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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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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디 Jun 07. 2021

김종민이 비튼 교양예능의 문법

<선을 넘는 녀석들: 마스터X>

  배움에 대한 열망은 뜨겁지만 바쁜 현실에 치여 독서와 공부를 뒤로 미뤄야만 했던 현대인들에게 좋은 소식이 찾아왔다. 이른바 지식과 재미를 모두 잡은 교양 예능의 등장이다. 교양 예능 하나면 과도하게 넘치는 정보의 바다 속에서 긴 시간 허우적댈 필요도, 딱딱하고 지루한 강의에 자꾸만 눈이 감길 일도 없다. 웃음과 함께 양질의 지식을 전달하는 교양 예능은 현대인들의 욕망을 해소하며 많은 사랑을 받기에 충분했다.


  MBC에도 교양 예능의 흐름을 주도하는 대표 프로그램 <선을 넘는 녀석들>이 있다. 2018년 해외의 여행지와 역사를 전달했던 ‘세계 편’을 시작으로 역사와 타 학문의 융합을 시도하는 이번 시즌 ‘마스터 X’까지, 무려 시즌4까지 나온 화제의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출연진이 조금 특이하다. 이제껏 많은 교양 예능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MC형 예능인 혹은 연륜 있는 연예인들이 주 패널들이었다. 그들의 정제되고 깊이 있는 대화는 교양 예능만의 톤을 형성하는데 일조했다. <선을 넘는 녀석들: 마스터X> 역시 역사학자 김용환과 MC 전현무, 고학력자 연예인 유병재를 섭외하여 일반 교양 예능의 문법을 따르는 듯 보였다. 하지만 <선을 넘는 녀석들: 마스터X> 제작진들은 묘수를 던진다. 허당미의 대가, 김종민을 섭외한 것이다.


  김종민과 교양 예능이라. 누군가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며 의문을 품을 수도 있다. 하지만 MBC의 묘수는 가히 효과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종민이라 할 수 있는, 김종민만이 할 수 있는 것들이 <선을 넘는 녀석들: 마스터X>에 새 바람을 불어넣기 때문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 모르는 만큼 배운다. 가득 찬 컵은 더 이상 채울 수 없기 마련이다. 배움의 시작은 역설적으로 무지에서 나온다. 이러한 배움의 논리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출연진은 다름 아닌 김종민이다.


  김종민은 방송 내에서 굳이 자신의 무지를 숨기지 않는다. 궁금한 것이 생기면 언제든지 마스터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는 아마도 브라운관 너머의 누군가가 품어봤을 법한 궁금증. 김종민으로 하여금 여러 사람들의 궁금증이 해소되는 것이다. 또한 그 질문을 시작으로 마스터들은 보다 깊고 다양한 주제를 다루게 된다. 김종민의 질문 덕분에 시청자들은 모른 채 넘어갈 수 있었던 부분들까지 새롭게 배우는 기회를 얻는다.


  <선을 넘는 녀석들: 마스터 X>는 여타 교양 예능과는 다른 풍격을 추구하는 듯 보인다. 대다수의 교양 예능이 강의식의 스튜디오형 예능인 것과 달리 생동감 넘치는 현장을 배경으로 진행되는 점, 프로그램 곳곳에 웃음 코너를 마련한 점 등은 ‘웃음’이라는 예능의 원초적 코드 역시 놓지 않겠다는 제작진들의 의도를 드러낸다. 이러한 부분에서 김종민이 가진 역량은 더욱 두드러진다.


  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랑 받는 예능인답게 김종민은 특유의 엉뚱하고 창의적인 멘트로 웃음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으로 상황극 등의 코너에도 성실히 임한다. 김종민이 환기하는 분위기 덕분에 시청자들은 진지한 배움 속에서도 가볍게 웃음 지을 수 있다.


  특히나 이번 시즌은 학문 간의 경계를 넘나들어 융합적 지식을 전달하고 있다. 이 때 필요한 것은 새로운 융합의 가능성을 발굴하는 창의력과 경계를 느슨하게 만드는 유연함 아닐까. 김종민의 허를 찌르는 발상과 무해한 유머가 그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김종민의 활약으로 <선을 넘는 녀석들: 마스터X>가 교양 예능의 선을 넘어 새로운 가치와 즐거움을 선사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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