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위기 때 바다에선 기적이 싹 텄다

by 프로렌스

2021년 5월, 나는 모니터 속 차트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HMM 주가가 50,600원을 찍었기 때문이다. 불과 1년 전 코로나 공포로 2,120원까지 추락했던 그 주식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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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23배 상승. 그는 잠시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차트를 다시 확인했다. 틀림없었다. 증권가에서는 이미 'HMM'과 '테슬라'를 합쳐 '흠슬라'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한 주가 폭등 이야기가 아니다. 이는 기회와 준비가 만났을 때 일어나는 기적에 관한 이야기다.


모든 것이 멈춘 순간, 바다만은 달랐다

2020년 3월, 세상이 멈췄다. 공항은 텅 비었고, 쇼핑몰은 문을 닫았으며, 사람들은 집 안에 갇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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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전문가들은 글로벌 교역이 30% 이상 급감할 것이라며 비관적인 전망을 쏟아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절망적인 상황이 해운업계에는 전례 없는 기회의 문을 열어주었다.


집에 갇힌 사람들은 레스토랑 대신 집에서 요리를 했고, 여행 대신 온라인 쇼핑을 했다. 서비스에 쓰던 돈이 모두 '물건'으로 향했다. 냉장고, 노트북, 운동기구, 심지어 화장지까지. 갑자기 전 세계가 '물건'에 목말라했고, 그 물건들은 모두 바다를 건너와야 했다.

준비된 자에게 온 기회

다른 회사들이 코로나 충격에 허둥대고 있을 때, HMM은 이미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었다.


2020년 4월, 24,000TEU급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12척이 HMM의 선단에 합류했다. 2017년 한진해운이 파산한 후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의 결실이었다. 마치 폭풍이 몰아치기 직전에 든든한 방파제를 쌓아놓은 것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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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거대한 선박들은 단순히 크기만 큰 게 아니었다. 기존 15,000TEU급 선박보다 15%나 운항비가 저렴했다. TEU당 단위 원가가 2019년 687천원에서 2021년 552천원으로 뚝 떨어졌다. 규모의 경제학이 현실로 나타난 순간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타이밍이었다. 이 새로운 선박들은 인도받자마자 만선 운항을 시작했다. 2021년 초까지 32항차 연속 만선. 빈 자리가 없었다. 전 세계가 물건을 실어 나르려고 아우성치는 상황에서, HMM은 가장 효율적이고 큰 트럭을 가지고 있었던 셈이다.


바다 위의 연합, THE Alliance

2020년 4월, HMM은 또 다른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세계 3대 해운 동맹 중 하나인 'THE Alliance'에 정회원으로 합류한 것이다.


이는 마치 동네 슈퍼마켓이 갑자기 전국 체인점망을 갖게 된 것과 같았다. 미주 5개, 중동 2개 등 총 7개의 신규 노선을 확보했고, 주간 선복량은 11.3% 증가했다. 새로 들여온 거대한 선박들을 더욱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갖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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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타이밍의 교훈

HMM의 이야기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타이밍이다. 만약 신형 선박 도입이 1년만 늦었더라면? THE Alliance 가입이 늦었다면? 아마도 이런 극적인 성장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2020년 3월 22일, HMM 주가가 2,120원으로 바닥을 칠 때, 누가 이 회사가 1년 뒤 50,600원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을까? 하지만 기회는 언제나 준비된 자에게 온다. HMM은 위기가 닥치기 전부터 이미 준비하고 있었다.


정부의 해운재건 계획, 신형 선박 발주, 글로벌 동맹 가입. 이 모든 것들이 코로나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와 만나면서 완벽한 시너지를 만들어냈다.


기적은 우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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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2020-2021년의 해운 호황은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런 극단적인 호황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 실제로 2021년 하반기부터 운임은 점차 안정화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HMM이 이 기간 동안 보여준 것은 단순한 운이 아니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전략적 사고, 미래를 내다보는 투자, 그리고 무엇보다 포기하지 않는 의지였다.


2021년 5월 50,600원의 고점을 찍은 후, HMM 주가는 다시 조정을 받았다. 하지만 회사는 이미 달라져 있었다. 견고한 재무구조, 현대화된 선단, 글로벌 네트워크. 이 모든 것들은 다음 기회가 왔을 때 또다시 빛을 발할 자산들이었다.


바다는 언제나 변화무쌍하다. 폭풍도 있고 잔잔한 날도 있다. 하지만 준비된 선원은 어떤 날씨에서도 항해를 계속한다. HMM의 이야기는 바로 그런 이야기다. 바다 위의 기적은 우연이 아니라, 준비와 기회가 만난 필연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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