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닝 강사 제안, '넙죽' 받기 전 필독서

by 너울

"강사님, 이번에 저희랑 이러닝 과정 하나 같이 개발해 보시겠어요?"

그 전화를 받았던 2년 전의 그날을 기억합니다. 18년 동안 요양보호사를 양성하며 현장이라면 잔뼈가 굵었다고 자부하던 제게 찾아온 새로운 기회였습니다. 그러나 제안받은 주제는 요양보호사가 아닌 '간호사' 대상 과정이었습니다.


임상 경력이 짧았던 제가 과연 그들에게 얼마나 실질적인 지식을 전달할 수 있을지, 깊은 고민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하지만 고민은 길지 않았습니다. 가보지 않은 길을 마주했을 때 감사해야 할 것은 오직 하나뿐임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나를 믿고 기회를 건넨 그 마음에 보답하겠다는 결심, 그것 하나로 충분했습니다.

"네, 그럼요! 당연히 해야죠."

소위 말하는 ‘넙죽’이었습니다. 새로운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잘 해낼 수 있을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앞섰습니다. 하지만 그 0.1초의 대답이 불러온 후폭풍은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저의 삶은 '리얼 서바이벌' 그 자체가 되었습니다.


25분, 그 짧은 시간 뒤에 숨겨진 거대한 빙산

학습자가 보는 화면 속 영상은 단 25분입니다. 하지만 그 시간을 만들기 위해 강사가 감당해야 할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습니다. 처음엔 그저 강의안 좀 다듬어 카메라 앞에 서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습니다.


사업주 훈련 과정이라는 엄격한 틀 안에서 8개로 시작한 목차는 어느새 15개, 30개로 늘어났고, 회차마다 한글 원고 7장과 PPT 슬라이드 25장을 빽빽하게 채워야 했습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지금처럼 AI가 대중화되지 않았던 때라, 도서관에서 전문 서적들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밤새 원고를 쓰기도 했습니다. 단순히 지식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가 정말 궁금해하는 것이 무엇인지, 역량 강화를 위해 필요한 섬세한 포인트가 어디인지 관찰하고 또 관찰해야만 비로소 제대로 된 목차가 완성되었습니다.


카메라 앞 6시간의 사투와 '출제의 늪'

가장 큰 고개는 촬영이었습니다. 텅 빈 스튜디오에서 차가운 카메라 렌즈와 단둘이 마주 앉아 6시간 동안 혼신을 다해 말을 쏟아내야 했습니다. 원고를 읽는 '기계'가 되지 않기 위해, 지루해할 학습자들을 위해 스토리텔링을 섞어가며 확신에 찬 목소리를 유지하는 것. 촬영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텅 빈 목소리와 너덜너덜해진 정신을 부여잡으며 깨달았습니다.


'아, 이건 단순히 강의를 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는 일이구나.'


촬영이 끝나면 해방일 줄 알았는데, 진짜 서바이벌은 그때부터 시작이었습니다. 사전 진단부터 평가 문항까지 수백 개의 문제를 만들어야 했으니까요. 단 한 문제도 중복되어선 안 된다는 엄격한 주의점은 저를 지독한 완벽주의자로 몰아넣었습니다. 이러닝은 정답이 정해진 길을 걷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성장의 기회가 될 지식을 가장 효율적이고 매력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나 자신을 끊임없이 깎아내고 다듬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시 '넙죽'을 권한다

2년이 흐른 지금, 저는 그때의 '넙죽'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무식한 용기가 저를 단시간에 압축 성장시킨 가장 강력한 엔진이었음을 압니다. 2년 전 그 한 번의 시작은 오늘까지 6개가 넘는 과정 개발로 이어졌습니다. 당장 다음 주에도 또 다른 과정 개발 예약이 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글은 이제 막 이러닝의 세계에 발을 들이려는 '뉴비' 강사님들, 혹은 제안을 받고 설렘보다 두려움이 앞서는 분들을 위해 씁니다. 저의 시행착오가 여러분에게는 든든한 예방접종이 되길 바랍니다.

이러닝 강사 제안을 받으셨나요? 겁먹지 마세요. 다만, 제가 겪은 이 생존 기록을 먼저 읽어보세요. 여러분의 '넙죽'이 '성공적인 데뷔'가 될 수 있도록, 25분 영상 뒤에 숨겨진 민낯을 하나씩 꺼내 놓겠습니다.


자, 서바이벌은 이제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