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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mama Jul 28. 2022

코다리를 좋아하는 것,
어른이 됐다는 것

급식 때문에 이미지 나락 간 음식 TOP

을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코다리'다. 이름부터 비호감이었다. 코다리강정, 코다리조림, 코다리찜. 그 때 그 시절, 내게는 이 세상 제일 슬픈 세글자 '코다리'였다. 메뉴판에 코다리만 떴다하면 매점에서 끼니를 떼우거나 월담하여 근처 분식집을 갔으니까..


우리 회사 쇼핑몰에서도 팔고 있던 코다리..사먹어 볼 예정..

졸업과 동시에 다시는 볼 일이 없을 줄 알았던 코다리. 어른이 되고, 우연히 코다리 전문 밥집을 가서 코다리 조림을 먹게 되었는데, "이거 내가 아는 그 코다리 맞냐"는 말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다. 그야말로 극락이었다. 그리고 나는 코다리 매니아가 되었다.



삼계탕 말고, 코다리 냉면 먹으면 안 돼요?

중복 점심에 삼계탕을 먹기 위해, 팀원들과 회사 근처 삼계탕집으로 향했다. 회사에서 조금 떨어져 있어 15분 정도 걸어가야 했고, 삼계탕 집에 다다를 때쯤 내 눈에 '코다리 냉면' 다섯 글자가 들어왔다. 중복 때문에 삼계탕을 먹으러 가고 있다는 사실 따윈 잊은 채 척수반사처럼 외쳤다.


"삼계탕 말고, 코다리 냉면 먹으면 안 돼요?" 


따가운 눈총들과 함께 어떠한 대꾸도 받지 못한 채 삼계탕집으로 향했지만,

결국 코다리 냉면을 먹었다 ㅋㅋㅋㅋㅋ 삼계탕 집의 웨이팅 덕분(?)에^^

숙성 코다리와 함경북도식 냉면의 궁합은 환상이다.

어릴 적 죽도록 싫던 코다리... 이제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수산물 회사 직원으로서 직업병이 돌아 TMI를 조금 방출하자면, '코다리'라는 생선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반건조한 명태를 코다리라고 지칭한다. 보관법에 따라 생태, 동태, 황태, 노가리, 코다리 등 다양한 이름이 있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은 명태를 오랫동안 보관하기 위한 것이고, 코다리는 바짝 말린 북어와 다르게 수분을 조금 남겨 꾸덕하고 촉촉하게 꿰어 말린 것이다.


코다리의 식감이 기가 막힌 게, 수분을 날려 꾸덕꾸덕하면서도 완전히 건조한 것이 아니어서 북어나 황태만큼 질기지 않고 씹기 좋은 정도로 '쫄깃'하다. 국산 명태가 귀해진 이후로는 대부분 덕장에서 러시아산 동태를 해동해서 말리는데, 깨끗하게 내장을 뺀 명태의 배를 열어 나무막대 등으로 고정해 말리는 것이 특징이다.



코다리를 좋아한다는 것, 어른이 됐다는 것

급식 때문에 인식이 박살났던지라, 아직도 코다리 혐오증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나 또한 불과 몇 년 전까지 그랬으니까.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코다리를 좋아하게 되는 것은 오랜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싫어하는 코다리 요리를 우연한 기회로 먹게 되고, 내가 알지 못했던 혹은 알고 싶지 않아 지나쳐버렸던 참 맛의 매력을 발견했을 때, 그때의 그 기분은 마치.. 오랫동안 미워했던 사람이 예상치 못한 순간에 나에게 엄청난 감동을 줬을 때, 그에 대한 모든 악감정이 눈 녹듯 사라지는 그런 마음과 같았달까. 


수산물 에디터의 지나친 감상적 평가였지만, 나에게는 코다리는 다시는 미워할 수 없는 그런 존재인 것이다. 말복 점심 메뉴로는 코다리 조림을 추천해 볼 생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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