶의 가장 본질적인 질문과 마주하는 장소이다.


새벽은 하루의 주도권을 움켜쥐는 의식


주체적 시간의 힘

이 시간에 눈을 뜨는 행위는 하루의 주도권을 움켜쥐는 의식과 같다. 다른 이들이 여전히 꿈의 세계를 헤매는 동안, 나는 오늘의 지도를 펼쳐든다. 어디로 향할지, 어떤 길을 택할지, 어떤 목적지에 닿을지 조용히 정한다. 이른 아침의 작은 계획은 단순한 일정이 아니라 내 의지와 목표를 세우는 시작이다. 어제를 돌아보고 오늘을 다시 그리며, 나는 나를 새롭게 설계한다. 이 주체적인 선택이 자신감의 원천이 된다. 그것은 경쟁이 아닌, 내 삶을 내가 온전히 다스리고 있다는 확신이다. 이 확신은 하루를 지탱하는 단단한 기둥으로 선다. 새벽의 고요 속에서 나는 오늘의 방향을 정렬한다.


작은 반복이 만드는 거대한 에너지


작은 습관의 축적

새벽의 선물은 몸과 마음을 깨우는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진다. 나는 조용히 몸을 일으켜 책상에 앉거나, 맨몸으로 가볍게 몸을 움직인다. 이른 시간의 운동은 근육을 단련하는 과정에 그치지 않는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숨을 고르고, 몸의 흐름에 집중하다 보면 잠들어 있던 감각이 차츰 깨어난다. 굳어 있던 어깨가 풀리고, 긴장된 마음도 함께 가벼워진다. 책을 펼칠 때도 다르지 않다. 책장을 넘기는 소리와 종이의 질감, 글자 하나하나가 낮보다 또렷하게 다가온다. 맑아진 사고가 활발히 움직이는 이 시간에 마주한 문장은 오래도록 남는다. 글은 삶의 결 속으로 스며들며 지식에 머물지 않고 나를 이루는 또 다른 부분이 된다. 작은 행동이 매일 이어질 때 큰 힘으로 전환된다. 보이지 않는 뿌리가 자리를 잡고, 그 위에 하루와 삶이 단단히 세워진다.


지금이라는 순간이 미래를 빚는다


미래를 빚는 지금

새벽은 새로운 가능성이 태어나는 곳이다. 낮에는 바깥의 소음에 갇혀 듣지 못했던 내면의 목소리가, 고요 속에서는 놀라울 만큼 선명해진다. 어제는 떠올리지 못했던 기발한 생각이 갑자기 빛처럼 스쳐 지나가고, 마음 깊숙한 곳에 숨어 있던 해묵은 감정들이 비로소 언어를 찾아 흘러나온다. 새벽의 공기는 마치 아직 그려지지 않은 스케치북과 같다. 그 위에 나는 마음껏 새로운 아이디어와 감정의 선들을 그려나간다. 새벽은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가 태동하는 요람이다. 새로운 생각과 감정이 싹트는 이 순간, 삶은 조용히 다른 길로 향하는 첫걸음을 내딛는다. 우리가 잠시 잊고 있던 창의성과 직관이 이 시간을 통해 되살아난다.


새벽에 일어난다는 것은 시간을 더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같은 하루를 더 깊이 사는 일이다. 아침 해가 떠오르기 전의 몇 시간을 어떻게 채우느냐에 따라, 우리 삶의 무게는 완전히 달라진다. 우리는 이 시간에 하나의 엄연한 사실과 마주하게 된다. 미래를 바꾸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을 다르게 사는 것뿐이라는 사실이다. 멀리 있는 내일을 꿈꾸며 오늘의 선택을 미루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새벽의 가르침이다. 지금 눈앞의 작은 습관들을 다르게 이어갈 때, 우리의 내일은 어제와 다른 빛깔로 물든다. 오늘 내가 감지한 내 마음의 작은 움직임이 곧 내일의 방향을 만든다. 지금의 나는 미래의 나를 빚어내는 조각가이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노력, 흔들림 속에서도 다시 일어서는 의지, 그리고 스스로의 마음을 다스리는 주체적인 정신. 이 모든 것들이 모여 한 사람의 인생을 새롭게 세운다. 새벽은 그 모든 과정을 시작할 수 있는 가장 간결하면서도 가장 깊은 장소다. 하루를 먼저 여는 사람은 결국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열어가는 사람이다. 오늘 새벽을 어떻게 맞이하는지가 내일을 바꾸고, 그 내일이 모여 새로운 인생의 궤적을 만들어낸다.


오늘, 당신의 마음은 어떤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가? 그 움직임을 따라 당신의 미래를 새롭게 빚어낼 용기가 있는가? 삶을 바꾸는 길은 멀리 있지 않다. 바로 지금, 새벽의 당신에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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