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오늘을 붙잡는 가장 정직한 노동

by 정성균

"글을 쓴다는 것은 흘러가는 시간 앞에 내 존재의 닻을 내리는, 고요하고도 치열한 저항의 의식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닌데, 하루가 지나고 나면 내가 걸어온 시간들이 밀물에 씻겨 나간 모래사장 발자국처럼 흔적도 없이 지워진 듯한 허망함이 밀려올 때가 있습니다. 출근길에 마주친 풍경, 불현듯 머리를 스친 생각, 저녁 식탁에서 나눈 이야기의 조각들이 제자리를 찾지 못한 채 그저 떠돕니다. 붙잡지 않으면 사라집니다. 이름도 없이 흘러가 버리는 하루를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야 한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더 깊고 오래 남는 서글픔을 남깁니다.


그래서 자음과 모음을 엮어 종이와 화면 위로 끌어냅니다. 이는 사라지려는 하루를 현실의 땅에 심는 채집 작업입니다. 흩어지던 생각은 그제야 글이라는 형체를 얻고, 비로소 홀로 살아가는 힘을 갖습니다. 기록은 내 존재의 흔적이 허공 속으로 흩어지지 않도록 내리는 하나의 닻이며,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에 맞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조용하고도 단단한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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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현장에서 건져 올린 생각과 마음의 결을, 책 속 문장과 함께 조용히 전합니다. 스친 만남이 믿음으로 이어져 각자의 하루에 힘을 더하는 장면들을 담담히 써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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