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보편적인 사람일까

특별한 줄만 알았던 나의 언더독 취향

by 피베리

언더독에 매력을 느낀다. 내가 사용하는 카메라 브랜드 후지필름이 그러한데, 이제는 스탠더드가 된 풀프레임 센서가 아닌 APS-C 크롭 센서를 탑재한 주력 라인업과, 필름을 생산하던 기업답게 다양한 필름 시뮬레이션과 아날로그한 폼팩터와 조작감을 선사하는 마니악한 브랜드이다. 지금 나열한 모든 특징들이 내가 후지필름 카메라를 사용하는 이유겠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건 대중적이지 않다는 것. 스스로 희소한 취향을 가졌다는 것에 도취되었던 것도 분명 사실이다. 일종의 홍대병이려나.


최근 일요일 저녁을 기다리게 한 프로그램이 있다. '신인감독 김연경'인데 세계 정상에서 멋지게 은퇴한 선수의 첫 감독직과 어떠한 이유로 주류에서 밀려난 선수들의 성장기를 담아낸 예능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성장캐 인쿠시 선수에게 빠져들었지만 난 유독 화려하지 않은 문명화, 구솔, 타미라 선수에게 마음이 갔다. 속으로 '역시 내 취향은 마이너인가 봐' 생각하기도 했다.


요즘, 없어서 못 사는 카메라가 있다. 200만원이 넘는 가격인데도 대기가 몇 개월이나 걸린다는 소문을 들었다. 바로 후지필름의 X100VI다. 사실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살 수 있는 카메라가 몇 없다. 중고 장터에선 프리미엄이 붙은 미개봉 상품들이 판매되고 있고 중고 가격이 신품을 상회하는 웃지 못할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몇 년 사이 후지필름이 유행처럼 퍼진 것도 사실이지만 이제 마냥 마이너라고 하기엔 찾는 사람이 너무 많아졌다.


유튜브로 '신인감독 김연경' 클립들을 여러 번 정주행하고 있다. 언더독들의 성장기를 소년 만화같은 연출로 너무 짜릿하게 풀어냈고 이들의 서사를 보면 한 명도 응원하지 않을 선수가 없다. 내가 마이너할 거라고 생각했던 문명화, 구솔, 타미라 선수를 응원하는 댓글들 또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아, 나만 좋아한 게 아니었구나.


스스로 독특한 취향을 가졌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내 취향은 아주 보편적이었을까?

대중적인게 나쁜 것도 아니고 마이너한 취향이 딱히 특별한 것도 아니다.

그저 언제나 난 소수라고 생각해 왔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이어나가는 게 꼭 대중에게서 멀어지는 일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힌트가 되었다. 어쩌면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응원해 줄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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