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을 앞둔 엄마의 마음
만삭의 몸으로 회사 문 밖을 나선 게 엊그제 같은데, 둘째 출산이 셋째까지 이어지면서 휴직기간은 예상보다 두 배 이상 길어졌다. 아이가 하나뿐이던 재기 발랄 서른셋의 팀 막내는, 서른여섯의 세 아이의 엄마가 되어 회사로 돌아간다.
복직을 결심하고 나니, 순간처럼 느껴졌던 휴직기간이 사실은 꽤 긴 시간이었음을 실감하게 했다. 3살이었던 애교쟁이 첫째는 "동생들 키우기 힘들다"며 한숨짓는 6살 언니가 됐고, 휴직 전 뱃속에 있던 둘째는 우리 집에서 가장 말 많은 4살 누나가 됐으니 말이다. 또 작년에 태어난 막내는 벌써 돌이 지나 젖병을 떼고 조금씩 두 발로 걷고 있다.
얘들아, 엄마 이제 회사 갈 거야
복직을 결심하고, 아이들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일하는 엄마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는 우리 애들은 회사를 간다는 엄마를 낯설어했다. 둘째는 회사가 뭐냐고 물었고, 친구들을 통해 회사가 뭔지를 알고 있는 첫째는 회사를 왜 가냐며, 회사 가지 말라고 내 품에 파고들었다.
복직을 앞둔 엄마의 마음이야 다 그렇겠지만, 복직을 결심하고 나니 가장 눈에 밟히는 건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은 엄마가 없어도 잘 큰다는 걸 첫째 때 경험해 봐서 잘 알지만, 그래도 회사를 가지 말라며 옷자락 붙잡는 아이들의 그 작은 손가락은 엄마의 마음을 쿡쿡 짓눌렀다.
예비 복직자로 지낸 한 달이 나머지 기간과 맘먹는 시간처럼 길게만 느껴졌다. '복직하는 게 맞는 거겠지?', '발령은 어디로 날까', '육아시간은 쓸 수 있을까'와 같은 고민이 일상 중간중간에 끼어들었다. 별 거 아닌 일에도 '복직 전 마지막'이라는 의미 부여가 더해지니, 지나가는 하루하루가 애틋하게만 느껴졌다.
예전에 함께 일하던 동료들은 내게 복직 전 '자리'를 미리 알아보고 들어오라며 신신당부를 했다. 그들이 말한 자리는 자신의 목적에 맞는 부서를 의미했다. 승진이 목적이라면 좋은 근무평가를 받을 수 있는 자리, 육아가 우선이라면 하루 2시간 육아시간을 써도 괜찮은 곳을 말했다.
인사 발령이라는 게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후회를 남기고 싶진 않아 인사팀 주임님에게도 전화를 걸어 희망 근무지를 말씀드리기도 했다. 인사 주임님은 정기 인사발령 시즌이 아니니, 결원이 있는 곳으로밖에 갈 수밖에 없다며 기다려달라고 했다.
할 수 있는 게 기다림밖에 없다는 사실은 사람을 지치게 만들었다. 그래서 기다림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하기로 했다. 버킷리스트를 작성했다. 그리고 하루하루 그 리스트에 적힌 목록을 지워는 즐거움으로 발령을 기다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복직 날이 정해져있으니, 기다림도 끝이 있다는 거였다. 복직 하루 전 오후 4시, 핸드폰에 익숙한 번호가 떴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인사팀 주임님이었다.
복직 부서는 OO동 주민센터입니다.
오랜 기다림이 무색할 만큼 발령지 안내는 짧고 간단했다. 그 한 문장은 내 휴직의 끝이자, 세 아이의 워킹맘으로 새 출발을 의미했다. 발령지가 정해지니 걱정과 불안은 이내 기대와 설렘으로 바뀌었다. 내일 입고 갈 옷과 사무실에서 쓸 물건들을 챙겼다. 그리고 조용히 일기를 쓰며 휴직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2년 반 동안 몸과 마음에 행복 충분히 충전했으니, 이제는 그 에너지를 조금씩 꺼내 쓰며 즐겁게 일하자. 조기 소진되지 않도록, 몰아 쓰지 말고, 야금야금 아껴서.
- 첫 출근을 앞두고 일기장에 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