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을 위한 걱정

자꾸 이상한 생각이 달라붙어요

by 실타래

<자꾸 이상한 생각이 달라붙어요> 샐리 M. 윈스턴, 마틴 N. 세이프


이 책은 서울추모공원에서 적어온 도서 리스트에 있던 책이다. 강박과 불안에 대처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는데, 결론적으로는 내게 꼭 필요한 책이지만 그리 큰 도움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이 책대로 꾸준히 실천하다 보면 변화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해서 읽어볼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강박이 아주 심한 편은 아니지만 직업병으로 생긴 약간의 강박은 늘 있고, 걱정도 사서 하는 편이라 가끔 잠을 설치기도 한다. 그래도 사회생활을 하는 데 지장은 없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었는데 내가 문제의식을 느낀 것은 사별 직후였다. 차마 내 머릿속에서 나온 생각이라고 믿기 힘든 도덕적으로 또는 종교적으로도 말이 안 되는 끔찍한 삽화들이 수시로 머릿속에 떠다녔었다. 그때 처음으로 어떤 사실을 자꾸 확인하는 것뿐만 아니라 내가 원치 않는 생각에 자꾸 사로잡히는 것 또한 강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당시 정신과 전문의인 친구에게 물어보았더니 내 행동이나 생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 생각 자체만으로는 괜찮다고 말해주었고 그렇게 한 번 오픈을 하고 나니 내 속의 강박적인 생각들이 시들해져 몇 달 후부터는 증상이 사라졌었다.


이 책은 생각에 대한 우리의 오해를 바로잡고 그것을 정확하게 파악함으로써 걱정과 강박에 나의 주도권을 내어주지 않는 방법을 습득할 수 있도록 쓰여졌다. 책에 나오는 예시를 들면 5분 동안 당근을 생각하지 말라는 실험을 하면 결국 당근이 우리 머릿속에 들러붙어 버려 모두가 당근 생각을 하게 된단다. 생각을 물리치는데 쏟는 에너지 때문에 역설적으로 생각이 찰싹 들러붙어버린다는 것이다. 또한 호르몬 변화나 약, 생활환경의 변화 등으로 원치 않는 생각이 들러붙기 쉬운 상태에 처하기도 한다. 저자들은 원치 않는 생각들이 나의 신념이나 가치관과 맞지 않아 괴로워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말하는 데 그 이유는 그런 생각들은 불시에 아무렇게나 들 수도 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는 일이며 생각만으로는 현실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생각 = 나>라는 공식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뜻인 것 같다. 그런 생각들에는 노력하지 않고 대처하지 않는 것이 방법이라고 말한다.



이 책에는 침투하는 생각에 대처하는 여섯 단계를 소개하고 있는 데 다음과 같다.


1단계 알아차리기 : 잠깐 멈춰서 생각에 꼬리표를 달아보자. 몸 안에 불안경보가 울리더라도 이것이 침투하는 생각인지 판단해서 꼬리표를 붙이면 자동반응이 오래 지속되지 않도록 줄일 수 있다.


2단계 그냥 생각일 뿐 : 사실을 되새기고 생각일 뿐인 것은 그냥 내버려 두라. 노력할수록 생각은 더 들러붙는다.


3단계 수용과 허용 : 그런 생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능동적으로 허용한다. 그러면서도 그 생각을 상대하거나 해소하려 하지 마라.


4단계 휘말리지 않고 그냥 느끼기 : 머릿속 다툼에 휘말리지 않고 거리를 둔 채 그 생각이 주는 느낌이 거기 그대로 머물도록 허용하고 현재에 집중하라.


5단계 시간 흘려보내기 : 시간이 흐르도록 재촉하지 말고 내버려 두면서 치우침 없는 관점에서 불안과 괴로움을 관찰한다.


6단계 하던 일 계속하기 : 침투하는 생각에 대응하지 않고 나의 삶의 방식을 유지한다.



저자들은 대처방법을 6단계로 구분했지만 나는 사실 각 단계의 차이를 잘 모르겠다. 다 같은 말 아닌가 싶은데 내 이해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 같다. 단지 책의 첫 부분처럼 “당근을 생각하지 마세요.”라고 말하면 계속 당근을 생각하게 되니 당근의 존재를 인정하고 무시하라는 것이 요지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노출요법에 대하여 알려준다. 노출요법은 불편한 생각을 일부러 불러내서 생각에 대한 태도와 민감성을 바꾸는 방법이다. 노출을 통해 두려움을 덜 느끼는 뇌로 변화할 수 있다고 한다. 이 방법은 정신과학 시간에 불안과 강박을 위한 행동 치료로 배웠었는데 내가 직접 해본 적은 처음이다. 막상 불안한 생각이 떠오를 때 해보니 몸이 불안경보에 반응한 상태에서 홍수처럼 그 생각에 많이 노출되어 무섭긴 했다. 한 번 해본 것으로 뇌의 회로가 바뀔 것 같지는 않지만 자주 의식해서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불안과 강박을 일으키는 생각들에는 아무런 힘이 없다는 것을 알면 어느새 그런 생각들이 중요해지지 않게 되고 자연스레 현재에 집중하게 된다는데 그런 완벽한 사람이 되는 건 아마도 어려울 것 같다. 그리고 걱정에 관심을 쏟지 말고 대꾸하지 말라면서 궁극적으로는 노출요법을 통해 치료해야 한다니 언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명확히 판단이 안서기도 하고 어렵다. 그럼에도 생각에 대한 오해들을 풀 수 있어서 관점을 변화시키는 데에는 유용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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