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쿤의 바다에서 길리를 보았다

by 스칼렛

몇 년 전, 칸쿤으로 신혼여행을 간다는 신혼부부의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도대체 거기가 어디야"라며 찾아보았던 기억이 난다.


요즘 신혼여행은 '누구와 함께 있느냐' 만큼이나 '공식적으로 허락된 긴 시간 동안 얼마나 더 멀리 갈 수 있느냐'의 관점으로 변한 듯하다. "이때 아니면 언제 가보겠어"라는 비장한 심정으로 비행기에 몸을 싣는 신혼부부들. 그렇게 칸쿤은 닿기 힘든 물리적 거리만큼이나 젊은 부부들에게 선망의 장소가 되었다.


지난 주말 tvN예능 '콩콩팥팥'을 보다가 처음으로 멕시코 칸쿤의 풍경과 마주했다. 화면 속 배우 도경수는 구글 맵으로 목적지를 찾아가고, 숙박 앱 리뷰를 꼼꼼히 살폈다. 여느 자유 여행자와 다를 바 없는 그 익숙한 과정이 재미를 주었다. 하지만, 정작 내 시선을 멈추게 한 건 그들의 좌충우돌 해프닝보다 그들 너머로 펼쳐진 에메랄드빛 바다였다. 그 빛깔을 보는 순간, 올해 내가 다녀온 발리의 '길리(Gili)'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물론 규모와 화려함은 다를지라도, 천연의 에메랄드빛 바다와 그 위의 파란 하늘만큼은 서로 닮아 있었다. 그 풍경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우리는 여행에서 무엇을 얻으려 할까?'


누군가는 일상의 지루함을 깨뜨릴 신선함을 원하고, 누군가는 도파민이 샘솟는 자극적인 즐거움을 쫓기도 한다. 또 다른 이는 현실의 도피처로 여행을 택하기도 한다. 각자의 취향만큼이나 여행의 목적은 다양하겠지만, 칸쿤이든 길리든 푸른 자연 앞에 서서 나지막이 감탄을 내뱉는 그 찰나의 진심만큼은 모두가 같지 않을까.


여행의 방향은 제각기 다를지라도, 경이로움을 선사하는 자연이라는 위대한 유산 앞에서는 모두가 보편적인 감동을 공유한다. 멀리 칸쿤까지 날아간 배우들의 환한 미소 속에서, 그리고 올해 길리의 바다를 바라보던 나의 시선 속에서 나는 같은 종류의 평온을 읽었다. 결국 우리가 그토록 멀리 떠나는 이유는, 가장 원초적이고도 순수한 감동을 되찾기 위함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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