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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담 May 01. 2022

과분한 사랑

 4월은 나에게 있어, 유독 빨리 지나간 한 달이었던 것 같다.

회사일이 갑자기(?) 고객이 상반기 성과 달성을 위해 속도를 급히 올려서 3월보다 조금 바빠졌다. 사실 바빠진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인력 변동이었는데, 척하고 업무를 드리면 탁 하고 해 오시던 우리 디자이너분께서 더 이상 함께하지 못하시면서 업무에 어려움을 아직 겪고 있는 중이다. 다행히, 내일이면 새로운 디자이너분께서 우리 팀과 함께 호흡을 맞추실 거라고 하시니, 조금 더 잘 살펴 업무와 소통에 불 폄 함이 없게 해 드려야겠다는 생각뿐이다. 

 결국 회사일이 바빠지기는 했지만, 작년 1년간의 짬바(?)가 있다 보니 웬만한 이슈나 요구사항에 대해 대응하는데 어려움이 없어 크게 어렵지는 않은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물론, 이 여유와 안정성은, 나(?) 답게 스스로 선택에 의해 다시 긴장상태로 만들 가능성은 언제든 열려있다.


 사실,  4월은 나에게 꽤 중요했던 한 달이었다. 2월부터 3월까지 예전 내 사수 실장님으로부터 전수받은(홀로서기 (brunch.co.kr)) 스킬을 바탕으로 프리랜서 작가로서의 첫출발을 한 기간이기 때문이었다. '과연, 나를 써줄 것인가?'라는 나의 기대와는 달리, 시장에서의 반응은 생각보다 매우 좋았다. 음, 왜 좋은지는 잘 모르겠다. "이 정도 찍어줄 사람이 생각보다 별로 없다."라는 이유라면, 조금 슬픈 현실이다. 나는 고작 여섯일곱 번만 찍은 초짜 중에 초짜기 때문이다.


 4월 한 달간 총 4번의 스케줄을 모두 소화했는데, 다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그중에 1번은, A업체에서 '무료'로 찍어달라는 요청을 했다. 이유인즉슨, '실력을 못 믿겠다'라는 것이었다. 주변의 많은 분들께 이야기도 나누어봤고 안 나가도 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나는 찍어보기로 결심했다. 그 당시 결과물이 마음에 들었는지, A업체에서 많은 스케줄을 나에게 주었다. 하지만 나는 A업체에서 제시한 페이가 마음에 들지 않아 그냥 거절했다. 내가 생각했던 처우보다 열악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료로 나갔던 촬영이 다소 억울한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다음 주 촬영을 잘하기 위해서 경험을 쌓는다 생각하니 그렇게 기분 나쁜 일은 아니었던 거 같다.

 다만, 최소 '차비'만이라도 지급해 달라는 내 의견을 무시했던 A업체였고, 페이 협상 간에도 적극적인 의사를 보이지 않아 내가 스케줄을 다 취소해버렸었다. '싸한' 느낌은, 결국 나중에는 맞게 된다는 것을 몸으로 알기 때문이었다.


 이렇듯, 웨딩 스냅 업계의 경험이 전혀 없던 나였지만, 내 가능성을 믿고 배팅하는 B업체도 있었다. B업체 실장은 잔소리하듯 결과물에 대한 피드백을 꽤나 진지하게 나에게 보내주었고, 내년에는 페이를 올려줄 계획이 있으니, 잘해보자라고 동기부여도 해 주었다. 그리고 하반기 스케줄 대부분을 나에게 몰아주어, '웨딩 스냅 기대주'라며 잘 부탁한다고도 말해 주었다. 이런 업체들이 있기에, 위 문단에서 언급한 'A업체'에 대한 내 태도가 강경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정말 고마운 일이다.


 이렇게 4월 한 달을, 첫 주 가족 여행 때문에 촬영 스케줄을 잡지 못했던 한 주를 제외하고, 토요일 모두 스케줄을 소화해냈다. 사실 이제는 목요일 금요일만되면 일보다 인스타 그램 등으로 웨딩 스냅사진 중 이쁜 구도와 빛을 보며 다가올 촬영에 대해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아무도 모르고,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는 이 스냅 업계 바닥에 조금씩 나만의 포트폴리오가 생겨가는 느낌이 들어 매우 뿌듯하다. 내가 좋아하는 취미로, 페이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좋은데, 많은 업체에서 나에게 괜찮은 점수를 주고 있다는 것이 스스로 놀랍다. 정말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스스로 스냅 결과물에 대해 지금 보다 더 높은 기준을 맞추기 위해, 카메라 1대 추가 등, 사진 경쟁력 강화를 위해 비용을 투자할 생각도 현재 하고 있다.


 지금처럼, 하던 업무도 구멍이 없게 본캐 유지도 해낼 생각이고, 토요일은 웨딩 스냅 작가로 "프리랜서"인 나의 부캐를 키워가고 있다. 일요일은 평일 동안 많이 못 챙겨준 우리 아이들을 위해 온 힘을 쏟아내고 있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꽉 찬 스케줄이지만, 어느 한 부분 부족함이 없이 나의 존재의 이유를 증명해 주는 일들이라 육체적으로는 다소 힘들지만 정신적으로는 더 건강해진 거 같다.


 인생의 대부분 1번뿐인 결혼식이다. '돈을 받는 사람은 프로'라고 나는 생각 하기에, 나를 믿고 페이를 지급하는 업체들을 위해서도, 그리고 예쁜 인생 샷을 건지기 위해 고용한 신랑 신부들을 위해서라도 앞으로 사진 결과물의 경쟁력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과 행동을 해볼 예정이다.


수도권 예식장을 거의 다 훑고 다닐 거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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