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속에 숨겨진 부드러운 매력
세상의 모든 수산물을 알려드리는 매거진 <해적의 식탐>의 블루마마입니다. 오마카세나 고급 일식당을 방문하면 평소에 보기 힘든 수산물이 몇 가지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노오란 색깔에 유독 눈에 띄는 녀석이 있죠. 한 번도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다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수산물, 성게알입니다. 오늘 해적의 두 번째 식탐, 성게알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01. 성게알, 그게 뭔데?
02. 각양각색 성게알
03. 언제 먹어야 할까?
04. 흰다리새우, 이렇게 드세요
성게알의 다양한 이름
성게알은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마카세에서 자주 사용하는 우니(ウニ)가 대표적이며, 또 다른 말로 운단(雲丹)과 은단 등이 있습니다. 사실, 이는 일제의 잔재이기도 한데요. 과거, 일본으로 수출이 많이 되던 수산물이었기에 일본식 표현이 굳어진 것이죠. 보통 한국에서는 성게알이라고 부르며 안을 채운 내용물을 뜻하는 '-소'를 붙여 성게소라고도 합니다.
우린 성게알을 먹어본 적이 없다
우리가 먹는 성게알. 실제로는 알이 아니라 성게의 생식소라는 것을 알고 계셨나요? 생식소란 정소와 난소 모두를 지칭하는 말인데요. 정확히 말해, 알이 아니라 '산란을 하기 위한 기관'인 것이죠. 우리는 이러한 성게 생식소(우니)를 암수 구분 없이 동일하게 성게알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명확히 따지자면 '성게 생식소', '성게소'가 더 올바른 표현일 테지만, 해당 글에서는 편의상 성게알로 지칭하겠습니다.
같은 성게알이라도 난소와 정소는 색이 조금 다릅니다. 맛의 차이는 크지 않지만 암컷 성게의 난소의 경우, 산란기가 되면 온도에 민감하여 쓴맛이 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프리미엄 성게를 가공하는 업체에서는 맛의 변화가 적은 수컷 성게만 사용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30여종의 성게가 살고 있는데, 모두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전 세계적으로 식용이 가능한 성게로 분홍 성게, 둥근 성게 등 몇 가지가 있는데요. 그중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하게 식용되는 성게는 보라성게와 말똥성게입니다.
판매되는 형태도 각양각색
성게를 살 때 고려해야 할 것은 성게의 종류뿐만이 아닙니다. 손질한 성게알은 시간이 지나면 표면부터 녹아내리는 특성이 있는데요. 그래서 다양한 방법으로 포장되어 유통됩니다. 각 방법마다 장·단점이 뚜렷하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용도에 맞추어 구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명반 처리를 한 성게알
명반 처리를 했다는 게 무슨 말일까요? 명반(혹은 백반)이란 식품첨가물로 사용하는 의약품인 '황산알루미늄 칼륨'을 말합니다.
명반을 성게알의 가공에 사용하는 이유는 성게알의 모양을 유지시키기 위해서입니다. 명반을 녹인 물에 성게알을 잠시 담갔다 빼면 표면이 살짝 굳어지면서 오돌토돌한 입자가 도드라지죠. 이 과정을 '명반 처리'라고 하는데 성게알이 쉽게 흐트러지거나 녹지 않게 됩니다. 그에 반해 단점도 명확한데요. 바로 성게알에 '쓴맛'이 생긴다는 점입니다. 예쁜 모양을 얻고 맛을 내어주는 셈입니다.
사실, 식품에 의약품을 사용한다는 부분에서 명반에 대한 많은 우려의 목소리가 존재합니다. 한 때, 식품첨가물로서 안전성에 대해 논란이 된 경우도 있었죠.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수산가공품의 경우 1kg당 0.2g 이하로만 사용이 가능하며 그 기준에 맞추어 생산된 것들이 수입되고 있습니다.
돌아오는 제철을 기억하라
성게알의 제철은 '산란기'로 산란 시기가 다가오면 생식소가 꽉 차오릅니다. 산란기는 성게의 종류마다 조금씩 다른데요.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보라성게는 5~8월, 말똥성게는 11~2월이 제철입니다.
물론, 절대적인 기준은 아닙니다. 한국에서는 제철이 아니더라도 이미 다양한 국가에서 각 나라의 제철 성게알이 수입되고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여기서 특이한 점이 있는데요. 같은 성게라도 나라마다 맛과 크기, 심지어 가격가지 전부다르다는 사실입니다.
성게 자체만 보면 수입 성게알이 국산보다 크기도 크고, 질도 좋은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가격은 다소 비싸죠. 제철에 한시적으로 생산되는 국산 성게알은 수입 성게알에 비해서 30% 이상 저렴하여 가성비가 좋습니다. 평소 성게알을 맛보고 싶은데 가격이 부담스러워 망설이셨던 분들은 국산 성게알의 제철을 기억했다 맛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맛있는 성게알의 조건
맛있는 수산물하면 떠오르는 기본 공식이 있죠. "냉동 수산물 보다는 얼리지 않은 생물이 맛있다."인데요. 성게알의 경우 조금 다릅니다.
성게알은 굉장히 민감한 수산물입니다. 성게가 살아있더라도 수온관리가 안 된다면 몸속에서 그대로 녹아버리기도 하며, 쓴맛이 올라오기도 합니다. 따라서 성게는 살아있다고 반드시 더 맛있는 것은 아니며 가장 좋은 상태일 때 전문가가 손질하여 냉동한 성게알의 퀄리티가 더 좋을 수 있습니다.
맛있는 성게알을 판단하는 조건으로 '등급'도 참고할 수 있는데요. 생산되는 산지와 신선도, 크기 등 다양한 요소로 판단하여 구분합니다.
보통 성게의 등급은 알파벳(A급, B급) 혹은 숫자(1등급, 2등급)로 표기하는데요. 당연히 높은 등급일 수록 품질이 더 좋습니다. 다만, 상황에 따라 변수도 존재하죠. 같은 등급의 성게알일지라도 시기나 가공 업체에 따라 품질이 차이나기도 하고, 현지 조업 상황에 따라 낮은 등급으로 통하던 성게알이 오히려 고평가 받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등급을 나누는 기준이 업체마다 다르기 때문에 같은 A급이라고 해도 품질이 다를 수 있습니다.
성게를 1년 내내 먹을 수 있다?
그동안 성게는 양식 생산성이 낮아 상용화하지 못했습니다. 포획부터 손질까지 모두 수작업으로 진행되어 그 비용들이 고스란히 가격에 반영되고 있죠. 그런데, 최근에 제주도에서 괭생이모자반과 양배추를 이용하여 성게 시범 양식을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습니다. 만약 양식과 생산 공정 개선이 동시적으로 성공한다면, 좋은 성게알을 합리적인 가격에 1년 내내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트나 수산시장 방문 전 위 시세 버튼을 눌러 국산, 수입산 성게알의 평균 시세, 최저가를 꼭 확인해보세요. 오늘 해적의 식탐 두 번째 '성게알'에 대한 소개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에는 더 맛있는 식탐으로 찾아뵙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