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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10주년, 브런치에서 100번째 글

작가의 꿈을 위해 걸어온 100편의 글, 그리고 앞으로 쓸 100편의 글

by 심연

브런치를 운영하다 보면 기념하고 싶은 순간들이 있다. 구독자 100명, 첫 브런치북 완성, 인기브런치북 Top 10 진입, 크리에이터 선정, 그리고 브런치에 올리는 100번째 글이 그 순간들에 들어간다.


다른 작가들의 브런치를 둘러보다 보면 '100번째 글 소회'를 종종 보게 된다. 그 글엔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며 있었던 에피소드와 100편의 글을 올리고 생긴 변화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


당시 브런치에 열 편의 글도 올리지 않았던 신규 작가였던 내 눈엔, 그 사람들이 너무나 대단해 보였다. 그래서 나도 언젠가 브런치에 100번째 글을 쓰게 되는 날이 온다면 꼭 소회글로 적어야지 하고 다짐했었다. 물론 그 마음 한편엔 '100편의 글을 다 쓰기도 전에, 출판사 눈에 띄어 출간 작가가 되지 않을까?' 하는 발칙한 기대도 숨어있었다.


남이 할 땐 쉬워 보였는데, 정작 내가 해보니 브런치에 100편의 글을 올리는 건 생각보다 훨씬,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 100번째 글을 쓰는데, 2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으니 말이다.


100편의 글을 쓰는 동안 내게 어떤 변화가 있었나 생각해 봤다. 일단 안타깝게도 난 처음의 기대와 달리 아직 출간 작가가 되진 못했다. 그리고 글을 쓰는 것도 처음에 비해 수월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어렵기만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브런치에서의 2년이 내게 아무 의미가 없던 건 아니었다.


매주 1 편의 글을 올리며, 2년 동안 브런치 한 우물만 파다 보니, 책 출간의 갈망보다 더 큰 '글 쓰는 재미'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내 생각을 글로 써서 다른 이들과 소통하는 재미, 하나의 주제로 글이 엮어져 브랜딩이 되어가는 재미, 내 글에 관심을 갖는 독자들이 늘어나는 재미, 글을 쓰며 내 생각이, 자존감이 단단해져 가는 것을 느끼는 재미 등등 말이다.


누군가는 '재미가 밥 먹여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재미는 밥을 안 먹어도 에너지가 넘칠 수 있도록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 줬다. 그리고 브런치는 글쟁이들에게는 '재미'의 노다지 땅이었다. 쓰기만 해도, 재미가 잭팟으로 터져 나왔다. 이런 브런치에서라면 앞으로 최소 10년 간은 거뜬히 즐기며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난 여전히 출간 작가를 꿈꾼다. 하지만 전처럼 그리 조급하진 않다. 100편의 글을 썼는데도 책을 못 냈다면, 200편의 글을 쓰면 그만이다. 200편도 안 되면 300편을 쓰고, 300편도 안 되면 400편을 쓰면 된다. 인생은 길고, 일상엔 재미난 글감이 넘쳐나니 말이다.


키보드를 칠 수 있는 힘이 있을 때까지 글을 쓰고 싶다. 일상 속 작은 행복들을 발견하며 글을 쓰는 귀여운 작가 할머니가 되고 싶다. 될 때까지 계속 글을 쓰겠다는 마음, 모든 게 재미있으니깐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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