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어느 여름날, 나는 모니터 속 차트를 보며 경악했다. 효성티앤씨 주가가 93만 5천원을 찍었기 때문이다.
불과 1년 전 7만 8천원이었던 그 주식이 말이다. 무려 12배 상승한 경이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나는 잠시 계산기를 두드려봤다. 코로나 초기에 100만원을 투자했다면 지금 1,200만원이 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한 주가 폭등 이야기가 아니다. 이는 우리가 매일 입는 옷 속에 숨어있는 작은 실 한 올이 어떻게 거대한 부의 원천이 될 수 있는지를 파헤쳐봤다.
2020년 3월,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가 집 안에 갇혔을 때 무언가 조용한 혁명이 일어나고 있었다. 정장 대신 트레이닝복, 구두 대신 운동화, 딱딱한 청바지 대신 부드러운 레깅스. 사람들의 옷장에서 '편안함'이 최우선 가치로 떠올랐다.
재택근무가 일상이 되고, 홈트레이닝이 유행하고, 외출 시에도 편안한 옷을 찾게 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한 가지 소재에 대한 수요가 폭발했다. 바로 '스판덱스'였다.
스판덱스. 많은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이름이지만, 우리가 입는 옷의 75%에 들어가는 마법의 실이다. 이 작은 섬유가 옷에 신축성을 부여하고, 몸에 편안하게 달라붙게 만들고, 움직임을 자유롭게 해준다. 팬데믹 시대, 사람들이 찾던 바로 그 '편안함'의 핵심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전 세계 스판덱스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기업이 한국에 있었다. 바로 효성티앤씨였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 30% 이상. 13년 연속 세계 1위. '크레오라(CREORA)'라는 자체 브랜드로 전 세계 패션업계를 평정한 기업. 하지만 2020년 초만 해도 많은 투자자들에게는 그저 '섬유회사' 정도로 인식되던 회사였다.
코로나가 터지자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전 세계에서 스판덱스를 달라고 아우성쳤다. 애슬레저 열풍, 홈웨어 붐, 레깅스 트렌드... 모든 것이 스판덱스 없이는 불가능했다.
2020년 8월을 기점으로 스판덱스 재고일수는 평상시 40일에서 10일로 급감했다. 6개월 동안 공장 가동률은 100%를 찍었다. 그래도 부족했다. 2021년 3월, 스판덱스 가격은 전년 말 대비 68% 뛰었다. 5월에는 톤당 85,000위안(약 1,334만원)까지 치솟았다.
효성티앤씨가 단순히 운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이들에게는 남다른 준비가 있었다.
첫째,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였다. 한국, 중국, 베트남, 터키, 브라질, 인도... 전 세계 곳곳에 흩어진 공장들. 특정 지역에 문제가 생겨도 다른 곳에서 생산을 이어갈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코로나로 전 세계 공급망이 마비됐을 때, 이 네트워크는 빛을 발했다.
둘째, 수직계열화의 힘이었다. 스판덱스의 핵심 원료인 PTMG를 자체 생산했다. 2021년 원자재 대란이 일어났을 때도 효성티앤씨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원료를 확보할 수 있었다. 경쟁사들이 원료 부족으로 허덕일 때, 효성티앤씨는 풀가동을 계속했다.
셋째, 미래를 내다본 투자였다. 2021년 말 완공을 목표로 중국 닝샤에 연산 3만 6천 톤 규모의 새로운 공장을 건설했다. 터키, 브라질, 인도 기존 공장들도 증설했다.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른 바로 그 시점에 공급 능력을 확대한 것이다.
당시 이러한 섬유 부분의 호황은 효성티앤씨만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중국의 화펑화학도 2021년 순이익이 전년 대비 248% 증가한 79억 위안을 기록했다. 인도 그라심의 섬유 부문도 가동률이 한 자릿수에서 100%로 회복됐다.
전 세계 스판덱스 업계가 함께 호황을 누린 것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효성티앤씨의 성과는 단연 돋보였다. 오랫동안 쌓아온 기술력과 시장 지배력, 그리고 전략적 투자가 만들어낸 차이였다.
효성티앤씨는 단순히 기존 제품만 판 것이 아니었다. 시대의 흐름을 읽고 새로운 무기를 준비했다. 바로 친환경 제품이었다.
'크레오라 리젠', '리젠', '마이판 리젠'... 리사이클 원료로 만든 친환경 섬유 브랜드들을 잇달아 출시했다. 식물성 원료를 사용한 바이오 스판덱스 개발도 병행했다.
글로벌 패션업계가 지속가능성을 외치는 시대, 이런 친환경 제품들은 일반 제품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팔렸다. 단순히 물량만 늘린 것이 아니라 품질과 가격을 동시에 높인 것이다.
효성티앤씨의 이야기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타이밍이다. 만약 코로나가 1년 늦게 왔다면? 중국 공장 증설이 늦어졌다면? 친환경 제품 개발이 지연됐다면? 아마도 이런 극적인 성장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운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13년간 세계 1위를 지킨 기술력, 전 세계에 구축한 생산 네트워크, 핵심 원료의 수직계열화, 시대를 앞서간 친환경 투자... 이 모든 것들이 팬데믹이라는 예상치 못한 기회와 만나면서 폭발적인 시너지를 만들어낸 것이다.
누가 상상했을까? 옷 속에 숨어있는 작은 실 한 올이 이런 큰 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효성티앤씨의 이야기는 우리 주변의 평범해 보이는 것들 속에 숨어있는 기회를 보여준다.
스판덱스는 화려하지 않다. 반도체처럼 첨단기술의 상징도 아니고, 자동차처럼 거대한 산업도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일상 깊숙이 파고들어 있고,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소재다. 그리고 그 시장을 지배하는 기업이 바로 우리나라에 있었다.
2021년 93만 5천원의 고점을 찍은 후, 효성티앤씨 주가는 다시 조정을 받았다. 스판덱스 시장도 코로나 특수가 끝나면서 정상화됐다. 하지만 회사는 이미 달라져 있었다. 더 강해진 재무구조, 확장된 생산능력, 그리고 친환경이라는 새로운 성장동력.
옷을 입을 때마다, 운동복을 입을 때마다, 우리는 효성티앤씨의 스판덱스를 만나고 있다. 그 작은 실 속에는 한국 기업이 세계를 지배하는 숨겨진 이야기가 들어있다. 때로는 가장 평범한 것에서 가장 놀라운 기적이 탄생한다. 효성티앤씨의 이야기가 바로 그 증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