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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판도 Sep 01. 2024

식당의 탄생

49. 우리 가게의 핵심 경쟁력은?

  우리 가게의 핵심 경쟁력은 무엇일까?



  그날은 돌덩이로 몇 번이나 머리를 두들겨 맞은 날이었습니다. 한동안 그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했네요. 에혀… 

  책을 읽다가 "당신 가게의 핵심 경쟁력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한동안 멍해졌습니다. 머릿속이 하얘지더니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 거 있죠.  그러다 기껏 떠오른  생각이, "이거 참 큰 일이네. 어쩜 사장이라는 사람이 자기 가게의 핵심경쟁력이 무언지도 모를까?"였습니다. 정말 난감했습니다. 


  수차례 소상공인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되는 동안 그들이 요구하는 마스터낙지의 현황과 장점, 강점 등에 대하여 청산유수로 써내려 가며 어필했던 제가 정작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질문에는 답을 하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갑자기 누가 옆구리를 찌르면서 물어본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육중한 해머로 머리를 맞은 것처럼 띵해지며 그동안 내가 겉포장만 그럴듯하게 하며 가게를 운영해 왔구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직장에서 영업과 마케팅 업무를 오랫동안 담당하면서 내부의 보고서나 외부에 제출해야 하는 사업계획서 등을 수도 없이 작성하였습니다. 회사의 강점과 약점, 기회와 위협 요소를 다루는 SWOT 분석은 질리도록 했던 제가 정작 자신의 작은 가게는 아직까지 제대로 분석조차 못하고 있었다니요... 

  정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내가 만든 사업계획서는 전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화려한 껍데기에 불과했구나 하는 생각에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마침 앞에 서 있던 알바생에게 질문을 던져 보았습니다. 

“화평아, 우리 가게가 다른 가게와 다른 점이 뭐지?” 

화평이는 조금 생각하더니 거침없이 대답하는 것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모든 음식이 맛있고요. 셀프바의 반찬들이 정말 맛있어요. 그것도 매일 조금씩 바뀌면서요.”   저는 그걸로는 부족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계속 질문을 던졌습니다. 

“또?” “음.. 낙지볶음 가성비가 최고예요. 맛있고 양도 푸짐해요.” 

  저는 아직도 원하는 대답이 안 나왔다는 표정으로 재촉하였습니다. 

“또, 또” 


아, 사장님(제가 아닌 아내)이 엄청 친절해요!


(아, 역시 초능력자야……라고 저는 속으로 생각하였습니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며 예쁜 딸, 지완이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지완아, 우리 식당의 핵심 경쟁력이 뭘까?” 

지완이는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번개처럼 대답하는 겁니다. 


     엄마요!






  아, 우리 가게의 핵심 경쟁력을 왜 나만 몰랐을까? 잘 모실 생각은 않고 툭하면 화만 내었으니, 참……

그러면서 갑자기 생각이 났습니다. 지난번 신한은행과 서울시에서 주관한 외식업 교육을 받으면서의 일입니다. 강사가 제게 물었습니다.


다른 가게와 차별화되는 당신의 가게가 가진 유일무이한 것이 있나요?


저는 반사적으로 대답했습니다(왜 그런 대답을 망설임 없이 할 수 있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신기합니다).


함께 일하는 아내입니다. 아내가 지구 최강의 미인입니다. 그래서 미인계를 쓰고 있습니다.


애구.. 똥멍청이. 그게 바로 핵심 경쟁력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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