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안 하게 되는 이유

돈보다 결국 사람이다.

by 병아리 트레일러너

직장에서 퇴사를 안하게되는 이유에 대한 나의 짧은 고찰을 글로써 남겨본다.


아이가 좀 더 자란 후, 나는 치과 덴탈 어시스턴트라는 위치로 다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몇몇 치과를 거쳐 지금은 멜버른 시티의 한 치과에서 일을 하고 있다. 최근 이력서를 수정할 일이 생겨, 그동안의 경력을 쭈욱 훑어보게 되었다.

이력서 속 듬성듬성한 경력들이 눈에 들어왔다. 어떤 곳은 채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떠났고, 어떤 곳은 비교적 오래 머물렀다. 문득, 내가 오래 일했던 곳들의 공통적인 특징이 보이기 시작했다. 연봉이 유난히 높았던 것도, 업무 강도가 낮았던 것도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었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이제 막 오픈한 집에서 멀지 않은 소규모 치과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곳에서 만난 실장이라고 표현해야 하나? Practice manager였던 20대 젊은 실장이자, 덴탈 어씨스턴트역할도 같이 겸했던 친구가 생각이 난다. 이 쪽 일을 처음 접하다 보니 치과 도구들부터 모든 것이 낯설었던 나에게 항상 뒤에서 도와주고, 궁금한 점이 있을 때마다 그 친구에게 많이 물어보곤 했다. Practice manager일을 하기 전에 그녀 역시 덴탈 어씨스턴트였기에 실무를 아주 잘 파악하고 있었다. 그리고 가끔씩, 우리는 서로의 커피 취향도 알고 번갈아가며 따뜻한 커피를 사주기도 했다. 그녀와는 지금도 안부인사를 나누는 사회에서 만났지만, 우리는 꽤 잘 맞는 친구 같은 사이였다. 어쩌다 틈이 나면 우리는 재미있는 농담도 던지면서, 그렇게 나는 첫 직장에서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런 인연 때문이었는지, 이후 다음 직장을 구하려고 할 때, 그녀가 나의 레퍼리(추천인)가 돼주었다.

아마도 지금까지, 그녀가 나의 직장 동료 중 넘버원이었다고 할 수 있을 거 같다.


그리고, 또 다른 한 사람은 같은 치과에서 다른 요일에 일하는 나보다 좀 나이가 있던 분이었는데, 처음에 그분과 대화를 하고 나서, 난 "아~ 호주에선 경력이 우선이지, 나이는 일하는 데에 크게 상관은 없나 보다"라고 생각하게 된 계기였다. 그분은 내가 아주 가끔 한참 사춘기를 지나던 딸아이와의 작은 트러블들을 이야기하면 본인은 결혼해서 애가 있는 건 아니지만 내 딸아이와 비슷한 나이의 조카가 있어서 본인의 경험담을 나와 함께 나누곤 했다. 그때마다 따뜻한 조언은 크게 위로와 공감이 되었다. 이 분또 한 내가 그곳에서 퇴사한 이후에도 한동안 안부 문자를 보내주셨다. 항상 긍정적이고 , 위트도 있던 멋진 직장동료였다.

이곳에서 한동안의 소중한 경험을 디딤돌 삼아 다른 직장으로 옮길 수 있었는데, 약간의 반전이 있었다.


다음 곳은 교정치과였는데, 처음에 사실 이곳에서 일을 막 시작했을 땐, 멋모르고 일했었다,

이곳은 비교적 짧게 머무른 곳이었다. 그렇다고 2,3개월 일하다가. 관둔 건 아니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이유는 간단했다. 일하면서 느낀 것은 내가 지속적으로 일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일단, 회사는 아니었지만 사내정치의 끝판왕이라고 하면 와닿을까? 견고하게 뭉친 기존 직원들 사이에서 신입이었던 나와 다른 신입직원들은 보이지 않는 따돌림을 당하거나 근거 없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 내가 지금 일하는 곳을 정하는 기준 중의 하나는 일단, 사내정치는 없는 곳을 선호한다. 빌런도 없으면 금상첨화겠지만 이 조건에 부합하는 곳을 찾기는 매우 어렵다.

그리고 어느 정도 일하면 나 자신도 성장하고 배운다는 것을 느껴야 하는데 항상 같은자리에 머물러서 발전이 없는 느낌이 강했다. 그래서 긴 고민 끝에 그곳은 내가 떠나는 게 맞다는 결론을 내리고 퇴사를 하게 됐다.

고민 끝에 퇴사를 결정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때 떠나는 게 맞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동안 지금의 직장을 찾기까지 시간이 조금 더 걸렸지만, 지금 일하고 있는 직장은, 일단 한 70프로 정도 만족하는듯하다. 사내정치 없고, 나 자신의 발전가능성도 열려있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 대체적으로 만족한다. 일단 서로 도우려고 하는 게 강하고, 하루하루 내가 모르던 기술이나 지식을 습득하는 것도 큰 보람이다. 물론 부수적으로 집에서 직장까지 거리가 만만치 않다던가 하는 다운사이드가 있지만, 백 프로 만족하는 직장이 어디 있으랴?

직장을 옮기는 기준은 모두가 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연봉이 최우선이 될 것이고, 또 어떤 사람은 나처럼 발전가능성 등등 여러 가지 기준이 존재할 것이다. 나 같은 경우, 지금은 연봉도 중요하지만, 일단 사람이 먼저다.

나를 성장시킬 수 있는 동력이 존재하고, 사내정치가 거의 없고, 팀플레이어들이 있는 곳이라면 나는 언제든 열려있다.


부끄럽지만, 나도 나중엔 든든하게 다른 동료들을 지지해 주고, 같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다. 가끔 나는 상상해 본다. 멋진 동료이자, 지원자가 되어있는 나의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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