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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끔 Jan 11. 2021

Rock Will Never Die: 1. Oasis

갈 수 없었던 넵워스를 향한 그리움



락 윌 네버 다이.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가, 어쩌면 지나가는 상가에서 나오는 노래를 듣다가. 테이크 아웃을  위해 카페 구석에 서 있다가 불현듯 떠오르고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말이다. 저 말이 문법적으로 틀렸으니 어쨌느니 하는 말들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냥 듣고만 있어도 멋지잖아. 우리들 속에서 락은 영원히 죽지 않는다. 계속해서 새로운 밴드를 찾아 떠도는 사람들, 지구를 휩쓰는 역병 사이에서 온 몸이 부서질 것 같은 슬램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은 영원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들 중 하나이다. 솔직한 말로 진퉁 락 리스너라고는 죽어도 못 말하겠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정말 '진짜 리스너'들이 얼마나 불쾌하겠는가. 그냥 나는 락을 듣는 사람. 플레이리스트 빼곡하게 락 음악만을 꽉꽉 채워놓는 사람. 그냥 그 정도다. 내 인생에서 그 노래들을 빼놓고 무슨 얘기를 할 수 있을까. 이런 종류의 글을 쓰게 된다면 반드시 처음으로 언급하겠다 맹세한 밴드가 있다. 부끄럽지만 내게 있어서 영원한 사막의 구세주. 브릿팝의 전성기를 이끈 얼터너티브 밴드. 해체한 지 10년도 더 넘었지만 여전히 우리의 귀 속에서 살아 숨 쉬는 노동 계층의 탕아들. 오아시스다.









내가 오아시스를 처음 들은 건 미키 마우스 mp3와 아이리버 전자사전으로 노래를 듣던 그 시절. 그 왜 있잖아. 오른쪽 귀를 돌리면 볼륨이 커지고 왼쪽 귀를 돌리면 음악이 넘어가는 그거. 그때 나는 음악을 좋아하지 않았다. 난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거든. 어린아이의 발상에서 얘기해 보자면, 좋아하는 거 하나가 있는데 다른 걸 좋아하는 건 어불성설이었다. 나는 그림을 좋아하니까 음악을 좋아하지는 않아. 나는 계속 그림만 좋아해(물론 이 발상이 머리 굵어질 때까지 이어져서 인생 한 번 크게 작살낼 뻔했다). 하여튼 그랬다. 그래서 나는 남들 다 듣는 노래도 듣지 않고 이어폰도 귀를 막는 용도로만 사용했었다. 정말 무식하기 짝이 없지.


왜 이야기가 이렇게 됐냐면, 그러니까 내가 오아시스를 듣게 된 건 정말 우연에서 비롯된다는 거다. 들으려고 해서 들은 게 아니었어. 어디였나. 통영이었나, 부산이었나. 가족들끼리 바다를 가는 와중에, 나는 멀미를 아주 심하게 했었다. 2km도 못 가서 차를 멈추고 바람을 맞고 휴게소가 보이는 족족 화장실로 달려가고. 다른 가족들에게는 아주 큰 민폐였던 거지. 그런 내 모습을 도저히 견딜 수 없었던 혈육은 자기가 끼고 있던 이어폰을 내 귀에 냅따 꽂으면서 볼륨을 높였다. 그때 걔가 뭐랬더라. 반고리관이 어쩌고 저쩌고 그냥 멀미하는 이유를 설명했던 거 같은데. 물론 그 노래를 들으면서도 멀미를 하긴 했다. 결론적으론 그때 오아시스를 처음 들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https://youtu.be/6hzrDeceEKc




발매 당시 런던을 뒤집어버렸다던 원더월을 나는 그때 처음 들어봤다. 리암이 경찰에게 잡혀가던 당시에 경찰들이 다 같이 따라 불렀다던 그 원더월. 도입부를 치고 들어오는 기타 소리와 나이팅게일 같은 리암의 목소리, 그리고 뒤에 천천히 깔리기 시작하는 첼로. 한 음 한 음 쌓여가는 그룹 사운드. 지금이야 이 노래가 좋은 이유를 하나하나 다 열거할 수 있지만 당시의 어휘력 후달리는 10대 학생이었던 나는 도저히 설명을 할 수가 없었다. 기적처럼 이 노래를 듣고 멀미가 멈추고 그런 일은 없었지만 이상한 심신의 안정을 느끼면서 나는 바다로 가는 4시간 내내 미키 마우스의 귀를 돌려댔다. 자동 한곡 재생이 없던 그때 수동으로 한곡 재생을 한 거였다. 그림만을 좋아해야 했던 나는 큰 고민 속에 빠지게 된다. 나 이 노래가 좋은 거 같다. 어쩌면 이 노래를 부른 사람들까지도. 자기부정은 생각보다 길었다. 처음 원더월을 듣고, 1집과 2집, 그리고 B side 음원들까지 나도 모르게 다 집어넣어 놓고선 그랬다. 좋아하는 게 아냐. 그냥 듣는 거야. 그냥. 그냥.



