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바퀴로 남긴 아침의 자국

by 정성균

현관문을 열면 아직 잠이 덜 깬 서늘한 공기가 얼굴을 스칩니다. 세상이 온통 짙은 보랏빛에 잠겨 소음이 숨을 죽인 시간입니다. 구석에 세워둔 자전거를 끌고 밖으로 나갑니다. 가벼운 소재로 만든 몸체는 손바닥에 닿는 느낌이 차갑고 단단합니다. 정교하게 맞물린 틈마다 새벽 공기와 섞인 기분 좋은 기름 냄새가 옅게 풍겨 나옵니다.


신발 밑창의 클릿(Cleat)이 페달 위에 오르며 발끝에 힘이 실립니다. ‘착’ 하는 날카롭고 짧은 체결음이 고요를 깨우는군요. 클릿 슈즈와 페달이 맞물리며 이륜의 기계와 몸이 비로소 하나로 이어집니다.


안장에 앉아 첫 페달링을 내디디면, 고압으로 채워진 타이어가 마른 노면을 훑으며 나아갑니다. 아직 아무도 지나가지 않은 길 위로 바퀴가 구르는 항속음이 낮게 깔립니다. 아파트 사이를 지나 전용도로에 들어서면 탁 트인 호숫가로 향하는 코스가 활짝 열립니다. 저 멀리 수평선 부근이 희끄무레하게 밝아오며 멈춰 있던 풍경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기어를 바꿉니다. 체인이 톱니를 물고 돌아가는 미세한 떨림이 발바닥을 타고 온몸으로 번집니다. 속도가 붙을수록 허벅지는 팽팽해지고, 가슴 깊은 곳까지 차가운 숨이 밀려듭니다. 입에서는 하얀 김이 뿜어져 나옵니다. 길가에 줄지어 선 벚나무들은 어스름 속에서 분홍빛 테두리를 드러낸 채 서 있습니다. 전등의 하얀빛이 바닥을 가르면, 어둠 속에 숨어 있던 작은 자갈들이 반짝이다 시야 밖으로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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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현장에서 건져 올린 생각과 마음의 결을, 책 속 문장과 함께 조용히 전합니다. 스친 만남이 믿음으로 이어져 각자의 하루에 힘을 더하는 장면들을 담담히 써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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