그리고 그 사실을 솔직히 인정하게 된 날. 브릿팝이라는 단어도 정확히 모르고 있던 내게 '나도 그 노래 좋아해' 라고 얘기해 줬던 걔. 걔 때문에 나는 내가 락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인정해버렸다. 자존심과의 싸움에서 순순히 백기를 들었다. 그 애는 이제 내 기억 속에서 천천히 흐릿해져 가지만 그 애가 알려 준 밴드들의 음악은 아직도 듣는다. 한 번 인정하고 나니 쉬웠다. 내가 좋아하게 된 게 그 애인지 락인지 당시는 불명확했지만, 지금은 당당하게 얘기한다. 나는 걔를 좋아해서 락을 좋아하게 됐다고. 락을 좋아해서 걔를 좋아하게 됐다고. 사람의 마음은 양분이 가능하니까. 어떤 종류에 있어서든 다양한 감정을 담을 수가 있으니까.



https://youtu.be/3GCSUSwcDwg




걔는 오아시스 노래 중에서도 slide away를 가장 좋아했다. 떠오르는 태양을 잡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걔 얼굴이 너무 근사해서, 나도 그때는 가장 좋아했다. 걔가 제일 좋아하던 노래이기 때문에. 물론 지금도 좋아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걔를 향한 감정이 천천히 사그라들면서 좋아하는 노래의 첫번째에 이름을 올리는 짓은 그만 뒀다. 당시에는 이 낭만적인 가사 속에서 걔랑 모든 걸 할 수 있을 것만 같았지만 이제는 그게 아니란 걸 아니까. 가끔 그런 날들을 더듬어 보기도 한다. 그랬지. 좋았지. 그립다. 하지만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니까.







Now that you're mine

넌 이제 내 거야

We'll find a way

우리는 방법을 찾을 거야

Of chasing the sun

태양을 쫓는 방법을


Let me be the one who shines with you

너와 함께 빛날 사람이 되게 해 줘

In the morning we don't know what to do

아침에 우리가 뭘 해야할지 모르겠을 때

Two of a kind

우린 비슷하니까

We'll find a way

우린 방법을 찾을 거야

To do what we've done

우리가 한 것들을 해내기 위해서


Let me be the one who shines with you

너와 함께 빛날 존재가 되게 해 줘

And we can slide away

그럼 우리는 떠날 수 있을 거야







긴긴 추억팔이를 그만하고 다시 오아시스의 이야기를 해 볼까. 정말 대단했지. 정말 멋졌지. 여전히 대단하고 멋지지. 내가 오아시스를 사랑하게 됐을 때는 이미 그들이 해체를 하고 난 후라서 나는 과거의 망령이 되어 온갖 영상들을 뒤져 봐야만 했다. 그들이 어떤 노래를 했고, 왜 이 노래를 만들었고, 이 노래는 어쩌다가 나왔고. 그래서 결론적으로 한 행동은 첫 앨범 첫 트랙부터 마지막 앨범 마지막 트랙까지 쭉 연결해서 들어보는 거였다.






1집과 2집. 기가 막히지. 농담이 아니고 나는 나랑 같이 락을 좋아하는 친구와 노래방을 가면 노래방에서 예약할 수 있는 모든 1집과 2집 노래를 예약하고 불러 제낀다. 안 부르고는 못 참는다. 그만큼 많이 들었다. 내 노래 듣는 귀의 8할은 오아시스의 전설적인 1집과 2집이 만들었을 거다. 그랬다. 영국을 브릿팝에 열광하게 만들었던 오아시스는 내 삶도 브릿팝에 열광하게 만들었다. 아마 필연일 거다. 정해진 거. 어쩔 수 없는 거지.


데뷔곡 Supersonic, 1집이었던 Definitely Maybe와 2집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를 메가 히트 쳐버린 탓일까. 오아시스의 다음 행보 속에서는 영원히 그 두 음반에 대한 그리움이 따라붙었다. 그 다음 모든 앨범들이 (b side를 담고 있는 Masterplan 앨범은 예외로 한다.) 앞선 두 앨범들보다 못 하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나는 좀 의아하긴 했다. 지금이야 뭐 그런 이유로 저런 소리를 들었나 보군 싶지만. Little By Little 좋잖아. Stop Crying Your Heart Out이 안 좋아? All Around The World가 안 좋다고? 뭐 그런 생각들이었다.


근데 이제는 가끔, 그러고 싶지 않지만 약간 인정하게 된다. 아, 이래서구나. 죽을 만큼 자주 듣는 노래들이, 잠결에 틀어놓는 노래들이 1집과 2집이라는 걸 알았을 때. 무조건적인 마음속에서 호불호가 드러났을 때. 약간 서글프기도 했다. 물론 다른 노래들이 싫다는 건 아니다.




이 이야기들의 귀결. 시간이 흘러서야 내가 오아시스를 사랑한다는 걸 인정하게 되었듯이 그들의 노래도 세월이 흐르면서 변해갔다. 시대를 뒤집어버린 밴드가 스러져가는 과정들. 노엘이 오아시스를 나와서 Noel Gallagher's High Flying Birds를 만들고, 리암이 남은 오아시스 사운드 멤버들과 비디아이를 꾸렸다가 해체하고. 그런 일련의 시간들 속에서 모든 게 변해갔다. 그럼에도 오아시스가 여전히 사막 속의 구세주인 이유. 수많은 밴드들이 나와서 글래스톤 베리를 쓸어버렸음에도 주섬주섬 귓속에서 들려오는 건 익숙한 기타 코드인 이유.



앞서 말하지 않았나. 락 윌 네버 다이.



1996년의 넵워스. 겪어보지도 못한 시기와 장소를 그리워하게 된 까닭은 여기 있다. 영원히 죽지 않고 이어진 그 숨결들과 선율, 비명 섞인 떼창들이 나를 가득 메우고 있어서. 앞으로도 나는 락을 들을 테지. 오아시스로 귓구멍을 축일 테지. 모두들 락을 들었으면 좋겠다. 나는 많은 이들과 영원히 함께 하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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